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한문을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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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한문을 가르쳐라

임철순

2015년 08월 05일 (수) 00:59:12

최근 인터넷에 젓가락이 벽에 여러 개 꽂힌 모습과 함께 식당 주인의 경고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알고 보니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젓가락을 몰래 갖고 나가 내기하듯 벽에다 던지는 장난을 한 건데, 젓가락의 재질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장소도 어느 학교 구내인 것처럼 보이지만 확실치 않습니다. 식당 주인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발견될 경우 생활인성부로 인계하여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했더군요. 7월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된 이후의 풍경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입니다. 지금은 방학 중이어서 잠시 논란이 멎은 상태이지만, 제정 당시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시행 이후에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활기록부에 인성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법의 목표는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 인성교육입니다. 정부는 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구성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17개 시·도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개별 기본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합니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매년 초 인성교육 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교사는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교원 양성기관은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과목을 개설해야 합니다.

이 법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윤리와 도덕의 붕괴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발의됐지만 그 동기부터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월호 참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적절한 책임을 물어 사회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또 지금 학교교육의 기본구조가 창의인성 교육과정이며 윤리 도덕과목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완전 중복이라는 겁니다. 교사들부터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을 점수화 등급화하는 발상은 사회적 여론에 의해 막아졌지만 사교육 시장에 인성과외가 생기는 부작용도 번지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에 대한 개념 이해와 정착은 매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자칫하면 교육업자들만 좋아질 수 있습니다. 이 법을 둘러싼 교원단체 간의 이해다툼과 명분싸움도 이미 보기 흉합니다.

나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미 만들어진 법이므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교육부가 종합계획을 제대로 잘 짜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교육풍토, 아이들을 줄 세우고 시험성적 위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제도를 그대로 둔 채 실시하는 인성교육이 설 땅은 매우 좁습니다. 하지만 이왕 만든 법과 제도라면 최대한 선한 기능을 할 수 있게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인성교육 업자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면 안 됩니다.

둘째로, 인성교육에 포함시키든 별도로 실시하든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시한 핵심 가치는 예(禮),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이 여덟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야말로 동아시아의 한문교육에서 늘 강조하고 가르치던 덕목입니다. 천자문이든 소학이든 명심보감이든 아이들은 이 여덟 가지에 관한 글을 배우며 자랐습니다. 아이들은 글의 내용에서 배우고, 소리 내어 외우면서 배워 인성을 기르고 익혔습니다. 암기식 교육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 경우는 다릅니다. 한문 문장은 외워서 익힘으로써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는 바탕이 됩니다.

거의 500년 전에도 인성교육은 나라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명종 13년(1558), 생원회시에 출제된 책문(策問)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하고, 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인재 양성방법을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2등을 차지한 조종도(趙宗道·1537~1597)는 “교육이 글을 외우고 읊으며 글과 문장을 다듬어 과거에 응시하고 녹봉을 구하는 방법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처음에 효도와 공경과 정직과 신뢰를 가르치고, 끝에 가서는 자신을 닦고 남을 대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其敎始於孝弟忠信終於修己治人]고 말했습니다.

조종도는 정유재란 때 의병을 모아 경남 안의(安義)의 황석산성에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인솔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분입니다. 사후 이조판서에 추증됐는데, 경사(經史)에 밝은 데다 해학(諧謔)을 즐겼다고 합니다. 고루하고 편협한 선비가 아니라 좋은 인성을 갖춘 분이라고 판단됩니다.

인성교육은 교실에서나 말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서 놀며 즐기며 일하며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한문을 배우면 인간성의 폭과 깊이가 달라집니다. 나는 정규학교에 가지 않고 서당에 다니는 10대 형제를 압니다.‘대학’을 줄줄 외우는 한문 실력은 물론 일반상식이 깊고 행동거지가 의젓한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정규학교를 보내지 않는 것은 부모에게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가족 누구도 그것을 후회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할아버지로부터 한문을 배웠습니다. 오늘날 이나마라도 사람 노릇을 하고, 불의와 비리에 분개할 줄 알며, 문사철의 학문과 인문정신에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한문교육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글전용시대에 한글교육이나 제대로 하지 무슨 한문교육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성교육의 대상인 청소년들이 예(禮)나 효(孝)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문교육은 필요합니다. 더욱이 인성을 다듬어 선한 인간을 기르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로 했다면 한문교육이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문교육을 하는 과정에서는 시대에 맞게 경전과 교재를 재해석하는 게 필요합니다. 앞에서 인용한 조종도의 책문 중에서 ‘자신을 닦고 남을 대하는 것’이라는 말의 원문은 修己治人(수기치인)입니다. 왕조시대에 사대부가 될 사람은 먼저 학문과 수양을 통해 좋은 인격을 갖춘 뒤 다른 사람들을 다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 다스린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으니 이를 ‘남을 대한다’[待人]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효에 대해서도 문물에 어둡고 무선기기에 익숙하지 않아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에게 그 사용방법이나 원리를 알려주는 ‘디지털 효도’를 언급하며 가르치면 좋지 않겠습니까?

