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헤이트리어트, 내기베이터, 스벵갈리의 정치
김홍묵 2018년 02월 20일 (화) 00:02:54

자고 나면 생소한 용어, 생뚱스런 조어가 생겨나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광고 문구, 속속들이 읽어 봐야 개념을 짐작할 수 있는 신문 제목의 신조어들은 그 기발함으로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억짓손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득템(得+item; 온라인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다’는 의미로 좋은 물건을 얻다는 뜻), 가성비(價性比), 가심비(價心比), 학세권(學勢圈). 숲세권, 스세권(스타벅스 매장이 가깝다는 뜻),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이다)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제법 오래됐지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던 신조어가 있습니다. ‘헤이트리어트’와 ‘내기베이터’입니다. 헤이트리어트(hateriot)는 증오(hate)와 애국(patriot)을 조합한 단어로,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과격한 진보주의자를 일컫습니다. 내기베이터(nagivator)는 잔소리(nag)와 길 안내자(navigator)의 합성어로, 길 안내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조수석에서 투덜대기만 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2010년 미국 시카고 트리뷴 지가 소개한 새 말입니다. (2010년 12월 6일 자유칼럼그룹 <김홍묵 촌철> 참조)
새삼 이들 말을 꺼내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청사진이 명확하지 않아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아서입니다.

# 증오심 가득한 애국자들이 정치를 하나

온 국민이 응원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 그룹 인사들이 쏟아낸 발언들은 섬뜩할 만큼 저주가 담겨 있었습니다.
“왜 같잖게 일본 총리(아베)가 나서서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느냐” “큰형(미국) 믿고 앞에서 소리 지르는 졸개”(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 부통령(펜스)은 잔칫집에 곡(哭)하러 오고, 아베 총리는 남의 떡으로 제 집 굿할 심산”(민주당 이석현 의원)
외교적 수사로는 매끄럽지 못한 표현들입니다.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을 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은 분노의 도를 넘어 갈 데까지 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신 판경(判經) 유착”(추미애 대표), “삼법(삼성과 법관) 유착”(박영선 의원), “재판이 아닌 개판, 판결이 아닌 반역”(정청래), “이재용은 (감옥에서) 나오고 정의가 대신 갇혔다”(박용진 의원), “재벌도 국정농단의 공범”(유승희 의원)….
민주당은 작년 8월 이 부회장의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 때는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국민과 함께 존중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었습니다. 감탄고토(甘呑苦吐)랄까.

# 국민차 운전석 옆자리는 누가 차지하고 있나

새 정부는 집권 1년여 동안 대선 공약을 명분으로 수많은 뒤집기 정책을 시행,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성보다 당위성을 앞세운 정책, 반대세력 아닌 지지세력에만 초점을 맞춘 국정운영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빚고 있습니다. 나아가 새 정책 이해당사자들의 끊임없는 반발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불평·공박의 대상은 운전석에 앉은 대통령이지만, 조수석에 앉는 이들의 입김이 너무 강해 그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 운전교습 할 때처럼 조수가 길 안내도 잘 못하면서 잔소리만 해대면 차선이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사고를 낼 수도 있듯이. 운전사가 ‘바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첫 정기인사를 앞두고 지난달 중순 ‘적폐’로 몰리는 전·현직 법원행정처 출신과 부장판사 승진 기회가 사라진 사법연수원 25기 등 40명의 판사들이 사표를 내거나 사의 표명을 했다고 합니다. 시대의 루저가 되어.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올랐는데 직원 자르지 마라, 가격은 올리지 말라고 하면 우리만 망하란 말인가”라며 “우리가 무슨 자선사업을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학원가는 “3만 원 어린이집 영어는 안 되고, 100만 원 넘는 영어유치원은 되나?”고 집단 반발했습니다. 설익은 정책에 대한 후폭풍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지뢰도 수두룩합니다.
탈 원전 정책에 치여 한전은 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습니다. 앞으로 전기료 인상과 에너지 대란이 복병입니다. 19조 원을 퍼붓고도 효력이 없는 저출산에다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영어 학습 금지 조치로 수십 개 사립 초등학교가 정원 미달 또는 폐교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유’를 삭제하고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국회 자문위의 개헌안, ‘6·25남침’사실을 뺐다 다시 넣는 역사교과서 집필 초안, 토지 국유화·국토세 같은 토지공개념, 전교조·전공노 합법화 논란은 더 큰 불씨로 잠복하고 있습니다.

