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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비어야 아름답다
이성낙 2018년 03월 23일 (금) 00:02:46

세계 도시 곳곳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광장이 있습니다. 런던에는 트래펄가 광장(Trafalgar Square), 파리에는 콩코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 워싱턴에는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광화문 광장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시각적으로 ‘비움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넓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도시환경공학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전 세계는 이른바 도시화(Urbanization, Citification)라는 바람을 타고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발생적으로 큰 도시에는 어김없이 ‘도심 속의 빌딩 숲’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 추세에 서울이라는 현대 도시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도심의 광장은 시각적인 ‘허파’와도 같은 휴식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장의 성격에 따라 주변에 나무들로 큰 숲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아마도 광장이 시각적으로 ‘채움’보다는 ‘비움’의 멋에서 더 높은 미학(美學)을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서울의 광화문 광장은 어떤 모습입니까? 복잡하고 떠들썩한 공간으로 변모한 지 이미 오랩니다. 시원한 광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비움’의 미학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더군다나 600여 년 전인 1395년 우리 선조들이 경복궁과 함께 조성한 육조(六曹) 거리의 역사성을 되돌아보면 더더욱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우리 선조가 그 옛날에 그렇게도 넓은 공간을 조성했던 깊은 뜻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비움의 철학’에 담긴 깊은 뜻을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반추해볼 때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시각적 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예가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의 산토리니입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 색깔과 해안가에 즐비한 건물 벽면의 하얀색의 어울림은 시각적 시원함의 으뜸 사례일 것입니다. 코발트블루(Cobalt blue)의 바다, 순백색의 건물 그리고 높고 푸른 하늘의 조합은 말 그대로 단조로움의 미학입니다. 근래 우리 미술계의 새로운 화두인 ‘단색화’와 맥을 같이합니다. 즉 조화로움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반대로 조화롭지 않으면 추(醜)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부끄러운 예를 필자는 서울 한복판에서 보았습니다. 그것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에서 말입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독일 건축가들은 한결같이 ‘DDP’의 건축물을 본 것만으로도 서울을 찾은 보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DDP’ 건물은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 1950~2016)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런데 그 ‘DDP 광장’에 소리 소문 없이 대형 조각품 두 점이 세워진 것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작품이 어느 작가의 것이든, 또 예술성이 얼마나 뛰어나든 그 여부를 떠나 전혀 조화롭지 못한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 작품의 색조나 구성이 ‘DDP’라는 신개념의 추상적 대형 조각품이라 할 수 있는 건축물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면서 문득 시각적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DDP’ 광장의 공간에 ‘광화문 광장의 병폐’가 전염된 건 아닌가 싶어 불안했습니다. 이런 식의 ‘욱여넣는 생리’는 단조로움의 미학을 훼손할 뿐입니다. 광장은 기본적으로 ‘채움’보다는 ‘비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DDP’ 명소를 찾아올 세계 문화인들의 찌푸린 눈살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한 오늘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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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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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175.XXX.XXX.44)
선생님의 안목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도시의 전반적 균일화가 주는 지루감에 행복감을 누맇수 있는 영역이 좁혀진다는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서 광장의 비우미학에 상처를 주는 작태에 갑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군요
전체를 아우르는 견해를 자주 올리시어 정신적 때를 벗기는 역할많이 해주시기길 기대하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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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13: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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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10.XXX.XXX.253)
광화문 공장이 추해지기 시작한 것은 광우병 집회 때 인 것 같은데 이후로 때때로 열리는 집회 특히 세월호 이슈가 끈임 없이 이어지고 민노총의 집회가 대부분 입니다 오늘도 그곳엔 세월호 천막들이 있습니다. 투쟁 좋아하는 정부는 미의식과 전통엔 관심 없습니다. 그런 능력 없는 정부에 뭘 기대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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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0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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