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는 황새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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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는 황새도 쫓는다

박시룡

2008년 02월 05일 (화) 07:51:37

한반도 마지막 황새 발견 이후 37년, 황새 복원작업 시작 이후 12년…. 황새 복원을 접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지금처럼 심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1971년 황새가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살았었습니다. 그게 한반도의 마지막 황새였습니다. 황새가 살 곳을 찾아 나선 지도 12년째가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찾지 못했습니다. 복원의 진정한 의미는 과거 서식지나 번식지에 다시 황새가 살게 해, 파괴된 농촌 환경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에 황새가 매우 흔했다는 증거자료가 처음 나온 것은 1897년입니다. 당시 제물포에 있었던 영국왕실 소속 영사관의 캠벨(Campel)이라는 직원이 한국의 조류를 처음 조사한 문헌입니다. 그 문헌에 보면 ‘황새가 귀한 새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고 시골 마을마다 거의 한 쌍씩 번식하며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발간한 문헌을 봐도 러시아에서 지금 번식하는 황새는 적어도 수 ㎞에서 수십 ㎞ 떨어져 있는데, 유독 한국에 살았던 황새는 번식 쌍의 간격이 100m 이내에서도 살았다고 나와 있는 걸 보면 옛날에는 우리나라에 황새가 많았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황새가 텃새로 살았던 시절의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일제 때 일본사람들이 ‘황새 번식지’라고 비석을 세운 곳이 지금도 두 군데 남아 있는데, 아마 이것마저 없었다면 번식지를 찾지 못했을 겁니다. 한 군데는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 다른 한 곳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입니다.

황새복원 연구팀은 거의 10년 동안 한반도 황새번식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나이든 어른들을 대상으로 수소문 끝에 경기도 여주 2곳, 이천 3곳, 그리고 충남 부여에서 1곳 찾아냈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이렇게 회상하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무에서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자주 부리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큰 날개를 펼치며 공중에서 곡예비행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습니다. 어떤 새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자태는 우아했습니다.”

그 지점들을 지도에 표시해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황새는 남한강 지류의 냇물을 먹이터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마을의 가장 큰 나무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소나무, 그리고 아카시 등 수종도 가지가지였습니다.

황새가 둥지를 튼 집의 주인이 그 당시 마을에서 가장 잘 살았던 것도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황새를 부와 영화를 가져다 주는 새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황새가 둥지를 틀 정도의 나무가 있던 곳이라면 집안 대대로 살아온 집 아니고는 그런 큰 나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황새와 부잣집과는 이렇게 맺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분명 마을 어귀에 더 큰 나무가 있는데도 황새가 그 나무를 이용하지 않고 꼭 사람이 사는 집의 나무를 이용해서 살았던 곳도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찾은 옛 황새번식지는 대부분 6ㆍ25 전후에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일부는 폭격을 맞아 없어졌지만, 총으로 쏴 죽여 없앤 것도 있었습니다.

이곳을 무대로 황새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황새 복원은 먼저 서식지가 복원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 복원 가능성이 아주 낮아 보입니다. 벌써 그곳에는 ‘대운하 건설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땅값이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황새 복원의 첫째 조건은 주민들이 찬성해야 하는데, 주민들에게 불어 닥친 땅값 상승의 기대심리는 황새 복원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경기도는 우리나라 골프장의 절반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옛날 황새가 먹이를 잡고 살았던 개울은 골프장에서 흘려보낸 오염된 물 때문에 이미 죽음의 하천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요즘은 농민들도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무농약 농사를 해야 할 준비는 되어 있는데, 골프장은 그렇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새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이 우리 생태계 파괴를 더욱 가속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황새를 복원해 농촌의 생태계를 다시 살리겠다는 당초 계획이 시골의 땅값 상승과 골프장에 의한 오염으로 그냥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닌지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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