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테스형, 미국이 왜 이래
김수종 2020년 11월 17일 (화) 00:00:14

2021년 1월 20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선서를 하고 46대 대통령직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전통적으로 그날 임기가 만료되어 떠나는 대통령은 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앞서 당선자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여 환담하고 같은 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함께 이동합니다.

바이든 당선자가 이런 의전 절차를 따라 대통령 취임식을 아름답게 하게 될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부정을 주장하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31년의 헌정 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로 변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까지 백악관에서 버티며 집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이든 당선자가 백악관 앞에 나타나 “방 빼라”고 외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선거가 있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지면 선선히 물러설 수 없다는 언질을 자주 하자 신문과 방송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도했습니다.

1월 20일 정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되므로 백악관 주인 자격을 잃게 됩니다. 이 경우 강제 퇴출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누가 트럼프 퇴출을 집행하게 될까요.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 경호국(Secret Service) 직원들이 이 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경호해온 기관이 옛 주인을 몰아내는 꼴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미국이 막돼먹은 나라일지라도 이런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의회는 내년 1월 6일 합동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투표결과에 따라 46대 대통령을 발표할 것입니다. 선거 소송은 대법원이 판단할 것입니다. 아마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국 내 여론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압력을 가할 것입니다. 공화당 차원에서 어떤 방안을 모색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만으로도 미국의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은 듯합니다.

4년 전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을 때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하루 만에 선거결과에 승복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곧 트럼프 당선자를 백악관에 초치하여 정권 이양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정권인수팀을 구성하자 오바마 정부는 예산과 사무실을 제공하고 정보 접근 편의를 제공해줬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음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미국 대통령 제도의 오래된 관행이자 민주적 전통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에게 돈도 사무실도 안보정보 브리핑도 제공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정부 법률가들은 나름의 법적 근거를 개발하고 있을 테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큰 몽니로 비칩니다.

​가장 인상적인 현직 대통령의 패배 인정은 1992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클린턴에 패배했을 때입니다. 개표 진행 중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로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가 나간 두어 시간 후 클린턴 후보가 아칸소 주지사 관저에서 승리 선언을 했습니다. 첫 마디에 이런 말이 포함되었습니다. “방금 부시 대통령의 축하 전화와 더불어 기꺼이 정권 인수 작업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클린턴 당선인과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마주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차 대전에 참전하고 냉전과 격동의 시대에 국가 요직을 두루 거쳤던 부시는 선거 패배를 ‘시대의 명령’으로 수용하는 큰마음을 품었기에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통령선거는 냉혹한 권력투쟁이지만, 정치의 낭만 같은 것이 있었던 때이고 미국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며 민주주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지금 트럼프와 그때 부시는 매우 비슷한 처지입니다. 당시 정권 이양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치평론가들이 했던 말, 즉 새 대통령 당선일로부터 취임선서를 하는 70여 일은 “미국의 무정부 상태”라는 지적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무정부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에게 정권 이양에 필요한 절차를 거부할 뿐 아니라 예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하는 등 정부 요직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기에 금기로 여겨지는 일입니다. 그는 대통령 명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임기 동안 다할 속셈인 모양입니다. 일종의 초토화 작전으로 차기 정부를 곤혹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선자와 협의도 없이 중차대한 외교안보 문제를 그의 충동대로 결정한다면 그 피해는 수많은 나라가 입게 될 것입니다. 심하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의 기자의 최신 저서 '격노'(Rage)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직의 막중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문 뒤에 다이너마이트가 있다.” 남은 70일 동안 트럼프 자신이 다이너마이트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 보입니다.

나훈아처럼 소크라테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미국이 왜 이래”라고. 이번 선거과정을 보면서 20세기 세계인들이 부럽게 바라보던 ‘아메리카합중국’이 크게 금가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조용한 관찰자 (175.XXX.XXX.167)
필자님은 대통령 취임식이 아름답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만, 그 전제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억지 때문에 미국의 민주주의가 상처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정선거인지 아닌지 지금 단계에서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나라 안도 아니고 나라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인데다가 세계 언론 자체가 fake news 공장으로 변한지 오래이기 때문에 적어도 언론을 믿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세상을 바로 볼 가능성이 있게 됐습니다.
부정선거가 아니라면 필자님의 글이 맞는 것이고 모두에게 선지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만약에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필자님은 fake news 공장의 전도사 역할을 하신게 됩니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저는 당연히 필자님이 필을 꺾고 다시는 사람앞에 서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두어달만 참아 보기로 하지요.
답변달기
2020-11-17 10:39:45
1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