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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서 땅을 깊숙이 팝니다
고영회 2020년 04월 30일 (목) 00:17:45

어느 날 옆집 땅 주변에 울타리가 쳐지고, 중장비가 오가더니 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집을 새로 짓나 봅니다. 어떤 집을 지을까 궁금해지고, 아무 탈 없이 집을 짓길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끼리 다툼으로 바뀝니다. 중장비가 오가면서 내는 먼지, 진동, 소음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정작 집주인은 미안하다는 마음조차 표시하지 않는 게 더욱 서운합니다.

어느 날 아침 마당을 바라보니 바닥 상태가 이상합니다. 바닥에 금이 가고 일부는 가라앉은 듯합니다. 옆집 땅을 보니 지하층을 만들기 위해 땅을 깊이 팠습니다. 땅 경계선을 보니 철골 기둥을 박고 그 사이에 널빤지를 끼웠는데 틈 사이가 엉성하여 흙이 빠져나오고, 심지어 물도 배어 나옵니다. 지하수가 있나 봅니다. 흙막이 공사를 했지만 땅을 파면서 흙막이 벽이 밀렸고 그 바람에 내 집 마당이 꺼진 것입니다. 놀라서 현장 사무실로 달려가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호통을 치지만 공사는 계속됩니다. 며칠 더 지나면서 내 집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열이 머리끝까지 뻗쳐서 현장 사무실로 달려가 항의해 보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옆집에서 공사할 때 흔히 겪는 일입니다. 옆집도 집을 새로 지으려면 땅을 깊숙이 파야 합니다. 옆집 짓는 바람에 내가 손해를 입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런 사태가 생길 때 풀어가는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이 하늘을 같이 이고 살지 못할 원수로 변합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는 당사자끼리 피해액과 요구 사항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우리는 서로 타협하여 해결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상대방 건축주를 만나려 해도 피하는 경우가 많나 봅니다. 조정이나 감정사건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소송 절차가 진행되면서 처음 만났다고 할 정도로 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사태가 생기면서 분한 감정이 솟구쳐 법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사고 때문에 만나야 하므로 마음이 참 불편합니다. 그렇더라도 만나 푸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과 피해액을 증명해야 합니다. 피해를 증명할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옆집에서 공사할 때 주로 나타나는 것이 침하, 균열, 누수, 뒤틀림, 표면 벗겨짐 같은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공사 시작하기 전에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공사 때문에 저런 현상들이 더 진전되어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공사하기 전 상태를 기록해 두지 않습니다. 공사하는 쪽에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기록해 둡니다만, 피해자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소송 과정에서 감정을 통해 피해 사실을 입증하려고 하지만 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제대로 밝히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결국 불완전한 자료를 바탕으로 추론하여 정리하는데 양쪽 다 불만이 가시지 않습니다.

내 옆집에서 집을 새로 짓는다고요? 양쪽이 같이 참여하여 집안 내외부를 기록해 두십시오. 기록할 때 균열이나 침하상태는 숫자가 표시된 측정기를 대고 기록하십시오. 마당, 벽체 미장과 도장, 지붕 방수 상태, 내부 상태를 본인이 구석구석 기록하기 어렵다면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변화를 지켜보십시오.

기록은 문제가 생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 서로 껄끄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고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보험을 듭니다. 보험을 들었지만 사고가 생기지 않으면 더 좋습니다. 혹시 공사로 피해를 입을 수 있을까 봐 기록해 둡니다. 공사 피해는 일어나지 않으면 좋습니다. 만약 피해가 생긴다면 피해가 생긴 대로 서로 할 일을 하면 됩니다.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서로 받아들일 때 문제를 해결하기 쉽습니다. 실상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면 감정싸움으로 흘러갑니다. 소송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사이좋던 이웃이 영원히 원수로 지낼지 모릅니다.

공사 시작할 때 잘 기록해 두어야 이웃을 잃지 않습니다. 4일 또는 6일 동안 쉬는 날이 이어질 때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거나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지반에 변화가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옆에 공사장이 있으면 가끔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그렇지만 휴일은 편안하게 즐겁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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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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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2.XXX.XXX.252)
항상 좋은 제언을 하시는데 현실은 거꾸로 가는게 아쉽습니다.
언젠가는 고회장님의 생산적인 제안들이 가시화되길 빕니다.
고회장님의 협조 기대하며 부처님 오신날 행운 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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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6 16: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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