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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경제정책방향’발표에 덧붙여
허찬국 2017년 07월 27일 (목) 00:17:11

새정부는 이전 정부들에 비해 호조건을 안고 출범했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높습니다. 필요한 분야의 복지를 강화하고 소요 재원의 부담을 현실화하는 등의 일이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단임 정부의 중반부 이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한국 경제의 향후 잠재성장능력 제고를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성장은 경제 전체의 산출량과 소득이 느는 것입니다. 대개 1, 2년 단기간의 성장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의 지출을 합친 총수요의 변화에 의해 결정됩니다. 작금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지 않는 것이 경기 부진의 한 원인이지요.

이에 비해 4, 5년이 넘는 중장기 성장은 공급능력을 결정짓는 요인에 의해 결정 됩니다. 잠재성장률이 연관된 개념입니다. 인구, 경제 전체의 유·무형 자산의 추이 등이 가용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결정하는 공급요인입니다. 그리고 기술 수준, 얼마나 인적·물적 자원이 잘 활용되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시스템, 경제 및 사회적 제도 등도 공급능력을 결정합니다. 선진국은 대체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여서 그 결과 생산성이 높습니다.

대선 때마다 각 정당들은 주의를 끄는 경제 관련 키워드 만들기에 매달리며 자기 진영의 후보가 당선되면 나라 경제가 대박 날 것이라는 듣기 좋은 구호가 등장합니다. 근래 ‘747’ (이명박 정부), ‘474’(박근혜 정부) 등의 정량적 구호와 ‘창조경제’ (박근혜), ‘소득주도 성장’, ‘사람 중심 경제’ (문재인 정부) 등의 정성적 구호가 있습니다.

지난 두 정부의 거시경제 성적표에 세계경제 부진의 영향이 컸습니다. 하지만 7% 성장으로 1인당 소득 4만 달러로 세계 7대 경제 강국 위상을 달성할 것이라는 소위 ‘747’ 공약은 허풍 구호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을 4%, 고용률 70%, 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내세웠던 ‘474’ 정부의 경우 세계경제의 부진에 따른 수출부진이 길어지자, 부동산 경기 활성화라는 역대 정부의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었지만 가계부채만 큰 폭으로 키우고 말았습니다. ‘창조경제’는 잠재성장능력 향상에 도움이 될 화두였습니다. 그런데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이는 대통령의 행보로 거창한 구호가 무색해졌습니다. 

올해 들어 세계경제의 회복과 함께 수출이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1~2년 정도 우리 경제와 새 정부의 입지는 좋아 보입니다. 여기에 정부의 지출이 늘면 경기 상황에 대한 기대가 개선되고 일자리 등 지표가 개선될 개연성이 큽니다. 올해 초반까지 2% 중반으로 예상되던 연간 성장률을 3%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11조가 넘는 추경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걱정입나다. 한국은행이 얼마 전 향후 약 5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연 2%대 상단으로 전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새 정부는 물론 좀 더 높았으면 합니다. 임기 중후반의 성과에는 공급요인 개선 여부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얼마나 늘지가 한 시금석이 될 수 있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에 드는 비용에 대한 추산은 현 정부가 공약에 제시한 것보다 크고 장기간에 걸쳐 발생할 거라는 게 일반적 판단입니다. 따라서 만약 향후 경제 전반의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현 정부는 단발성 효과를 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단기적 개선 노력과 더불어 잠재성장능력을 증진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틀 전 발표된 정부 경제정책방안을 보며 드는 느낌이 기대와 우려가 반반입니다. 관련하여 두 가지 과제를 짚고 싶습니다.

첫째, 여성인력 활용 증대입니다. OECD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감소추세 (4월 6일 필자 칼럼 참조)를 여성경제활동율 제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2015년 52%)이 남성수준으로 (2015년 74%) 높아지면 2050년에는 현재 추세로 진행된 경우에 비해 경제활동인구가 18%(약 6~7백만 명)나 느는 효과를 보입니다.

여성 기피, 보육시설 및 제도 미비 등 장애가 상당합니다만 현실적 대안이 없습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약속의 ‘말‘보다 새 정부가 장관직에 여성을 30% 임명한 것이 더 의미가 있는 ’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노동시장 제도개선입니다. 노동생산성의 국제비교를 보면 한국이 특이합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 분야에 국한해 보아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대부분 OECD국가들보다 낮은 편입니다 (2013년 34개국 중 22위). 그런데 취업자 1인당 생산성은 매우 높습니다.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6월 30일 필자 칼럼 참조). 시간당 생산성이라는 질적인 지표가 낮은 것을 장시간 근무라는 수단으로 상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새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예시하면 12시간 1인이 근무하는 것을 2인이 나누게 하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죠. 그런데 근로시간이 줄면 보수가 줄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소득이 떨어진다고 불만이고 노조가 강한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측에 소득 보전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한 사람 더 늘면 4대 보험, 퇴직금 등 고정 비용도 비례해서 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기록적으로 긴 근로시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지속적으로 빠른 재정지출 증대로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노선 버스 종점의 이름은 아마 ‘그리스’일 겁니다. 성장이 지고선이어서 강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느는 공공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 적절한 성장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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