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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총통은 백악관 초대받을까
허영섭 2018년 03월 21일 (수) 00:02:3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대만 고위 공무원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에 서명함으로써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기네 영토로 간주하는 입장에서 ’내정 간섭‘이리며 극구 반발하는 분위기다. 1979년 미·중수교 체결 이래 양국 사이에 지켜져 내려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어제 전인대 폐막연설에서 “중국을 분리하려는 모든 시도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엄중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대만여행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번 도입된 대만여행법은 대만과 미국 간에 접촉할 수 있는 공무원들의 범위를 ‘모든 직급’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양국 공무원 사이의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실무급 차원의 접촉에 국한돼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위직의 본격 교류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법은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태평양지역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핵심적”이라고 규정하면서 관련 분야 장관급 인사들의 교류를 권고하고 있다.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6년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직 당선자 신분이던 트럼프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고 “대만 총통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트위터에 소개했던 것이다. ‘대만 총통’이라는 표현에서 대만을 중국과 별도의 주권국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기류는 트럼프가 정식 취임한 직후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명시적으로 동의하면서 한때의 소동으로 가라앉았다가 이 대만여행법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의 취지는 미국 행정부 내부의 최근 반응과도 대비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9월 국무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삭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국무부 측은 “대만과의 관계가 굳건하며 정책 기조에 변한 것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2015년 새해를 맞아 워싱턴DC에 주재하는 대만 대표부에서 청천백일기를 게양했을 때도 미국 측은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단호한 경고를 전달한 바 있다. 중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미국이 대만여행법을 내세워 그동안의 양안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행 국제질서를 지키려면 중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아울러 중국의 패권주의 행태를 견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 자유 항행과 철강관세 문제를 놓고 양국 사이의 마찰이 이어지는 배경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대만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얘기다. 더욱이 대만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해의 항로를 확보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번 대만여행법은 기존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새로 규정하려는 목적에서 만든 법이 바로 대만관계법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만에 무기 판매를 허용하고 유사시에 미군의 자동 개입을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단교 조치를 취했으면서도 미국 국내법으로 대만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있다는 자체가 특이하다. 중국의 실체를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여건에서도 대만의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대만여행법이 시행에 들어간 만큼 앞으로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교류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인지가 주목된다. 그중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이 과연 백악관 응접실의 카페트를 밟을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된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월 중남미 수교국들을 방문하는 길에 휴스턴을 경유하면서 텍사스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들을 만났고, 국무부 경호실 요원들의 경호를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투숙 호텔에는 청천백일기가 내걸리는 등 최고 예우를 받았다. 전임 총통들이 미국 중간 기착에서 거의 누리지 못했던 대접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총통을 백악관에 초대하는 경우까지는 그렇게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고위급 교류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그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자칫 중국이 보복조치에 나서 대만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도 그런 상황이 결코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양국 장관급들의 교류는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몰라도 정상끼리의 직접 대면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 대만을 방문한 경우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빌 클린턴이 2005년 자서전 발표회 참석을 위해 타이베이를 방문한 길에 당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만난 정도다. 부통령 출신으로는 딕 체니, 앨 고어가 지난해 연이어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의 전직 총통으로는 리덩후이(李登輝)가 2005년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마잉지우(馬英九)가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다. 대만여행법 시행으로 대만 정책을 촉진하려는 미국의 구도가 긴장 상태의 양안관계에서 어떠한 절충점을 찾아나갈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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