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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간도 무섭고 자연도 무섭다
김수종 2020년 01월 21일 (화) 00:07:09

2020년이 시작된 지 벌써 스무 날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얘기하지만, 2020년은 희망보다는 불확실과 불안이 지구촌을 덮어가는 것 같습니다.

1월 3일 꼭두새벽에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군 사령관인 가셈 술레이마니 소장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암살했습니다. 놀랍게도 미군은 술레이마니가 비행기로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는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가 자동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순간 무인기로 폭격하여 그와 그의 일행을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습니다. 핵심 군부실세를 잃은 이란 정부는 미국을 향해 보복을 선언했고, 이란 국민은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란은 실제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듯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8일 아침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 보잉737 여객기가 추락해서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176명이 사망했습니다. 미사일에 맞은 것입니다. 이란 군부는 사고원인을 놓고 모른다고 발뺌을 하다가 미국 신문에 비행기가 미사일에 맞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실수로 발사한 미사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미 시위를 벌이던 이란 국민은 시위의 표적을 이란군부로 겨냥했습니다. 이란의 보복 선언으로 잔뜩 긴장상태에 들어갔던 트럼프 정부는 역설적이게도 궁지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76명의 억울한 희생으로 이란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동에서도 이란은 화약고입니다. 1979년 이란 인질구출사건에서 비롯된 미국과 이란의 앙숙관계는 반세기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때 석유 값은 춤추고 세계 경제는 출렁거렸습니다. 당연히 한국 경제는 이란 사태에 묶이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호주 산불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섭씨 44도까지 오르는 고온과 가뭄에 산불이 마치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광경이 TV화면을 타고 엄습합니다. 6만㎢, 즉 남한 면적의 60%에 해당하는 땅이 잿더미로 변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덮은 갈색 연기 속에 마스크를 낀 탈출자들이 해변으로 몰려가고 서식지를 잃은 코알라와 캥거루가 방황합니다. 과학자들은 산불로 죽은 동물을 5억 마리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로 호주 산불은 재앙입니다. 불길을 피해 도망치는 호주 국민들은 아마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2년 전에 석탄산업으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를 치렀던 스카트 모리슨 총리는 호주 국민들로부터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남반구의 여름이 가면, 북반구에 여름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 여름이 오면 어떤 기후변화의 징후가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11일 대만에서는 총선거가 실시되어, 현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이 압도적으로 재선되었습니다. 홍콩 사태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책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낳은 결과라고 합니다. 현직 총통이 재선된 선거가 이상할 것도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홍콩의 민주화 데모로 중국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독립 국가를 표방하는 대만 총통이 재선됐으니 중국이 무슨 변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듭니다.

12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타알(Taal)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하늘로 치솟는 화산구름 광경, 그리고 비행기 운항이 지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TV를 통해 보면서 우선 들었던 생각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별 탈 없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사건에서 한국인들이 안전하고 자유롭지 않은 현실입니다.
한국이 그만큼 부강해져서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여행을 많이 하는 현실을 말해줍니다. 또한 21세기 들어 세계가 국경을 넘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말해줍니다. 50년 전 캐나다 학자 마셜 맥루언이 예언했던 ‘지구촌’ 개념이 한국인에게 너무나 실감납니다.
일본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중국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나와 무관한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날이 엊그제 같습니다. 인간도 무섭고 자연도 무섭지만, 시간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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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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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222.XXX.XXX.48)
중국 우한 발 독감까지 언급해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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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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