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황금돼지 해의 꿈
김홍묵 2006년 12월 04일 (월) 00:00:00
지구상의 생물 중 인류만이 유일하게 발정기(mate season)가 따로 없는 동물입니다. 식물은 대부분 1년에 한번 수정이 이루어지고, 동물은 1년에 한두번, 그것도 며칠간의 발정기에만 짝짓기를 합니다.

왜 사람만 시도 때도 없이 교합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오래된 구전에서 추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창조주가 모든 동물을 불러 모아 놓고 일일이 발정기를 정해 준 뒤 마지막으로 호랑이에게 “너는 1년에 한번”이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러자 화가 난 호랑이가 “백수의 왕인 내가 1년에 딱 한번이라니”라며 창조주를 물어 버리려 하자 창조주가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뒤늦게 헐레벌떡 현장에 뛰어 오던 사람이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하고 소리쳤습니다. 창조주는 뒤를 돌아보며 “네 멋대로 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도 21세기 들면서 인구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18세기말 토마스 맬더스가 주창한 전쟁과 살육, 자연재해와 기근, 전염병으로 인한 ‘적극적 억제’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한사코 반대했던 ‘도덕적으로 훌륭한 미덕을 갖춘’ 사람들이 불임이나 산아제한 또는 성욕의 절제로 출생률을 낮추는 ‘예방적 억제’가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OECD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아 농어촌에는 장례식이 백일잔치보다 많아졌고, 60대 초반은 경로당에서 담배 심부름이나 해야 하는 ‘어른 애’ 신세가 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청소년 인구비율이 1965년(51%) 대비 2004년(25.17%)에는 절반으로 줄었고, 학령인구 병력자원 노동력 감소로 학교 기업 정부 모두 비상이 걸려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을 정점(4934만명 추정)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20.8%인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 2050년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극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결혼도 아이도 싫다”는 세태로 인해 만혼→가임여성 감소→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는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상당수 개인 산부인과 의원이 문을 닫았고 학령 아동이 줄면서 폐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고, 대학은 신입생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병역자원이 모자라는 국방부는 북핵 대책 말고도 병력 정예화와 장비 현대화 명분으로 엄청난 국방비 증액을 요청하고 있으며,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체류 범죄행위 근로조건도 만만치 않은 정부의 고민꺼리입니다.

더구나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면서 20년 후에는 일할 사람이 현재보다 340만명이 줄고, 30년 후에는 2명이 노인 1명, 40년 후에는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가정파탄은 물론 생산성과 성장 위축을 넘어 국가 재정압박과 국력 붕괴까지 내다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인구 폭발도 문제지만 인구 감소는 예측할 수 없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내년 출산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과 현상이 가시화 되어 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2007년 정해년이 600년 만에 한번 오는 ‘황금돼지 해’라는 속설 때문인 듯합니다.

올해가 ‘쌍춘년’이라 결혼 건수도 많아진데다 재운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황금돼지 해’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임신부가 늘어나고, 황금돼지 휴대전화 액세서리, 저금통, 달력, 유아복을 미리 생산해 출시하는 약삭빠른 상혼도 눈에 띕니다.

자녀 많이 낳기를 권장하는 정부로서는 세금감면 출산휴가와 수당 육아보조금 지급보다 돈 안드는 돼지해 출산 신드롬이 생겨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구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을 믿고 손 놓을 일은 결코 아닙니다.

육아가 힘들고 사교육비가 부담스러워 출산을 꺼린다는 사실이 잘 알려진 이상, 대안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릅니다. 정권 재창출에 올인 하기보다 대통령이 은퇴 후 고향마을에 기념관 대신 탁아소나 양로원을 지어 고향 사람들 일손을 덜어주는 것이 훨씬 보람 있는 사업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