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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가치가 있는 세상
김홍묵 2018년 05월 16일 (수) 00:07:19

“감옥이 저(구치소) 안인지 밖인지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정호성(49)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4일 징역 1년 반을 살고 만기 출소하면서 던진 술회입니다.
끼니와 거처가 없어 일부러 범행을 저지르는 막장 인생 말고는 결단코 가길 싫어하는 감방.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사람이 영어(囹圄)에서 풀려났지만, 구치소 담장 밖이 한없이 자유롭고 해방된 공간이 아닌 것 같다는 감회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하기야 같은 날, 징역 20년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최순실이 전신 마취 수술을 앞두고 “1년 동안 못 본 딸(정유라)을 2분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변호인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에 호소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밖에서는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 모임’ 500여 명이 가면을 쓰고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외치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딸을 한순간이나마 보고 싶은 모정, 선대가 일군 기업을 지키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재벌 일가, 민낯을 드러내지 못하고 가면차림으로 재벌 가족 갑질에 항거하는 직원. 그들도 모두 마음속은 감옥보다 더한 나락일 테지요.

그날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해 경찰에 출두한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염치가 없다”고 공박했고, ‘미투’ 파문으로 두 달 전 사직서를 냈던 민병두 의원은 사의를 철회했습니다.
또 금융감독원장에 ‘늑대(김기식)보다 무서운 호랑이(윤석헌)’가 임명됐고, 작년 3월 취임해 KTX와의 통합을 반대해 온 이승호 SR(주) 사장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강도가 세고 범위가 넓어진 불구대천(不俱戴天) 행태가 횡행하는 세태라서 그런지 정씨의 술회가 더 짠하게 들립니다. 물론 죄업을 덮어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은 좋은 곳이며 싸워서 지킬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말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미국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존 매케인(81, 애리조나)의 고언이 가슴을 찡하게 두드렸습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정치의 문제는 겸손(humility)의 결핍이다. 겸손은(대화와 타협을 가능케 해) 더 생산적인 정치를 만든다. 그것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어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는 22일 출간을 앞두고 1일 공개한 자서전 <쉼 없는 파도>(The Restless Wave)의 요약본 내용입니다.

# 겸손이 사라진 정치는 사회를 분열로 이끈다
매케인은 29세 때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에 참전했다 포로가 되어 5년 반 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한국전 인천상륙작전에도 참여했던 아버지(잭 매케인)가 미 태평양사령관으로 부임하자 베트콩은 그에게 조기 석방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가야 한다’는 미군 수칙을 내세워 동료들을 먼저 풀려나게 했습니다.
연방 하원의원에 이어 내리 6선 상원의원을 하면서 당파의 논리보다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웠던 그의 소신은 오랜 군생활에서 터득한 원칙주의, 그리고 자신과 정파의 이익을 초월한 겸손과 정의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An eye for an eye, a tooth for a tooth)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기원전 18세기, 3,700여 년 전 바빌로니아 국왕 함무라비의 법전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라“는 법리(法理)입니다. 사적인 감정으로 보복하는 것을 허용하면 새끼손가락 하나 잘렸는데도 가해자의 손목을 자르는 과잉 보복을 막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서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살점만 떼어가되 피를 흘리게 해선 안 된다’고 한 판결로 채무자의 생명을 구한 것처럼.

