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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선까지로!
박상도 2018년 07월 18일 (수) 00:04:42

몇 해 전에 언론사 대선배 몇 분과 시내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현역 원로 정치인이 선배 몇 분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정치인이 가고 나서,
“저분이 나이가 몇이지?”
“아마 70 넘었을 걸.”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안 늙어.”
“하긴…”
그 후 대화는 ‘정치하는 사람은 왜 늙지 않을까?’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고 결론은 ‘문제를 만들고 해결은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났습니다.

필자는 정치인이 늙지 않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엄격하지 않습니다. 샐러리맨들에게 출퇴근 시간은 자신의 목줄입니다. 하지만, 정기국회 때, 여기저기 빈자리가 있는 국회 본회의장을 보면, 회기 때도 참석하지 않는 분들이 평소에는 오죽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월급쟁이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자신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일을 합니다. 감기에 걸려도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출근해야 하고, 주어진 휴가도 눈치 보며 다 찾아 먹지 못하는 것이 월급쟁이들의 현실입니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하루를 쉬면 그만큼 벌지 못하니 주 7일 근무가 기본인 자영업자들이 태반입니다. 컨디션을 살피지 못하고 일을 하면 사람은 자연히 나이보다 더 늙습니다. 그리고 피로누적으로 과로사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런데 정치인이 과로사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긴 해마다 치고받으며 공전(空轉)을 거듭하는 국회를 보면 과로사를 하려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 겁니다.

일은 설렁설렁하면서 꼬박꼬박 세비를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특별활동비를 서로의 묵인 하에 사이좋게 가져다 쓴 관행이 적발됐습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면서도 여야 모두, 돈 가져다 쓰는 데는 힘을 합치기 쉬웠나 봅니다. 정치인이 늙지 않는 이유는 눈치를 보는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세금 내는 국민이 무서웠으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3년간 240억 원이나 되는 돈을 꿀꺽했겠습니까?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정당 대표나 상임위원장 순으로 특활비를 더 챙겨갔습니다. 즉, 다선(多選) 의원일수록 특활비를 더 가져갔는데 아마도 초선의원의 경우 특활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선수(選數)가 높을수록 돈 나오는 구멍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간 사람, 더 높은 사람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미래가 밝은 법입니다. 그런데 국회 본회의장에 배치된 의자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다선의원일수록 자리가 외곽에 있습니다. 국회 출입 기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관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리가 변방일수록 눈치 안 보고 나가기가 쉽고 딴 짓을 해도 걸릴 염려가 적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귀띔을 합니다. 앞에 앉아서 의정활동의 모범을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뒤에 앉아서 특활비나 챙기는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된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특활비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런 발 빠른 조치로 정의당의 지지율은 두 자리 수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당의 김종대 의원은 한발 더 앞서 나가서 자신의 보좌진을 9명에서 1명으로 줄이겠다고 합니다. 의원 본인은 힘이 들겠지만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는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민도(民度)가 정치수준을 한참 앞선 상황에서 ‘세금만 축내는 낡은 정치인들을 계속 인내하며 보고만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알아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모습이, 온갖 비난 속에서도 특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못 듣는 척 자리를 뭉개고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기 때문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국회의원 2선 제한을 발의하는 정당이 나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3선, 4선으로 갈수록 계파를 만들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게 되고, 갑의 위치에서 십수 년을 보내면서 민생 현장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니,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절실하게 매달리지 않게 됩니다. 아울러 2선까지만 의정활동을 한 후에는 자신의 직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치 선진국인 스위스는 90%의 연방의회 의원이 ‘파트타임 잡(job)’으로 의정활동을 합니다. 즉, 자신의 직업이 따로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면 현장속에서 시민들이 바라고 생각하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신이 현재 국회의원이고 임기가 끝나는 4년 뒤엔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게 임대료의 상한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당연히 제출하겠지요? 당연히 계약 갱신 기간도 연장하는 법안을 만들고 싶겠지요?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청구나 부자재 떠넘기기 같은 갑질 행위를 차단하는 법안이 발의되면 당연히 찬성표를 던지겠죠? 그런데 20대 국회 들어 이렇게 발의된 법안들이 상임위원장 의자 밑에 깔려서 숨도 쉬지 못하고 푹푹 썩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허덕거리는 이유의 가장 큰 원인이 높은 임대료와 짧은 계약갱신기간입니다. 물론 최저 임금 인상 역시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에 비할 바는 못됩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한 심상정 의원이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를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건물주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니 최저 임금이 인상되면 그 고통을 소상공인인 을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병이 나눠 갖게 되는 겁니다. 건물주나 프랜차이즈 본사 같은 갑은 별로 영향이 없습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그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출신이 갑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편향되지 않게 발전하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구성비가 여러 사회 계층의 구성비와 비슷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폐단을 막는 방법은 국회의원 2선 제한입니다. 딱 두 번까지만 하고, 다들 자기가 해왔던 생업으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하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겁니다.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은 정당이 늘 단골로 하는 말이 ‘모든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이야깁니다. 특권을 내려놓는 매우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출신 편의점주, 국회의원 출신 치킨집 사장, 국회의원 출신 아파트 경비원, 국회의원 출신 소방공무원, 국회의원 출신 환경미화원이 나오면 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간악스런 대사가 있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농장의 주인을 몰아내고 동물들의 세상을 만들었더니 그 속에서도 특권을 누리는 돼지들이 자신의 특권을 정당화하면서 만든 말입니다. 정치인들이 늙지 않는 이유는 법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정치가 직업이 되지 않게 시스템을 바꾸면 됩니다. 국회의원을 2선까지만 허용하면 지금보다는 젊고 깨끗하고 유능한 국회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어느 누가 자기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치인과 연예인의 공통점은 국민의 사랑으로 크고, 국민의 외면으로 은막에서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다음 총선에는 국회의원 2선까지만 허용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정당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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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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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시 (27.XXX.XXX.224)
"3선, 4선으로 갈수록 계파를 만들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게 되고, 갑의 위치에서 십수 년을 보내면서 민생 현장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니,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절실하게 매달리지 않게 됩니다. 아울러 2선까지만 의정활동을 한 후에는 자신의 직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꼭 분위기 조성하여 추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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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11:47:33
1 0
아메리카노 (223.XXX.XXX.193)
글 잘 읽었습니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가을도 멀지 않다고 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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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18:32:50
0 0
초록 (125.XXX.XXX.188)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정치가 일상이고, 축제가 되는 날이 오겠지요. 한국 정치의 미래도 밝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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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14:18:54
1 1
이동익 (118.XXX.XXX.224)
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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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14:56:40
1 0
하이디 (210.XXX.XXX.34)
저도 국회의원 2선 제한에 한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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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13:10:57
1 0
김봉길 (121.XXX.XXX.44)
국회의원 2선 제한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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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17:56:32
2 1
JA 721 (222.XXX.XXX.158)
필자님 ! 좋은 글 잘 읽고 맞습니다 !
대한민국은 정치판에서 편하게 놀고 먹는 고등 사기꾼이 많아서 현명한 국민이적극 나설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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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11:24:33
1 0
창주 (14.XXX.XXX.3)
지적하신 대로 정치가 직업이 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합니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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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10:32:46
0 0
꼰남 (14.XXX.XXX.233)
새로운 방안 제시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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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09:30:44
0 0
한 팡세 (118.XXX.XXX.250)
획기적인 발상에 갈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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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07:41:2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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