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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참새의 가치
박시룡 2007년 11월 20일 (화) 10:35:56
경제사회에서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됩니다. 그래서 생물체에 대해서도 값을 매깁니다. 얼마 전 국내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몸값을 매긴 것을 보고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로랜드 고릴라가 10억원, 오랑우탄 3억원, 코끼리 2.5억원, 황새 2억원, 호랑이 1,000만원, 사자 300만원 등등이었습니다.

이 값은 멸종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1, 2, 3등급으로 구분하여 매겨졌다 합니다. 생각보다 호랑이와 사자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마 야생에 남아 있는 숫자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흔한 참새 한 마리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요? 옛날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기억으로는 불과 몇 백원 정도였을 것 같은데…. 그러나 참새 한 마리가 생태학적 관계에서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가치를 평가한다면 얼마나 될지? 독일의 유명한 환경생태학자 프레데릭 베스터(F.Vester) 박사는 참새 한 마리 값을 1,357유로(한화 180만원)로 계산해 냈습니다.

베스터 박사의 계산 방법을 알아 볼까요? 우선 재료값으로 참새의 뼈와 고기 무게 값이 480원입니다. 그리고 정서적인 가치로 사람이 새들을 보고, 소리를 들으면서 즐거움을 주는데, 이것을 1년치 신경안정제 값으로 환산해 보니 약 4만원 정도 됩니다. 해충구제 비용으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10만 마리의 해충을 구제 한다고 계산한 후 이중에 약 6만 마리는 사람이 방제해야 할 몫으로 계산해 6만원 정도, 또 씨앗 살포자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한 그루의 나무를 퍼뜨린다면 사람이 나무를 심는 데 드는 인건비를 계산해 보니 8만원, 환경감시자, 공생파트너, 기술 개발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여 등등의 값을 모두 합한 금액이 40만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참새의 수명을 5년으로 봤을 때 참새의 몸값은 약 180만원(고기와 뼈 값은 5년 곱한 값에서 제외)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골프장 27홀을 만들었을 때 148만m2 내에 사는 새들의 종수와 마리 수를 계산해 그런 셈법으로 한 마리 새의 몸값을 계산해 보니 200억원이 넘는 액수였습니다. 새들이 사는 나무 한 그루가 인간에 미치는 사회생태적 값이 연간 약 220만원(목재값, 해독, 정화작용 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만일 이 나무 값까지 넣는다면 골프장 27홀 크기의 사회생태적 가치가 적어도 수십조원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니 아무도 그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 없고, 또 그 가치를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새의 가치가 전체 구조 속에서 본래의 물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 그리고 나무를 나무 그 이상의 것으로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이 너무 아쉽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먼저 개발부터 하고 보지 않습니까?

최근 IPCC(유엔 기후변화위원회)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곧 지구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여기저기서 숲을 마구잡이로 없애고 있습니다. 이 재앙을 막는 방법은 CO2가스를 배출을 줄이든지 아니면 지구 스스로 CO2가스의 자정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들든지.... 아마 한 가지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브라질을 방문하여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지역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행동의 실천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지혜와 당장의 이익 추구보다 생물자원을 살리고 보전하는 일일 것입니다. 푸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으로는 이 지구의 재앙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70배가 넘는 산과 들이 무분별한 개발로 없어져서야 이 재앙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숲이 있고, 건강한 숲과 들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그물처럼 서로 얽혀서 살아갈 때 우리의 생명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박시룡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교 이학박사.
현재 한국교원대 교수ㆍ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대표 저서「동물행동학의 이해」, 「과부황새 이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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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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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 (70.XXX.XXX.29)
밤 사이 내리던 비가 아침 8시경에 진눈깨비로 변하여 실짝 내렸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캐나다 록키 산 언저리가 가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서곡입니다. 아내가 현관 문을 열자 눈을 피해 처마 밑 계단에 앉아 있던 참새떼들이 놀라서 눈발을 뜷고 어디론가 날아 갔습니다. 어느덧 참새와 친해진 우리 두 사람은 이 긴 겨울을 저 녀석들이 어디서,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하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교수님의 글 너무, 너무 잘 읽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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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9 01: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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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co (211.XXX.XXX.129)
아래 글은 신아연씨가 호주에서 보내온 것입니다. 접속이 어렵다기에 대신 써서 올립니다.

교수님의 글은 마음을 저리게 하는 작은 일렁임같은 파문과, 애처로움과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자연과 늘 접하는 호주에 살면서 '참새 한마리의 가치'를 피부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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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1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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