고대 중국에서도 같은 맥락의 말이 많았습니다. 동해동복(同害同復) 이혈세혈(以血洗血) 이독제독(以毒制毒)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열치열(以熱治熱) 등입니다. 성경에도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손에는 손으로, 발에는 발로’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그 같은 복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원한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눈에는 눈이라는 오래된 법칙을 따른다면 모두가 장님이 되고 말 것”이라고 예수의 자비와 박애를 강조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이빨이 하나씩 빠진다면 이빨이 성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스웨덴 속담입니다.
일본 나라의과대학 오카모토 노조미 교수는 나라(奈良)지방의 65세 이상 노인 4,000명을 조사한 결과 치아 수가 적은 사람은 가벼운 기억장애가 자주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치아가 모두 없어진 지 15년 이상 된 사람은 이빨이 있는 사람보다 경도의 기억장애 발생 확률이 3배 이상 높다고 했습니다. 치아가 일찍 많이 빠질수록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 댓글부대, 2시간이면 없는 여론도 만든다
‘드루킹’ 사건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1월 17,18일 이틀 동안 댓글 공작에 활용한 기사 수가 675건, 댓글 수가 210만 개나 됐다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당초 발표보다 기사는 675배, 댓글은 1만 배나 늘어났습니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해 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비난 조롱하는 댓글로 낙마시키고, 김경수 경남 지사 후보에게 200여 명이 2,7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냈다는 정황도 속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경수 의원은 2016년 6월부터 드루킹을 7~8차례 만났고, 댓글 기사 작업 주소(URL)를 주고받으며 홍보 부탁과 작업 결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체포 직전 드루킹은 SNS에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깨끗한 얼굴을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놈들이 뉴스 메인 장식할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댓글로 2시간이면 없는 여론도 만들 수 있는 세상. 1만 원에 댓글 300개와 공감 100개로 여론조작도 가능한 현실. 이런 적폐를 품에 안은 채 남을 청산 궤멸하겠다는 정의는 잔인할 뿐입니다. 눈먼 장님, 이빨 없는 치매 인간이 득시글거리는 나라는 절대 지킬 가치가 있는 좋은 세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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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킹 (223.XXX.XXX.66)
그래서 지킬 가치가 뭐요
박근헤요?
뭐 그러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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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2:38:47
0 0
두루킹 (223.XXX.XXX.66)
댓글 몇 개에 여론이 조작된다 믿는 분들이라면
네이버 그 300자 댓글보다
훨씬 길고 훨씬 강력하고 훨씬 재밌고 훨씬 깊이있는, 사진도 있고 동영상도 첨부되고 그래픽도 들어가는,
훨씬 머리 좋은 자들이 훨씬 많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팩트와 상상력과 깊은 의도를 섞어 창조하시는
정치기사들 수 만 건으로 조작되는 여론들에는
위기감이나 문제의식을 더 크게 느끼실 것이라고

감히 믿어요
언제 그런 주제로 글 좀 써주세요
기대할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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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2:35:22
0 0
과연그럴까 (211.XXX.XXX.39)
아니 두루킹이 댓글을 달았다고 해서
그 댓글의 내용에 부합하는 여론이
오직 두루킹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건 진짜 어리석은 소리 아닌가
아무리 두루킹이 댓글에 추천 몇 개를 달았다고 한들
그 숫자보다 백배 천배 넘는 호응이 있었으니까
여론이 생기는 거지
세상이 다 바보로 보이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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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2:09:56
0 0
오마리 (99.XXX.XXX.160)
온갖 불통 고집 위선과 악행을 뒤에서 저지른 또 하고 있는 후안무치한자들이 모인 정권입니다. 이들이 10년 권력을 쥘 모양인데 그 결과 앞에서 후회 마시길 ....이들을 지지하는 저 눈 먼자들 국민들 누가 말릴 수 있을까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대표 엘리트들도 좌병에 걸려있다는 것이지요

이 정권에 한표 던진 사람들은 훗날 책임 지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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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13:18:06
0 2
그대는 (211.XXX.XXX.39)
그대는 이명박과 박근헤에 무슨 책임을 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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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2:11:18
0 0
수탉 (222.XXX.XXX.194)
더러운 세상입니다. 그놈이 그놈인 것을, 누가 적폐고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칼을 휘두르는 놈은 누구 입니까? 권력은 칼로 얻든 뭘로 얻든 손에 쥐고 있으면 그게 칼를 휘드를 권리가 있는 겁니다. 박정희를 보고 전두환을 보고 정권을 탈취했다고 떠들던 놈들이 누구인지 기가 막힙니다.
따끔하게 일침이 멋 있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답변달기
2018-05-16 12:25:49
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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