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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원자력발전
김영환 2017년 07월 21일 (금) 00:00:33

어린 시절엔 밤거리가 암흑천지였습니다. 가로등은커녕 집에도 전기가 초저녁에 잠깐 들어와서 거의 호롱불에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해가 뜨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19세기에 반 고흐가 그린 ‘감자를 먹는 사람들’처럼 컴컴한 가정생활이었습니다. 석유 등잔 밑에서 책을 읽다 보면 그을음을 들이마셔 코끝이 새까매졌습니다. 어쩌다가 켠 촛불을 졸다가 넘어트려 벽지로 불이 옮겨붙어 가족들이 놀라 불을 끈 소동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희미한 전등이 늦게까지 들어와 신기해했는데 소련의 스탈린이 죽어서 그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별빛밖에 없는 한밤중에 심부름을 가며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다가 발을 헛디뎌 도랑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심산유곡에 텐트를 치고 야영이라도 해야 느낄 풍경입니다. 1960년대 말부터인가 전기사용제한이 사라졌지만 휴전선의 군 복무에서는 호롱불 신세를 졌습니다. 접적지역이라 낮에도 창호를 완전히 밀폐한 생활이었습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추진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에 따른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몇 조 원을 우습게보니 배가 참으로 불렀구나 하고 탄식합니다. 6·25 이전의 남한에는 변변한 발전소가 없어 북한에서 전기를 들여오다가 끊겼죠. 전기가 모자라 화력 발전선을 들여왔다는 뉴스도 기억납니다. 2011년에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 수로 떨어졌다고 ‘블랙아웃’을 막자고 대대적인 절전을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날에도 상점들이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면 단속한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지금 총 발전량의 약 30퍼센트를 맡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을 뒷받침하면서 25기에 2,310만 킬로와트 설비를 갖춘 원전 대국의 효자 수출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 이후를 대비하여 발주한 원전 4기 560만 킬로와트 건설사업을 우리 기술이 2009년 186억 달러에 맡았죠. 우리가 원전을 중단하면 국제사회는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여 600조 원의 원전 시장이 중국과 러시아의 손아귀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원전 부활에 나선 일본도 한국의 탈원전을 은근히 반긴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국에서 수주가 유력시되던 21조 원짜리 원전 건설이 한국의 탈원전 선언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외신은 전합니다. 일감을 잃은 핵심 중소기업들은 외국에 팔려나갈까 걱정됩니다.

원전의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안전을 문제시한다면 노후한 것을 우선순위에 올려야지 왜 최신 공법의 건설을 중단시키나요? 확실한 첨단 에너지를 가볍게 팽개치고 국력을 축소시킬 불확실한 소규모 전원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곤란하죠. 원자력공학자 등 교수 417명은 최근 원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라면서 원전 건설 중단에 반대했습니다. 국가안보, 국제 경쟁력, 안정적인 물가에의 영향도 문제지만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량의 20%를 채우겠다는 구상은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나야 촛불이 아니라 동식물의 기름불을 켜고서라도 지낼 수 있지만 온갖 전자기기에 중독된 세대들은 전기 부족에 참지 못할 것입니다.

대규모 태양광발전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 안 어울리죠. 용인시청 구내에는 넓게 설치한 태양전지 패널이 보이는데 연간 5,000만 원의 전기료를 절약한답니다. 몇 년 전 태양광발전을 직접 알아보니 가정용으로 흔한 3킬로와트 설비에 19.8평방미터의 패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일본 최대급 태양광인 가와사키 오우기시마의 1만 3,000 킬로와트 발전소는 23만 평방미터 부지에 태양전지 패널 6만 4,000매를 덮고 연간 1,370만 킬로와트시를 생산합니다. 실제 출력은 햇빛 등 기상에 좌우돼 12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힙니다. 만일 태양광으로 100만 킬로와트 급 원전 1기를 대체하자면 가와사키 발전소 400개 이상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기상 조건이 다르죠. 예를 들기 위해 비슷하다고 보고 계산하면 어느 그늘이 없는 땅에 태양전지 패널 2,000만 장 이상을 뒤덮을 겁니까? 풍력 또한 바람을 받으려고 산을 까부수어야 하고 소음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지역 농민들이 혐오하기 때문에 님비현상도 만만치 않습니다. 

석유나 천연가스로 발전하게 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여 대외 의존이 커지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지금 탈원전 움직임이 혹시 러시아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 들여오려는 생각이라면 안보를 남의 손에 맡기는 위험한 정책입니다.

탈원전을 강조하려 했음인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죽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일본 정부와 언론은 당혹해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해저 지진으로 인한 높이 10여 미터의 초대형 해일이 일으킨 침수 사고이고 사망자들 중에는 피난 중에 건강이 악화된 고령자가 많아 여러 부류가 섞여 있다는 것이죠. 

안전한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가 원전의 폭발을 걱정한다면 우리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중국이 주로 우리나라와 접한 동해안에 대대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과 북한 핵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은 원전 27기가 가동 중이고 23기가 건설 중입니다. 이 중 웨이하이에 건설 중인 원전은 수도권과 불과 400여 킬로미터 거리에 있어 비상사태 발생 시 낙진이 몇 시간이면 편서풍을 타고 도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60여 년의 각고의 노력 끝에 다져진 것입니다. 임기 후에 나라의  미래가 걸린 정책을 뒤집으려면 비전문가가 많은 한국수력원자력에게 건설 중단을 압박하여 ‘도둑 이사회’로 중단을 의결시킬 것이 아니죠. 전문가를 배제한 시민배심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당연히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민의 주권을 수행하는 국회에서 공론화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먼저 당당하게 전력수급계획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행위를 결정한 역순으로 하여 문 정부가 좋아하는 절차의 정당성부터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비상사태도 아닌데 원자력발전의 공든 탑을 문외한들이 석 달에 무너트리도록 맡길 수 없습니다. 노조와 지역주민은 반대의 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한수원을 상대로 원전 일시 중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한 변호사 단체도 원전 건설 일시 중단 결정 무효소송을 제기했죠. 앞으로 각종 후속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김경진 같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심하게 말하면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민생과 산업,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거대 담론인 원자력발전 문제를 좌우하는 정책은 정교하게 세우고 필요하면 스위스처럼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정치인이 미래를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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