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허찬국 경제기행
     
장년 인구와 마티네 공연
허찬국 2018년 05월 07일 (월) 23:52:04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장년, 고령인구를 지원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인 부담 증가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늘어나는 장년 인구를 부담스럽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은퇴한 인구 중에도 활동적이며 관심 분야가 많고, 소소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공연문화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일일 겁니다.

입장료를 낮춘 낮 공연 즉 마티네(matinee, 낮 공연 뜻의 불어) 공연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약 7년 전 여름 미국의 뉴욕에서 마티네 공연의 혜택을 경험하고 감탄했습니다. 짧게 머물면서 큰 공연을 그곳에 었었던 딸의 도움으로 두 개나 보았습니다.

두 공연은 국내 마티네 공연의 주류를 이루는 간소화된 약식 음악회가 아니라 본 공연이 주중 오후에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링컨센터에서 열린 음악회(화요일)공연이었고, 다음 날 본 것은 브로드웨이 흥행작 “Anything Goes”라는 뮤지컬이었습니다. 1930년대의 인기 뮤지컬을 다시 공연한 것인데, 특히 1980년대의 명화 ‘카바레’에 출연하여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조엘 그레이가 나와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입장료는 저녁 정규 공연보다 50%까지 할인이 됩니다.

큰 글자와 보통 글자 프로그램 비교      

두 공연 모두 관객이 대부분 장년/노년층이었습니다. 50대 중반이었던 필자가 젊은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링컨센터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대형 글자체로 인쇄된 프로그램(large print program)이 따로 구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년층을 위한 배려였죠. 공연장에서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대도시 뉴욕이니 주중 오후 시간에 고전음악, 뮤지컬을 즐기는 장년 인구가 많은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서울의 경우를 살펴보죠.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반이 삽니다. 2017년 주민등록 자료에 따르면 약 175만 명의 60세~79세 인구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교외까지 포함하면 2백만~3백만 명은 될 겁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23.3%와 15.9%가 각각 음악 연주회와 연극·뮤지컬 공연을 연중 한 번이라도 보았고, 연주회는 2.7회, 연극·뮤지컬은 2.1회가 제일 많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약 40만~60만 명이 마티네 공연의 잠재적 관객입니다. 일 년간 공연이 있는 날 수가 100일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이들이 일 년에 두 번 간다고 했을 때 공연일마다 가능한 관객 수가 약 8,000~12,000명이 됩니다. 더 자주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상당한 규모입니다. 물론 60세 이하 인구도 마티네 공연 참석자가 많겠지요.

이들 중 이미 저녁 공연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밤 10시경 공연이 끝난 후 귀가가 불편한 사람들도 꽤 될 거라 생각됩니다. 시간으로 보면 마티네 공연은 끝난 후 저녁 식사하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찾는 번거로움을 덜고, 아울러 인근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공연장이 너무 넓은 지역에 분산되기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공연이 잦은 지역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 장년 인구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하겠지요. 중앙정부도 마티네 공연자들의 비용 및 입장료 지원을 제공하여 문화산업뿐 아니라 장년의 건강과 생활의 질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마티네 공연이 자리 잡아 일상화되면 해외 방문객들에게도 좋은 볼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한류에 노출되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을 현재 25세~54세의 중국 인구가 약 6억 7,00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 중 앞으로 쇼핑뿐만 아니라 공연에 관심이 있어 한국을 찾는 사람이 0.5%만 되어도 관람객 규모가 연간 3백만 명이 넘습니다.

마티네 공연 활성화, 해볼 만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6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고부안 (181.XXX.XXX.78)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방법이고, 공연산업계가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방안도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제안하셨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게 저의 의견입니다. 장년층이 가진 축적된 능력, 특히 창의적인 능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도 언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아르헨티나에 사는, 72세 남성입니다. 제 자신이 70대라고 해도 정신적으로 매우 왕성합니다. 창작을 하던 분들(예를 들면 현대무용가 김복희 교수)은 저보다 더 정신적으로 왕성하겠지요? 그런 분들이 정년 후 거의 칩거하도록 만드는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사는 나라에 Mirtha Legrand 라는 91세의 할머니가 TV 디너 토킹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잡소리 토킹이 아니고 매우 시사적인 프로인데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 자체가 늙어가므로 장년층 인구가 축적된 것을 발산시킬 출구를 찾아주는 것도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8-05-08 22:23:23
0 0
허찬국 (121.XXX.XXX.242)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여러면에서 안타까운 낭비입니다. 한국에 인재 pool이 그렇게 많은것 같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답변달기
2018-05-09 07:42:23
0 0
수탉 (222.XXX.XXX.194)
참 좋은 말씀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8-05-08 20:29:14
0 0
허찬국 (121.XXX.XXX.242)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8-05-09 07:43:24
0 0
부시시 (121.XXX.XXX.123)
좋은 의견입니다. 문화 당국이 이런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실행하기를.
답변달기
2018-05-08 09:20:19
0 0
허찬국 (121.XXX.XXX.242)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8-05-09 07:44:14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