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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성급하면 사람들은 괴롭다
김수종 2018년 06월 28일 (목) 00:14:00

날씨가 더워서 지인 몇 사람이 냉면 집에 갔습니다. 을지로 3가에 있는 이름 있는 옛날 냉면집입니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커피 한잔하자며 근처 2층 다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래된 그 냉면집만큼이나 그 다방도 오래된 업소입니다. 그곳은 요새 카페와는 전혀 다른 완전 옛날식 다방입니다. 커피와 전통차만 팝니다. 커피값도 카페의 반값입니다. 점심 시간대에 커피를 마시려는 젊은 직장인들이 한차례 왔다 가면 대개 나이 많은 사람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곳입니다. 그 다방에선 50대의 여자 주인이 커피를 끓이고 종업원 한 사람이 차를 날라 주곤 했습니다.

그날은 여자 주인 혼자 차도 끓이고 찻잔을 손님에게 날라다 주는 등 이것저것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종업원은 어디 보내고 직접 다 하세요?”

우리가 건넨 이 말에 그 주인은 허공을 바라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아니,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시간당 1,000원 이상 올려놓으면 이 다방에서 종업원을 쓸 수 있습니까? 최저임금 올리니 식당 음식 값이 1, 2천 원씩 올랐어요. 가게 못 살게 만들면서 최저임금 올리고 물가 오르니 서민들이 좋아진 게 뭐예요?”

신문을 읽었는지 나름대로 이치를 따지면서 조근조근 말했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보수성향의 노년층이라 그런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날을 세웠습니다.

아마 옛날식 가게를 운영하는 그로서는 비판을 떠나 절박한 현실 문제였을 것입니다. 청와대나 경제 부처의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3, 4년 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정책결정 1년 후 서민 경제에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그 다방 주인 말을 들으면서 크게 공감한 것이 음식값 얘기였습니다. 어딜 가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 벽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 값이 오른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이던 것이 2018년 7,530원으로 16.4% 인상됐습니다. 음식 가격표를 보며 느끼는 것은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밥값이 올랐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6,000원 하던 찌개가 7,000원으로 올랐다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일자리를 확보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행복한 일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불행합니다. 보통 음식점은 음식 값을 올려 종업원에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 옛날 다방처럼 고객의 주머니를 살피며 커피값을 올릴 수도 없는 가게 주인은 욕설이 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득 수준에 변화가 없는 서민들에게 물가 상승은 송곳처럼 아픕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사회는 변하게 되어 있고,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나 정책을 바꿔가는 것은 순리적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더욱 급격한 변화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전광석화같이 해치워야 후유증이 덜한 정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경제정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급을 조절해야 합니다.

“治大國而数變法則民苦之”(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주 법을 바꾸면 백성들이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2200년 전 중국의 한비자(韓非子)가 한 말입니다.

한비자는 천하의 혼란기였던 전국(戰國)시대를 제압하고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에게 큰 감명을 준 법가(法家)사상의 완성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비자는 공자와 맹자 같은 유가(儒家)를 비판하면서 인의(仁義), 즉 어질고 의로운 생각만으로는 신하들을 제어하며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어울리지 않게도 노자(老子)의 도가(道家)사상 일부를 호의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노자의 다음 구절이 바로 그렇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治大國若烹小鮮”(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집으면 모양이 허물어지고 그 윤기도 잃게 된다는 평범한 일상의 현상을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구현 행태를 보면서 노자와 한비자의 ‘작은 생선 굽는 얘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정책을 성급하게 바꾸면서 치밀한 사전 준비와 부처 간 조율이 모자란 것이 드러납니다. 최저임금 정책의 목적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본래 취지일 텐데,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큰 나라’입니다. 인구 5천만 명에 국민소득(GDP) 규모에서 세계 11위를 오르내리는 경제 대국입니다. 고칠 게 많은 나라입니다.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입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하지만 한비자의 말은 울림이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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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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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125.XXX.XXX.3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위원님께서 표현하신 문장이 너무 좋습니다. 저도 본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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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 16: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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