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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우리 헌법답게 쓰자
고영회 2018년 01월 26일 (금) 00:01:17

헌법을 고치자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권력 구조나 정부 형태에 관심이 많고 이를 논의하는 것 같습니다. 백년을 내다보며 고쳐야 할 텐데 정치권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헌법을 읽어보셨겠지요? 헌법은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입니다. 우리나라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과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 변경할 수 없는 국가의 최고 법규입니다. 헌법으로 대한민국이 규정됩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할 기본법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을 읽어보면 이게 아닌데 하는 것이 몇 가지 보입니다.

첫째, 헌법은 온 국민이 알아야 할 법인데, 글이 참 어렵습니다. 지금 헌법에서 나타난 문장, 보기를 들면,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을 때 / 국회는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문장은 “변경해야 할 때 / 국군을 외국에 파견하거나 외국군대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 거주하거나 주둔하려 할 때 국회가 동의해야 한다 / 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이처럼 바꾸면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헌법은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국가가 되면서 만든 것인데, 일본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헌법에 일본 어투가 많습니다.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말투로 써야 합니다. 헌법 전문에 나오는 ‘...모든 영역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일본 말투인데 우리 헌법 전문과 여러 조문에 버젓이 올라있습니다. 이것은 모두 ‘...모든 영역에서’로 바꾸어야 합니다.

셋째, 굳이 헌법에 들어있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 내용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보기로 ‘...는 법률로 정한다.’는 있으나마나 한 문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대부분 없애도 될 것 같습니다.

넷째, 헌법은 근본법이고, 어느 법률이 헌법을 벗어났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효력이 없어집니다. 위헌 확인은 효과가 엄청납니다. 그런데 헌법에서 지키라고 한 것을 어겨도 헌법에는 위헌행위를 처벌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헌법에 ‘정부는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30일 이전까지 의결해야 한다.’로 정해 놨습니다. 국회는 이 조항을 자주 어겼습니다. 그런데도 어긴 책임을 묻는 장치가 없어, 그 순간 여론이 들끓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다음 해에 또 그럽니다. 헌법을 어긴 짓을 처벌하는 조항을 넣거나 헌법을 어긴 것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다섯째, 헌법재판관 자격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 자격을 가진 재판관 9사람으로 구성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주요 기능입니다. 헌법에는 법 논리로 따지기 어려운 것도 많습니다. 판사 자격인 헌법재판관은 나중에 변호사로 활동할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법 영역이 아닌 것을 판단해야 하거나, 변호사 업역과 관련된 사건을 심리하면 팔이 안으로 굽듯이 편들 위험이 많습니다.

실제 변리사법에 규정된 소송대리권을 억지로 막은 법원의 조치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헌법소원심판(2010헌마740사건)에서, 팔이 안으로 굽은 일이 생겼습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변리사법에 명문으로 규정돼 있고, 변리사는 산업재산권의 전문가이어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이 주어지는 것인지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듯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은 소송대리권 논쟁 자체를 비웃듯이 8:0으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 사람도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정하고 눈을 감았던 것 아닐까요? 헌법학회 학술지에는 헌재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평석한 논문 2편을 실리기도 했습니다. 헌재가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면을 반영하기 위하여 헌법재판관 자격을 판사로 제한한 규정을 없애야 합니다. 헌법소송에서도 변호사 업역을 다투는 사건에서는 변호사 자격자가 다루면 안 됩니다. 그런 헌법심판에서 변호사는 제척이나 기피 대상입니다. 변호사 자격자가 심리해서는 안됩니다.

헌법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용되는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법입니다. 헌법의 주인공이 국민입니다. 헌법을 쉽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오덕 선생은 ‘우리말로 누구나 쉽게 읽는 내 손 안에 헌법’을 냈습니다. 최근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개헌 과정에서 헌법을 쉽게 써 달라고 청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헌법은 우리 국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적어야 합니다. 이번 개헌할 때 우리 헌법다운 헌법으로 탈바꿈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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