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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편하게, 사람을 살리는” 운전면허
신현덕 2019년 09월 10일 (화) 00:02:10

저는 출근하는 길에 신호등이 없는 도로 합류지점(T자)을 지납니다. 며칠 전 합류지점 왼쪽에서 자동차가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왔습니다. 당연히 직진하려니 생각하고 멈추었고 뒤에 서너 대가 기다렸습니다. 그 차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차가 저의 진로를 방해한 것이지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배려를 전혀 하지 않는 바람에 도로의 효율성이 갑자기 떨어졌습니다.

독일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보던 날 이야깁니다. 길거리를 1시간 넘게 운전하고 다녔습니다. 차 뒷자리에 앉아 있던 경찰이 즉석에서 운전면허증에 사인을 해서 주었습니다. 즉시 혼자서 운전을 해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만 옆에 앉아 있던 운전학원 교사가 “내가 보관하겠다.”며 바로 가져갔습니다.(미납 수강료와 교환하려고요)
그날 저녁에 밀린 학원등록금과 포도주 한 병을 들고 학원에 가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는 자동차를 타는 시간이면 늘 “사람을 더 편하게, 급한 경우 살릴 수 있는 운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빨리 가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하라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 등 현장에서 봅니다. 응시생이 운전을 하고, 옆에는 학원 교사가, 뒷좌석 오른쪽에는 경찰이, 왼쪽에는 다음 응시생이 함께 탑니다. 학원차가 대부분이지만 자기 소유의 자동 기아 변속기를 가진 차로도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운전면허증에 그런 내용이 다 기재됩니다. 안경 쓴 것도요.

경찰은 “시험 중에 특별한 요구가 없으면 항상 직진하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직진을 하다가도 도로 표지와 신호등 그리고 교통경찰의 모든 신호에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막힌 골목 표지판이 있는 골목으로 직진해 들어가면 불합격입니다. 불합격하는 순간 운전석에서 바로 내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뒤에 탔던 응시생이 불합격자를 집까지 태워다 주며 시험을 봅니다.

다음 모든 경우에도 낙방입니다. 표지판이 없는 합류점에서 오른쪽 차량을 먼저 보내지 않았을 때, 보행자가 있는 건널목에서 서지 않았을 때, 방향 지시등과 터널에서 전조등을 안 켰을 때, 지정된 차로를 가지 않았을  때, 평행 주차를 못 했을 때, 버스 정류장 표지판 앞뒤 15미터 이내에 주·정차했을 때, 경적을 울렸을 때, 스쿨존에서 30㎞ 이상으로 주행했을 때, 실선을 넘었을 때 등. 단 속도 제한 표지판이 없는 모든 도로에서는 마음껏 달려도 좋습니다.
비상자동차-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가 비상사태를 알리며 다가올 때 길을 비키지 않으면 낙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범칙금까지도 각오해야 합니다. 모든 추월은 반드시 왼쪽으로 해야 하고요.

자동차 주행 속도는 언제나 1차로에 가는 차가 가장 빠릅니다. 오른쪽 차로로 갈수록 반드시 왼쪽 차로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차에는 오른쪽 뒤를 보는 거울이 없습니다. 오른쪽 뒤편은 살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을 추월할 때는 반드시 1m 이상 간격을 두고 왼쪽으로 추월해야 합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도 반드시 자동차와 똑같은 신호와 법규를 지켜야 합니다. 자전거 탄 사람은 손으로 방향지시등 역할을 합니다. 자전거에도 전조등과 후미등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여덟 살 이상의 모든 사람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하기 전에 모든 지원자들은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부상자 응급처치 등을 의무로 교육받아야 합니다. 적십자사에서 시행하는 응급 처치법 교육 수료증서가 있어야 운전교육학원에서 등록을 받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는 응급처치 의료 세트, 삼각대, 여분의 바퀴 한 개가 있어야 합니다. 응급 의료 처치 세트가 없으면, 안경 쓴 운전자가 여분의 안경이 없으면 범칙금을 냅니다. 대신 건강한 운전자가 처음 안경을 써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오면 의료보험에서 첫 번째 안경 값을 보전해 줍니다.

자동차는 인간이 편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관련 법도 그렇게 제정되었고요. 우리 국토교통부의 수많은 공무원들이 독일에서 연수했겠지요. 그런데 우리 교통문화와 법규는 아직도 독일에 못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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