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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합니다
방석순 2007년 12월 03일 (월) 02:47:23

400여년 전 황윤길과 김성일이 왜 그리도 다른 소견을 말했었는지, 나는 모르겠습니다. 이순신과 원균이 언제부터 아는 사이였는지, 서로가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했는지, 아니면 시기질투로 전력을 약화시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란으로 쑥대밭이 됐던 나라가 어째서 40여년 만에 또다시 아무 대책없이 호란의 굴욕을 겪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벨테브레, 하멜, 두 서양인이 이미 1600년대에 두 차례나 사인을 보내왔을 터인데 왜 이 나라는 미몽 속을 헤매다 끝내 식민지 신세가 됐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장롱 속 금가락지와 아기 돌 반지를 모아 힘겹게 환란을 넘겼건만 어찌하여 또 카드대란에 내몰려 가정 파탄과 자살과 노숙자 천국을 보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중을 위해 평생을 민주화투쟁에 몸 바쳤다는 사람들이 과연 민중을 잘 살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능력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일본 육사를 졸업한 군인이 우리의 근대화, 산업화의 주역이 되고, 그 터전 위에서 발돋움하던 우리 경제가 민주투사들의 지휘 아래서 그리도 형편없이 구겨졌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괄시만 받아왔다는 지역의 대표선수가 대통령이 된 것은 그 지역민들만의 지지 덕은 아니었을 텐데도 왜 동서 반목과 남남 갈등은 본격화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업씨는 무슨 사명감으로 병풍을 만들어 국민의 눈과 귀를 속였는지, 그 거짓의 대가를 정당하게 치렀는지, 그 거짓의 피해자는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정치판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선생님’에 이어 왜 ‘미스터 대쪽’마저 다시 돌아와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김경준씨는 왜 지금 이 시점에 국내에 들어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웃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의 어머니가 말하는 억울한 사연이 무엇인지, 그의 누이와 부인의 주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용철씨는 왜 자신이 몸담았던 기업을 이 시점에서 고발하는 것인지, 왜 카드놀이 하듯 폭로 일자를 늘려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을 받들고 가난한 영혼을 구제해야 할 성직자들이 왜 과거사를 뒤지는 데 앞장서고, 폭로 이벤트에 들러리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나는 고백합니다. 대선에서 패한 후 공항을 떠나는 선생님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던 그 뼈아픈 실수를. 저자바닥의 양아치처럼 천박한 언행을 감춘 청문회 스타의 말재간에 현혹됐던 순진함을. 민주투사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보인 야비한 정치선전과 책동에 감탄사를 연발했던 어리석음을. 그런 실수와 순진함과 어리석음이 이토록 비싼 대가를 요구할 줄은 정말 미처 몰랐습니다.


나는 대통령 선거권을 잃었습니다. 때로는 뽑지 말아야 할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고, 때로는 막아야 할 대통령의 출현을 막지 못한 죄값입니다. 스스로 더 이상 투표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박탈해 버린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과 혼란에 어리석은 나의 잘못된 선택이 기여했을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사회에서 내쫓긴 모든 정리해고자, 실업자, 노숙자 여러분의 용서를 빕니다. 또한 이 사회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용서를 빕니다. 오는 19일 또다시 어떤 잘못을 저지를지 두렵기만 합니다. 다행히 아직도 선거권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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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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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기 (211.XXX.XXX.254)
자유칼럼을 보며 많은 공감을 하고 배우는 사람입니다. 이 칼럼에 대하여는 공감하는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어떤 점에 대한 폄하가 깃들인 것 같아 조금 공감하지 못하는 점이 있음을 밝힙니다. 제가 가만히 무시할 수도 있지만 언급하는 것이 필자에게도 혹시 참조가 될까 하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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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09: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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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18.XXX.XXX.124)
대선에서 패하고 도피하는 선생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엇음을.그 후로는 다시는 그런 무리에게 속지 않으려 노력했슴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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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08: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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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기 (220.XXX.XXX.106)
깊이 공감가는 글입니다. 모두가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국사회를 안타까워 합니다.
스스로를 부인하고 거짓을 일삼는 썩은 정치인들과 이념투쟁을 일삼는 구태의연한 소위 지식인들을 경멸합니다.

나는 세금을 내는 것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누구를 위한 세금인지 무엇을 위한 세금인지도 잘 모르겠고,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 건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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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13: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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