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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여행에서 얻은 세 가지
신아연 2018년 05월 10일 (목) 00:07:41

한 달 남짓 호주의 최남단 타즈마니아 주를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로 나라 전체가 고통을 받는 때에 남반구의 청정지역을 돌아본 자체가 제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타즈마니아 주는 거의 대한민국에 해당하는 크기지만 거대한 섬 대륙 호주의 부속 섬처럼 위치하고 있어 한국 관광객들끼리는 호주의 제주도라 부릅니다. 남부에 위치한 주도 호바트를  비롯해서 명실공히 땅끝 마을(Edge of the World)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는 만큼 호주 본토에서와는 다른 체험과 경험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보따리는 찬찬히 풀기로 하고 오늘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호주인들의 세 가지 의식에 대해서 나눠보고 싶습니다. 

첫째는 자연과 생태계 등 환경보존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자세입니다. 저는 수필가이면서 목재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학 선배 부부의 초청을 받아 이번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배 부부(강정민. 윤세순)는 30년 넘게 타즈마니아에 거주하며 직원 250여 명의 현지 목재산업계의 1위 기업으로 사업체를 일구기까지 목재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녹색당과 극렬 환경보존단체들과의 끝없는 대화와 협상의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그런 난관을 뚫고 어차피 땔감이나 연료용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저급 나무를 고품질 제품으로 탄생시키고, 또한 지속 가능한 수종으로 제품 가공을 하는 환경적, 도덕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연과 화평하며 운영되는 기업이라 그런지 회사이름도 따안(대안;大安 TA ANN TASMANIA P/L)입니다.

두 번째는 안전에 대한 몸에 밴 의식입니다. 타즈마니안 협곡을 따라 30분 가량 산행을 할 때 관광 가이드 겸 승합차 운전자는 응급처치 약품이 담긴 가방을 휴대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이유를 묻자 뱀이 자주 출몰해서 그렇다고 하더니 이내 농담이라며 뱀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원칙이 그렇기 때문에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우리 일행은 고작 4명뿐이었지만 그는 몸에 밴 안전 수칙을 준수했던 것입니다.

 

세 번째는 어디서나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점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공항 대합실이나 시내버스 정류장, 식당, 카페 등에서 책 읽기에 푹 빠져있던 백발의 노인, 허름한 차림의 중년 남자, 피자 조각을 씹으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던 골똘한 표정의 청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과 달리 남반구의 가을 속에서 아름드리 나무가 떨구어낸 수북한 낙엽에 발을 묻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양손으로 떠받치듯 하고 책을 읽던 두 소녀는 그대로 액자 속 그림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관광 승합차 기사도 우리 일행이 유적지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동안 차 안이나 근처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호바트 최대의 관광명소이자 심장부 살라만카 플레이스의 문화, 예술 장터에서는 작가들이 직접  독자들을 만나고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놀랍고 부러웠던 점은 작가의 사인을 받고 책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 취해 한참을 그곳에 머물다 부부 아동 문학가를 만나 제 책 『강치의 바다』를 소개하는 따스한 교류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비행기는 이제 북반구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남반구의 높고 투명한 가을 하늘과  쾌적한 공기가 그리워지는 만큼, 환경과 안전, 정신의 성장을 위한 몸에 밴 그들의 선진 의식이 함께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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