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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도난당한 열정’
고영회 2018년 06월 14일 (목) 00:33:31

‘핵심기술 중국에 넘기려 한 삼성전자 전무 구속/반도체 핵심기술 빼돌린 삼성전자 간부 구속...’ 2016년 9월 22일 주요 기사 제목입니다. 이런 기사에 달린 댓글도 “기술도둑은 매국노, 사형시켜라, 매국노 이완용이나 다름없다”와 같이 무시무시했습니다(사진1).

이 전 전무는 형사 재판을 받았습니다. 올해 1월 22일 수원지방법원은 “이 전 전무는 회사 집에서 일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출력했을 뿐이고, 다른 회사로 자료를 유출하거나 그런 시도를 한 정황도 없다.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 기업과 접촉한 정황은 아예 없다(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보도에서 인용함).”면서 이 전 전무의 기술 유출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무죄로 밝혀져 다행입니다. 그동안 당사자가 당했을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렇게 요란하게 기사들은 오보였습니다. 한 사람을 나락에 빠뜨린 결과가 나왔을 때, 보도 기사를 검색하니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사진2). 기술유출 무혐의는 관심없었고 엉뚱하게 처음 보도에서 나오지 않은 사실(법인카드 사용 배임)을 개탄했습니다.

   
사진1(네이버 검색 화면)                                      사진2(네이버 검색 화면)

 

<보호받아야 할 기술은>
불법으로 기술을 유출한 사람에게는 ‘부정 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형법’ 등이 적용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합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도 이와 엇비슷합니다.
유출의 대상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영업비밀에는 여러 가지(인사, 재정, 총무, 영업, 교육 등)가 있는데, 이 가운데에서 제품의 설계, 가공, 조립 등 기술에 관한 것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을 때는 특허권을 확보하거나 자기의 노력으로 비밀을 유지해 보호를 받습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비밀유지의 책임은 본인이 지고 기밀을 유지하지 않는 순간부터 영업비밀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위험부담이 큽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것을 빼돌린다면 불법행위로서 범죄이고 처벌을 받습니다. 세간의 관심거리가 되는 기술유출사건이란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낮은 수준의 기술이거나, 특허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자기의 노력으로 기밀로 유지하고 있는 기술정보를 불법으로 빼돌리려다가 들킨 사건’인 셈입니다.

<기술유출에서 예비음모죄는 곤란>
현행 제도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문제는 법에 예비음모죄를 규정한 것입니다. 기술을 유출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하로 징역형을 주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때릴 수 있습니다. 기술유출은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예비하거나 음모하는 때에도 처벌하자는 것이겠지만, 이런 벌칙은 원래 의도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들의 전직을 금지하기 위한 압박 도구로 악용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말하자면 너 혼나볼래? 이런 식이죠. 실제로 이렇게 악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보입니다. 옛 왕조시대에 역적을 모의한 사람에게 적용하던 것을 기술유출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를 거슬러 가는 느낌입니다. 기술유출사건의 특성, 범죄의 중대성, 악용위험성 등 고려할 때 예비음모죄는 곤란합니다.

<회사 옮기려 할 때 특히 조심해야>
과학기술자는 기술 자료에 애착이 많을 것입니다. 전직, 퇴직할 때 기술자료를 자기 컴퓨터에 담아 나오면 아주 위험합니다.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지식수준에 해당하는 자료라도 기술유출사건에 연루된 다음부터는 대단한 자료인 것처럼 돌변합니다. 휴대저장장치(유에스비)에 조금 담아도 쉽게 트럭 몇 대 분 자료가 됩니다. 회사 자료가 발견되면 그것이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려니 힘겹습니다. 퇴직할 때에는 그 회사에서 작성된 어떤 서류도 갖고 나오지 않는다는 자세로 정리해야 합니다.

<기술유출사건에 걸렸다면>
기술유출사건은 사전에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미리 확보되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본인은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에서 자기를 방어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할 때에도 다급한 마음에 큰돈을 들여 거물 변호인을 선임할 욕심이 생길지 모르지만 중요한 기술유출사건인 경우 주로 기술적 증거 싸움이고, 이는 얼마나 성실하게 입증하느냐의 문제이므로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성실한 변호인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술유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싸움은 길게 갈 것이란 생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처음에 정신력, 체력, 재력을 너무 소모하여 나중에는 지쳐 중간에 포기해 버리고, 그래서 평생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 될 수 있습니다. 알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불법 기술유출을 두둔할 사람은 없습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그 행위에 상응하는 벌만 받아야 합니다. 윤건일 전자신문 기자는 ‘도난당한 열정’에서 “ 2000~2009년 10년 동안의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비율은 11.95%였고,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사건의 1심 무죄 선고 비율(0.19%)의 63배에 이른다. ”고 분석했습니다. 지금도 통계값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억울하게 엮은 사건이 많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건을 봅니다.

기자는 기사를 쓸 때 기술유출혐의를 받는 당사자에게도 사실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당사자가 헤어날 수 없게 만듭니다.

억울한 기술자를 한 사람 만들면, 우리 사회는 소중한 인재 한 사람을 잃습니다. 우리 사회 자산이 사라집니다. 불법은 응징해야 합니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게 제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사건이 생겼을 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수사기관, 법원, 언론이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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