외교 난맥상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사와 같이 앉지 않겠다는 펜스를 리셉션 한 테이블에 앉히려다 5분 만에 퇴장하게 한 불상사, 전 정부 실책을 부각시키려다 재협상도 파기도 안 한다는 결론으로 국가 신뢰도에 흡집만 낸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레이트 방문 소동, 중국에 된서리만 맞고 입도 뻥긋 못한 사드 갈등….
그러는 사이 미국은 한국산 냉장고·철강 수입에 관세폭탄을 퍼붓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폐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중국은 이번 춘절(春節; 설 명절)에도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막아 면세점과 여행업계가 파리를 날리고 있습니다.

# 보수 세력은 앉은뱅이 용쓰는 짓만

그렇다고 지리멸렬한 보수 세력이 안쓰러워 위로하고 힘 실어 줄 건더기가 있을까요? 구심점도 응집력도 상실한 채 사분오열하는 무리를 동정하고 표를 몰아줄 백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 거대 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하자 과거 야권의 헤이트리어트 작태를 답습하는 데자뷔(dejavu) 행태엔 토할 것 같은 식상함을 느낍니다. 이념과 사상을 달리하는 집권 세력에 대응할 보수의 가치 정립도 못하는 늘어난 고무줄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한문과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절규하는 노인들, 제천·밀양 화재 참사 사건 유가족들의 “세월호와 무엇이 다르냐”는 항변에 박수를 치는 것은 결코 참신한 대안이 아닙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홍콜라'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합니다. 은유에 강하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개나 소나 다 대선에 나오려 한다”(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회견에서)
“한국에선 길 가다 넘어져도 대통령 탓한다”(세월호 사건 후)
“박근혜 대통령이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에 불과했다”(탄핵정국 시절)
“민주당 1등 후보(문재인)는 대장(노무현)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2017년 대선 때)
좌충우돌하는 그의 말투에는 콜라처럼 톡 쏘는 맛도 있지만 ‘막말 꾼’ 비난도 쏟아집니다.

상대방에 대한 비아냥거림, 오합지졸 세 불리기로 당권이나 대권을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엔 문외한인 데다 평생 정치판을 기웃거려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이런 단정을 하는 것이 무리인 줄 알지만 견제세력이 없는 정치는 비전도 발전도 없다는 걱정이 앞서서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표나 대통령 후보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국회의 적폐를 앞장서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와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여 국민과 민심에 다가서야 합니다.

스벵갈리(svengali;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남을 부리는 사람 /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순실을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스벵갈리로 비유했다)들의 잔머리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신념으로.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오마리 (99.XXX.XXX.160)
이 정부가 하는 일마다 무식이 극치에 달합니다. 이젠 감일성 세습처럼 왕대접 받고 싶은지, 아니면 청와대 풍수가 나쁘다더니, 역대 대통령 들이 모두 불행하게 끝나서 인지 ... 좌파들이 오래 권력유지하고 싶어선지 아예 경복궁 안에다 대통령 관저를 짓겠다고 합니다. 얼마나 기막힌 소치인가요!

오백년 왕궁 터의 예전 국립 박물관 자리에 관저를 짓는다니...국민들은 살기 고되고 나라가 뒤숭숭 한대 말입니다. 이 아이디어와 플랜을 진행하는 자가 유홍준입니다. 우리 문화재를 아끼는 줄 알았더니 형편무인지경입니다. 이사람 책 사 본 게 아깝군요. 오늘 중앙일보 기사에 떴는데 이 기자는 왕궁 안에 지으면 안됀다는 말 없어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 왕궁 터에 대통령 관저를 짓는지...
답변달기
2018-02-20 12:09:23
0 2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