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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을 버려라
김홍묵 2006년 12월 18일 (월) 00:00:00
“새는 숲속에 살고 있건만 그 나무가 높지 않은 것을 염려하여 다시 또 높은 가지 끝에 깃들인다. 물고기는 물속에 숨어 있건만 그래도 물이 깊지 않은 것을 염려하여 더욱 깊숙한 바닥의 구멍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잡히게 되는 까닭은 모두 먹이를 탐내기 때문이다”

관직에 있는 자들에게 주는 오래 된 경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예산의 가장 큰 몫을 관료의 녹봉으로 책정하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기량을 쏟아 공명정대하게 집행하고 국리민복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책무 때문입니다.

국정을 집행하는 관리는 그래서 성실과 정직, 공명과 결백을 스스로 강조하고 실천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충신 양신 공신 현신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적어도 청백리라는 이름을 남긴 이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큰 먹이를 탐낸 역적 매국노나, 작은 먹이에 현혹되어 가렴주구를 일심은 탐관오리도 많습니다. 때문에 관리를 보는 눈은 곱지 않습니다. 부패한 관리를 ‘사모 쓴 도둑’이라 칭했고, ‘망나니짓을 하여도 금관자 서슬에 큰 기침 한다’고 관리의 횡포를 힐난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후진국의 관리와 오뉴월 생선은 상하기가 쉽다. 다만 관리가 썩으면 돈이 생기고, 생선이 썩으면 구데기가 우글댄다는 것이 다를 뿐’이라고 지적 합니다. 지구촌의 리더임을 자처하는 미국에서조차 ‘정부 관리들이란 일단의 게으른 강도들’이라고 폄하합니다.

사회현상이 다양해지고 정부의 역할이 커질수록 관료조직(bureaucracy)은 거대화되기 마련입니다. 정부는 엄청난 돈을 갖게 되지만 여윳돈을 남겨서는 안되는 제도의 경직성 때문에 예산운용은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해마다 예산지출 수요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국민에게 세금이라는 짐을 더 지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혈세를 주무르는 관리는 어떤 존재일까요? 경제대국 일본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는 ‘관리들의 가장 부족한 점은 금리와 시간감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마모토(熊本) 현지사 시절 현립극장 현관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10m 정도 옆으로 옮기는데 운수성과 협의 조정하느라 반년이나 걸렸던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행정의 이미지는 대체로 △냉정하다 △명랑하지 않다 △권위적이다 △불친절하다 △태만하다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끔찍한 국가 부채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돈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 채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란 지적도 같은 맥락입니다.

‘참여정부’의 초대 건교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씨가 최근 한 포럼에서 “주인 정신도 경영마인드도 없는 공무원의 혁신은 요원하다”고 한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무사안일 책임회피 복지부동하면서 철밥통만 지키려는 자세로는 국민의 지팡이는커녕 부지깽이도 안된다는 질정으로 들립니다.

그런데도 요즘 공무원 공채에는 고학력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심각한 취업난도 원인이겠지만 싱가포르처럼 공무원이 엄청난 명예와 부의 상징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행여 정년 보장해주고 연금 많이 주는데다, 밥알이나 떡고물도 챙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목숨을 거는 현상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위대한 맹인 과학자 헬렌 켈러 여사에게 누가 “눈 먼 것보다 더 가련한 일이 있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여사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있고말고요. 눈은 멀쩡한데 비전이 없는 사람이지요”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우둔한 사람은 경험에서 배운다’는 잠언을 한번쯤 되새겨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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