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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江湖)를 꿈꾸다 2
김창식 2019년 09월 05일 (목) 00:03:08

머리 띵~. "주여, 지난여름은 ‘위태(危殆)’하였습니다." 지금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로 향하는 중. 필자는 여느 여름과 마찬가지로 무협소설을 읽으며 더위를 났습니다. 무협물은 가벼운 터치의 허구적 이야기여서 그런대로 흥미도 있고 대충 읽어도 좋으며 무엇보다 머리에 쥐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경 써서 다른 책(신문 포함) 읽느니 무협소설로 아픈 머리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것이에요. 나는 떠나리라 무협의 세계로!

다음의 장점은 여행사를 통한 번거로운 패키지여행 말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죠. 단체가 아닌 혼자만의 여행이니 누구와 얼굴 붉힐 일도 없겠군요. 중국의 명승지나 유명 관광지 등 유서 깊은 곳을 유유자적 둘러보거나, 변황(邊荒)이나 새외이역(塞外異域)까지 나아가 오지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소림사, 옥문관, 막고굴, 해남도, 사천 촉도, 하서회랑, 곤륜산맥, 포달랍궁…. 동정호에 유람선을 전세 내 띄우거나 황학루에 올라 한잔 기울일 수도 있겠죠.

이런 효능은 또 어떤지요? 무협소설은 장르물인만큼  삶과 죽음을 무슨 특별한 일이 아닌 심드렁한 일상의 일로 다룹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팔, 다리 한 개 쯤 잘려나가는 것은 예삿일이에요. 그러니 현실에서 아무리 남루하고 허접한 삶을 살지라도 비록 아날로그적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런 아수라판에 끼지 않고 그럭저럭 연명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요즘 같은 수상한 세상에 크게 안 다치고 멀쩡하면 본전은 하는 것이니까요,

그에 더해 지금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석년의 누아르적 가치를 돌이키는 기회도 얻습니다. 사랑, 의리, 우정, 신념, 관용, 배신, 복수, 용서…. 하지만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센 놈’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짐작하는 대로 ‘돈’입니다! ‘돈’은 강호를 접수한 후 한 번도 1인자의 위치를 위협받은 적이 없죠. 심지어 명예나 권력도 ‘돈’ 앞에선 머리를 조아립니다.

무협소설이라고 해서 뭉뚱그려 마냥 만만히 볼 것은 아니에요. 요즘 ‘책마을’ 같은 대여점에서 잘 나가는 ‘무협물(Fantastic Oriental Heroes)’은 대개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무협 작가들 중에는 실제로 시나 소설로 등단한 사람도 있습니다. 무협물은 허황된 이야기일망정 정치하게 풀어내 개연성이 있고 구성이 탁월한 대하소설이 있는가 하면, 문학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도 있습니다. 그 한 예로 다음의 묘사를 보도록 하죠.

‘여덟 자루의 칼이 허리 잘린 난초처럼 나부꼈다. 한꺼번에 던졌는데도 전해진 힘이 달라 방위며 위치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일부는 떨어져 바닥에 꽂히고, 일부는 아직도 체공한 채로 바람개비처럼 회전했다. 몇 자루는 개의치 않고 올곧게 앞으로 나아갔다.’ -<백가쟁패(百家爭覇)>, 오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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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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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호 (222.XXX.XXX.194)
김창식 교수님 안녕하시지요? 교수님의 강호2를 읽고 호쾌함을 느낍니다. 언제나 교수님의 그 성격이 좋습니다. 저는 교수님처럼 확 트이지를 못하고 답답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수님을 좋아 합니다. 저의 생활에 새 바람을 불어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내주 타풍이 지난 9/9일 17시쯤에 교수님과 맥주 한잔 했으면 하는데 어떠신지요?
장소는 6번 출구 입구에 있던 호프집에서요. 혹 합석할 분이 있으면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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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5 11: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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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61.XXX.XXX.109)
잘 알겠습니다, 이 선생님. 댓글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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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7 1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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