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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는 사람
김영환 2007년 12월 07일 (금) 02:19:55
‘씨 뿌리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입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수확되어 전혀 낯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입에 들어갈 자양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조촐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 정도로 필자가 경모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씨 뿌리는 사람(Semeur)’이 지금 서울 시립미술관의 반 고흐전에 전시작의 하나로 한국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고흐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사회 참여적이고 사실적입니다. 허리가 90도로 구부러질 정도로 무거운 석탄자루를 등에 지고 괴롭게 걷는 광산촌의 여인들, 피륙을 짜고 있는 직조공, 밭을 가는 농촌 아낙,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

그가 그린 세상의 어두운 빛깔은 을씨년스럽고 우울합니다. 노동이라는 운명의 굴레를 지고 태어난 착한 사람들의 모습을 역시 착한 고흐가 외면할 리 없었겠죠. ‘씨 뿌리는 사람’은 밀레가 그린 같은 제목 그림의 모작입니다. 그림의 색조는 초기작품보다는 훨씬 밝습니다. 남 프랑스의 작열하는 태양을 본 뒤에 색채를 재발견하여 일어난 화풍의 변화입니다. ‘만종’으로 이름이 드높은 밀레를 스승으로 삼은 고흐도 농민들의 삶에 따스한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첫 걸음’, ‘아침 일터로 가다’, ‘하루의 끝’, ‘삽질하는 남자’, ‘정오의 낮잠’ 등 많은 밀레의 모작을 남겼습니다.

요즘 대선정국에서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씨 뿌리는 사람’이 생각납니다. 뉴스에선50~60대 후보들이 유치원 원생처럼 유세 연단에서 손가락을 들고 좌우로 찌르면서 몸을 흔드는 ‘어린 짓’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이런 율동을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 뭘 했길래 뻔뻔하게 표를 달라고 애걸하는 것인지…. 어떤 이를 보면 직업이 대선 후보인 듯한 착각도 듭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저럴까? 대통령직을 한없이 가벼이 여기는 태도입니다.. 씨는 뿌리지 않고 놀다가 수확기가 되니 곡식을 날로 먹으려고 대드는 모습입니다.

이번 대선은 하도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판쳐대니 후보가 실종된 대선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본인은 지금까지 이 나라를 위해 어떻게 씨를 뿌려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수확할 수 있겠다’고 하는 미래상의 구체적인 경쟁이 아예 침몰해버린 느낌입니다. .

대선전은 능률과 실질,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과 퇴영, 과거의 전시장이 되어 시민들의 역겨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은 친여 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 5일 밤 우리 텔레비전들이 여간한 기업매수 합병 전문가가 아니면 사건의 흐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속칭 BBK사건 수사발표로 화면을 가득 채웠던 때,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구에서 지난 10년 간 가장 중요한 회의로 자리 매김되며 현재 발리에서 개최중인 기후변화회의를 보도하면서 각국에서 발생한 탄산가스를 농축하여 800~1,000미터 지하에 저장하는 첨단 환경기술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에선 패색이 짙어서인지, 그래서 마지막 진검승부라고 생각하는지 하위 후보들이 아예 유세를 중단하고 촛불 정치, 아스팔트 정치로 치닫고 있습니다. 혹시 일부에선 공작의 효과를 누린 ‘어게인 2002’를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부패는 마땅히 소탕해야 하지만 의혹 폭로와 수사, 그리고 확정 판결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사안입니다. 대선 투표일이 2주도 안 남은 코 앞에서 벌이는 폭로 정쟁이 확대 재생산되면 남는 것은 판단의 착란과 ‘잃어버리는 시간’뿐입니다. 새해 예산안 통과도 뒷전으로 밀렸죠. 서민들은 복지 예산 집행의 연기로 생활이 더 구차해질지 모릅니다.

똑똑한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지난 10 년이 행복했다면 정권의 연장을 바랄 것이고 불행했다면 항로를 바꾸는 정권교체를 선택하겠죠. 그런 선택이 일부의 부동층을 빼고는 결코 며칠 사이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후보들은 며칠간, 몇 번의 유치한 율동으로 표가 얻어진다고 착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국민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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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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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 (65.XXX.XXX.77)
진정한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길, 바른눈으로 결단의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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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9 13: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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