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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관세가 좋다
허찬국 2018년 10월 17일 (수) 00:05:36

미국은 9월에 중국 수입품의 약 반 정도에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양국 간 분쟁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 초부터는 이를 25%로 올리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미국 수입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1, 2大 교역 상대국인 두 나라의 티격태격은 수출이 매우 중요한 우리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관세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계속 낮아져온 추세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연합국들은 그 이전 1, 2차 세계대전 사이의 戰間期(1919년~1939년)의 극심했던 세계경제 혼란을 반면교사 삼아 전후 안정된 세계경제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브레턴우즈(Bretton Woods)체제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체제 하에서 국가 간 무역의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바탕으로 무역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주효하여 평균 관세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한국, 미국, 또는 북미 3개국만 참여하는 소규모 지역무역협정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GATT, WTO와 같이 여러 나라가 한꺼번에 참여하는 다자체제가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다자체제가 다져놓은 무역자유화를 바탕으로 이해관계가 더 긴밀한 나라들끼리 진일보한 무역 자유화조치를 시행하는 것이어서 그간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요. 

선진국 중에도 미국이 무역 자유화 주창자였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가 통상정책의 주된 수단으로 부각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일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공산품 수입에 부과되는 (가중평균)관세율은 약 2%입니다. 공산품 수입의 약 반은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10%를 넘는 관세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특정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가 올라가면 수입이 줄어듭니다. 10%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품의 국내 판매 가격이 그만큼 비싸지니 덜 팔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관세의 득실을 따지는 일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해당 수입품과 유사한 물건을 만드는 국내 기업에게는 반가운 일이지만 해당 품목을 자사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기업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은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들 품목은 대표적인 중간재입니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동종 제품의 물량이나 종류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수입품에 의존해야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관세 인상은 바로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 내 기업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공산품 제품의 구성이 더 복잡해지고 운송 및 통신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생산과정이 점점 여러 나라로 조각나 배치되었습니다.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여러 나라를 들락거립니다.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만들었음’이라는 문구가 뒷면에 표시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좋은 예입니다. 미국 회사의 제품이지만 무역통계에는 중국의 수출품으로 잡힙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만들어진 제품 가격의 90%를 넘는 부품들이 중국에서는 최종 조립되어 미국으로 보내지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미국 제품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완제품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된다고 해서 아이폰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행위입니다. 실제로 애플사 제품들은 미국의 지난 9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애플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9월 관세부과에서는 면제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 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내년 초 예외 없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미국 정부의 행태에서 보듯이 다시 관세가 중요한 무역장벽으로 등장했습니다. 소비자 선택을 제약하고 가격을 높이는 효과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폰 최종 조립을 미국 내에서 한다면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고 애플의 매출도 타격을 받을 겁니다. 이런 효과 못지않게, 혹은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생산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여러 나라의 자료를 사용하여 실제로 관세인하가 제조업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검증하여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필자도 최근 출간된 논문(아래 참조)에서 제조업 사업장의 자세한 자료를 사용하여 한국에서도 이런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저의 연구는 두 가지 경로를 검증하였습니다. 하나는 최종 산출품의 관세인하는 수입품 가격인하를 통해 해당 제품시장의 경쟁을 촉진하여,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효율성을 높이도록 합니다. 다른 경로는 최종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제품들의 관세인하는 생산비용을 낮추어 역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런 효과가 규모가 큰 기업에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관세가 낮아져온 현상을 소비자 후생과 생산성 증대 효과를 중시하는 이성적 판단이 말초적 정치적 구호를 극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런 해몽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선동과 극단에 휘둘려 제정신이 아닌 듯한 작금의 세태를 보며 이런 낙관적 기대가 더 필요해 보입니다.

 

우지에·허찬국 “한국 제조업 사업체 패널 자료를 이용한 관세인하의 총요소생산성 효과 분석” 「한국경제연구」 제36권 제3호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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