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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7시간, 문재인의 2시간
김홍묵 2018년 06월 12일 (화) 00:02:13

‘군(軍)통수권 공백’ 문제가 잠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북·미 회담과 선거 이슈에 떠밀려 도로 가라앉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남북 정상 간 번개 회담을 한 2시간 동안 군통수권 공백 사태가 있었다는 야당의 지적이 발단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전 세월호 침몰 때 7시간의 모호한 행적이 빌미가 돼 탄핵, 파면으로 정권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보다 비록 시간은 짧지만 문 대통령의 2시간 통수권 공백은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으로선 훨씬 엄중한 상황입니다. 다행히 아무런 일도 없었고, 문 대통령도 공백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뒤늦게 지시했지만.

미국의 35대 대통령 케네디(1917~1963)는 한 연설에서 “오늘날 핵무기는 인류에 있어서 다모클레스의 검(劒)”이라고 했습니다. 인류의 운명이 단추 하나에 달려 있음을 환기시킨 경고입니다. 기원전 그리스인이 건설한 시칠리아 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 왕 디오니시우스 2세 시절, 신하 다모클레스는 항상 왕의 행복을 부러워했습니다. 어느 날 왕이 “그대가 부러워한 임금 자리에 하루 동안만 앉아보라”고 했습니다. 감읍하며 왕좌에 앉은 신하는 문득 천장을 쳐다보았습니다. 거기엔 머리카락 하나로 매단 예리한 칼이 보였습니다. 그의 감격은 한순간에 공포로 변했고, 왕좌에 앉아 있는 동안 살아 있는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다모클레스의 검’은 권력의 자리가 밖에서 보는 만큼 안일한 것이 아니며, 항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해 주는 교훈입니다. (2007년 1월 31일 <김홍묵 촌철> ‘다모클레스의 검’ 참조)
300년 전국을 종식시키고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를 연 일본의 이에야스(家康 1543~1616)도 자신에게 반기를 들려는 철부지 손자사위이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6~1598)의 유자 히데요리(秀賴)에게 인생 70년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영주(領主)는 항상 물이 새는 배 위에, 불타는 지붕 아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굳이 옛날이야기를 들먹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의 상황이 더 긴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올 신년사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며 미국을 겁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는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자칫 핵전쟁이 터질까봐 온 인류가 조마조마했습니다. 반년도 안 된 일입니다.
북핵을 두고  초강대국들의 이해가 엇갈린 한반도에는 아직까지도 전운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과 미국이 직접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다 다시 열기로 하는 등 ‘역사적 대전환’을 위한 연극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 상황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이룩하겠다는 불타는 염원(burning desire)으로. 그것이 국민의 안녕과 국가의 안전을 위한 불가결한 요소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열정 때문에 대통령 자신과 국가 안보에 손톱만큼의 틈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1985년 레이건 미 대통령은 대장암 수술로 8일 동안 통수권을 조지 부시(아버지) 부통령에게 위임했고, 조지 W 부시(아들) 대통령도 2002년과 2007년 대장내시경 수술을 받으면서 각각 2시간씩 체니 부통령에게 이양했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통치권자의 방심은 지독한 치욕(burning disgrace)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범증(范增)의 꾀에 유방(劉邦)이 항우(項羽) 진영에 초대받아 갔다가 자칫 불귀의 객이 될 번했던 홍문연(鴻門宴) 사건, 국민당과 공산당 합작 공작에 서안(西安)을 방문했던 장개석(蔣介石)이 장학량(張學良)에 의해 연금됐던 서안 사건 등 중국 고사나 정변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 친서를 들고 온 김영철을 칙사 대접한 미국은 편지 안팎의 독극물 검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혹시 김정남(김정일의 장남) 독살 의혹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만에 하나 미국의 대통령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제거하고, 김정은 체제를 보장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낸다는 북·미 정상회담이 획기적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65년을 지속해 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과 북이 경제대국으로 거듭날까 막연한 기대도 가져 봅니다.
그러나 그 평화의 길이 오늘 하루 만에 닦일 것이라고 믿는다면 너무 성급한 기대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오늘 싱가포르의 북·미 정상회담에 김정은이 핵 가방을 들고나올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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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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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킹 (211.XXX.XXX.39)
뭐가 통수권 공백이었다는 거야.
진짜 아는 척 오져요.
시비 걸고 싶은 마음은 그냥 마음으로만 가지쇼.
그런 거 꺼내놓으면 비웃음이나 받지 뭘 기대하는 거요?
기차보고 짖는 홍준표도 안 주어먹는 걸 가져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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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 00:59:44
3 0
변우찬 (175.XXX.XXX.109)
국가 운영의 근본은 민심입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가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질책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이 운영하기에, 궐석의 이유와 결과가 국민이 납득한다면 괜찮습니다.
답변달기
2018-06-12 11:26:10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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