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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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위하여

김영환

2008년 02월 15일 (금) 01:27:02

불이 났습니다. 임진왜란에도, 6.25 에도 참화를 모면해온 국보 1호 숭례문의 불타는 광경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되었습니다. 무너져 내린 역사와 민족혼의 잔해에 조화를 올리며 우는 국민들이 허다했습니다.

숭례문을 아낀 것은 우리 민족만이 아닙니다. 남대문과 남대문 시장이란 이름에 친숙한 일본인들도 비통해 했습니다. 개화기 조선에 관해 책을 쓴 여행가들의 저서에는 으레 숭례문 과 그 왼쪽의 긴 성벽을 함께 찍은 사진이 조선의 상징물로 실렸습니다. 영국의 여류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부인의 ‘조선과 그 이웃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입만 열면 이 나라의 문화유산이 자기 것인 양, 나의 문화유산 운운하며 국가예산으로 저서는 물론이려니와 북악산 탐방 자료라는 팸플릿까지 2,000원에 팔던 사람이 이제 잿더미 앞에서 죽어서도 죄를 씻을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슨 연대니 하면서 문화재를 보호하자고 방송에서 늦부지런을 떠는 문화관련 시민 단체들도 가소롭긴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년 간 자동차 분진과 소음 공해로 무차별 공격을 받아온 숭례문을 시민공원으로 만든 것까지 정략적 공격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허용과 범접에 경계선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동종인 국보 36호 오대산 상원사 동종(725년 주조, 신라 성덕왕24년)은 허공에 떠서 공후(箜篌)와 생(笙)을 연주하는 비천상이 새겨진 걸작입니다. 그러나 종각을 지어 겨우 촘촘한 창살 틈으로만 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당연한 보안 조치이죠.

불에 스러진 숭례문의 잔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화문 현액을 박정희 대통령이 썼으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려야 한다며 ‘역사 바로잡기’로 쾌재를 불렀던 정치에 밀착한 문화인들이 광화문을 헐고 옮겨 짓는 정성의 10분의 1, 100분의 1만 숭례문에 쏟았던들 이렇게 612년의 역사를 태워먹는 만행을 방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요. 광화문은 디지털 기술로 한자를 집자하여 다시 쓴다지요. 그렇게 쓰면 조작이지 문화재가 됩니까.

문화는 콘텐츠라고 소리 높여 외치던 사람들은 숭례문에 대해 이제 설계도가 콘텐츠라고 강변하시겠습니까. 국보1호를 유지하지 않으면 화재소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이 분명할 것 같으니까 국보1호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는 것도 가소로운 일입니다. 숭례문이 국보1호 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아닌 후손들이 판단해야 하겠지요.

고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으레 사적 앞에 서면 안내판을 읽어 봅니다. 중종 때 화재로 소실되었다든가, 혹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동란 등 소실의 사유도 가지가지입니다. 이제 숭례문 안내문에는 무슨 글이 실릴까요. “2008년 2월10일 방화범의 소행으로 불이 나 2층 누각이 모조리 사라졌다… ”고 할까요.

왕릉 재실 앞에서 엘피지 가스로 불을 붙여 불고기 파티를 했을 때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디까. 낙산사 동종에 자기 이름 새겨넣으면 천년 고찰 낙산사 역사와 자신이 동격이 됩디까.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그런 황당한 정신 상황이 빚어낸 문화재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숭례문 참화를 방조했다고 믿습니다.

새 정부에 건의합니다. 문화재청은 문화관광부에 흡수하고 문화재 관리는 민간에 이양해 화재보험 회사에 맡기시지요. 그것이 문화재를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쪽 팔리는 관리 때문에 국민들은 역사에 낯을 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후손들이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하겠지요. “이 자들은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었길래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록 방치했는가….” 지난 13일 오후 숭례문의 방화테러 현장을 바라보면서 소실의 충격이 국민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남기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이명애 (58.XXX.XXX.216)

친구의 아들은 외국에서 유학 중입니다. (지금쯤 졸업했을지도...) 친구의 아들의 친구들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너희네 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야. 본인이 00을 설립했다는데, 왜 국민들은 아니라고 하고,그런 사람을 나라의 수장으로 모시고..." 또 "특별검사팀을 왜 꾸리니? 본인이 했다는데,..너희 나라에는 상황만 있고 정의는 없는 모양이지?" 숭례문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누가 가르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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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5: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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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24.XXX.XXX.49)

타국에 있어도 스트레스와 수치의 무게는 같습니다. 이곳에서 발간된 신문의 숭례문 화재에 코리안이라고 말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겠습니다. 이 수치스런 역사적 사건은 광주사태 미국 방송의 보도 보다도 더욱 챙피합니다. 정부 관리들도 문제이지만 국립 박물관에서 떠들고 뜰에 전시되고 있는 유물에 앉아 사진 찍는 국민들의 무지도 교육해야합니다. 골프 여행 고만하고 한번쯤 일본의 유적지에 보내 교육 받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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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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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rine (121.XXX.XXX.122)

한국사회 전반적인 병폐와 무식의 엽기적 현상이 또하나 드러난것 뿐입니다.창피해서 외국에 얼굴을 들고 나갈 수 없는 지경입니다.어디 문화재청장 뿐입니까? 이나라 사회 어디 한군데라도 멀쩡한 데가 있습니까?썩고 부패하고!잘못인 줄 알면서 묵인하는 인간들은 또 뭡니까?모두의 책임입니다.조만간 다시 출국하는 날이 학수고대됩니다.한국에 있으면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시원한 글이라도 읽을 수 있는 것은 희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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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5 1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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