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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과 나무의 전설
김홍묵 2007년 12월 12일 (수) 00:32:47
13억 인구 중 농촌 인구가 8억 (전체 인구의 60%) 인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절대 빈곤층 (현재 약 2,000만 명 추산) 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소득•교육•의료혜택 등에서 소외받고 있는 농촌. 그런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이 ‘이상향’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장쑤 (江蘇)성 장인(江隱)시 화시(華西)촌 입니다.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두 시간이면 닿는 화시촌. 꾀죄죄하고 궁상스런 여느 중국 농촌마을과 달리 진입로부터 오렌지가 탐스럽게 열린 서구의 전원도시를 연상시켜 줍니다. 마을 한 가운데 15층 짜리 오성급 화시진타(金塔)호텔이 들어서 있고, 서남쪽엔 전원형 빌라, 동남쪽엔 공장 지대와 농지가 펼쳐지는 간판 그대로의 ‘천하제일촌’입니다.

창장 (長江)하류의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대대로 벼농사를 지어온 화시촌의 개벽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공산당 화시촌 당서기였던 우런바오(吳仁寶, 79)가 “인민공사(집단농장)에서 일해 번 돈을 집집마다 2,000위안 씩 거둬 공장을 짓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입니다.

우 서기의 끈질긴 설득 끝에 몇몇 촌민들이 돈을 모아 마을에 나사못 공장을 세웠습니다. 나사못은 개혁•개방정책으로 불어온 공업화 바람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려 화시촌은 일약 부자마을이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향진(鄕鎭) 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철강•섬유공장까지 지은 이 마을은 30년이 지난 지금 연간 매출액 430억 위안(약 5조원)의 화시집단(그룹)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화시집단은 철강•건설•부동산 등 8개 자회사를 거느린 대 그룹으로 성장하여 증시에도 상장되었습니다. 화시촌민들은 매달 800~1,000위안의 생활비를 지급 받고, 공동 경작한 식량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능력과 실적에 따라 연말이면 최저 4만 위안에서 수천만 위안의 성과급을 받고 있습니다. 마을 고문인 우런바오는 연간 700만 위안의 성과급을 받고 있으며 벤츠600을 타고 다닙니다. 주민들도 집집마다 외제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 고문은 늘상“백성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진짜 사회주의”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류샤오밍(劉曉明)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최근 김일성종합대학 특강에서 “(중국과 북한은) 나라를 부강하게, 인민을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너무 평등하면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격차가 있어야 따라 잡겠다는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한 촌민의 말은 격세지감을 절감하게 합니다.

화시촌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우물목마을. 해발 300m의 고원분지에다 휴전선에 인접해 34가구 밖에 안 되는 이 산골마을에 요즘 예약을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불붙은 듯한 단풍 절경을, 눈이 오면 동화 속 풍경을 연상케 하는 설경을 찾는 도회인들의 안식처가 된 것입니다.

밭농사가 주였던 이 마을은 6.25 참화와 화전으로 벌거숭이가 된 흉물이었습니다. 비만 오면 산사태마저 생기는 대책 없는 오지마을이었습니다. 35년 전인 1972년 마을을 살리기 위해 숲 가꾸기에 앞장선 이는 김범용씨(83). 산주들이 먼저 주머니를 털어 경제성이 좋은 잣나무•전나무•자작나무•낙엽송 등을 심기 시작한 지 25년, 우물목마을은 빼어난 경관을 지닌 숲마을로 변신 했습니다.

1997년 주민들은 우거진 숲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산촌 관광개발사업’을 택했습니다. 낡은 집을 헐고 관광펜션과 전원주택을 새로 짓고, 마을 안에 산책로와 산림욕장•식물원을 꾸미자 산촌마을이 관광마을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주민 소득도 농사를 지을 때보다 2~3배 많은 연간 7,000만~8,0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스스로 가꾼 산림이 주민과 마을을 살찌우는 자산이 된 것입니다.

나라의 명운을 짊어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일주일 앞둔 이 시점에 한 마을도 아닌 ‘나라’를 살리겠다는 어처구니(상상 밖으로 큰 물건이나 사람)들이 열 명도 넘게 나타나 사자후를 토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통령’’실천하는 경제대통령’’듬직한 대통령’’세상을 바꾸는 대통령’’믿을 수 있는 경제대통령’감들입니다.

그러나 당사자나 후원자들이 내뱉는 말은 온통 이언(俚言) 투성이입니다. 어느 누구도 범죄•패륜•배신•허언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감도 안 되는 후보로 비치니 유권자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정작 백성이 바라는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못질 잘 하는 목수보다 좋은 못을 만드는 사람, 열매를 따 주겠다고 큰소리 치는 정치꾼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소중히 가꾸는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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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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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99.XXX.XXX.82)
동감입니다.하나같이 이언.허언.범죄.배신...기타등등.말만 잘하면된다는,누가 진짜 우리나라의 백년대개를위해 진정한 숲을 가꿀수 있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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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7 07: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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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220.XXX.XXX.233)
어처구니 없는 어처구니들 때문에 답답합니다. 그래도, 조용히 좋은 쟁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좋은 글을 닦아 빛을 밝히는 백성이 더러 있어서 좀 위안이 됩니다.
답변달기
2007-12-12 10: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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