한문교육을 하되 시대와 상황에 맞는 공부를 하도록 하면 학생들도 호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겠지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가곡 (94.XXX.XXX.231)

한문교육이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 맞습니다. 수학교육은? 맞습니다. 모든 교육은 올바른 인성의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한문 이전에 낱개 한자부터 좀 배워야 할 필요를 찾아보면 많습니다.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새겨들을 만한 이유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찬반 비율을 떠나서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공교육으로 배울 기회를 주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냥 놔 두면 되지 않을까요? 그 시간에 다른 것을 공부하면 되고. 즉, 선택으로 합시다. 초등학년 때부터 그렇게 하면 되지않나요? 서구 여러나라에서는 음악, 미술을 초등학교 때부터 선택으로 하는 곳이 많습니다.저는 음악, 미술 시간 초등학교 때 부터 수업을 열심히 들었지만 인성이나 소양에 특별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땐 초중학교때에 도덕시간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우리 세대가 더 도덕적으로 우월하지 않아요. 더 망가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들었지. 그러나 음악이든 미술이든 도덕이든 또한 한자(문)이든 배울 가치는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배우고 싶은 학생들한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된다 안된다 하지 말고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따라 교과목을 편성하는 것이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배우고 싶다면 누가 감히 무슨 권한으로 안돼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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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20: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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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 (180.XXX.XXX.163)

선택과목으로 돌리는 것이 좋은 발상입니다. 한자도 중요하니 명맥이 끊어져서는 안되니까요.
저는 한자를 좋아하고 한자의 유익한 점도 잘알고 짬짬이 공부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한자를 지겨워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배우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 배달민족에게는 한글이라는 너무나 우수하고 편리한 글자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서 우리말을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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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7 11: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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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59.XXX.XXX.90)

찬성합니다. ^&^
좋은 의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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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16: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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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메 (220.XXX.XXX.8)

동감! 공감! 짝짝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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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2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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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유 (175.XXX.XXX.194)

좋은 말씀이긴 하지만 한자와 한문은 너무 어렵고 긴 시간이 듭니다. 노력대비 소득이 적습니다.
인성 즉 인의예지를 한자로만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글로 가르치면 됩니다,
우리가 이스라엘이나 그리이스의 말과 글자를 모르더라도 잘 번역된 한글 성경으로 그 뜻을 알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우리말과 한글을 더욱 갈고 닥아서 한자나 한문이 아닌 우리말로 인의예지를 가르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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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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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121.XXX.XXX.123)

적극 동의합니다. 한자 교육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70년대까지 신문, 책 등을 이해하려면 한자를 모르면 문맹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오천년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큰 손해가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한자, 한문 교육 강화해야 합니다. 이용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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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10: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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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생원시 2등의 답안이 이 정도로 훌륭하다면 1등의 답안은 더 훌륭했을 것 같군요. 조종도란 분과 글 알게 되어 기쁩니다. 근데 이 번 글 지난 번 고영회 필자님의 <한자 병기? 우리말을 잘 가르쳐야지!> 글처럼 찬반의 논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싶어 하는 말인데요, 댓글 다시는 분들 과격한 자기 주장으로 실례를 범하는 일 없기를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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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9: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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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59.XXX.XXX.230)

사려깊은 님의 글에 공감과 함게 많은 생각을 하게하였습니다.
한문교육이 균형감각을 가진 사고와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고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며 서양인으로부터 높은 가치의 인정과 존경받는 인물이 되는 길로 여겨집니다. 특히 세계어로 자리잡혀가는 영어를 잘 하는데도 한글과 더불어 한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문교육은 비용면에서도 저비용 고효율을 올릴 수 있는 높은 안목의 주장이라여깁니다.유럽을 중심한 서양문화는 관용과 배려의 정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이런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우리사회에서 적정선의 한문교육은 서양문화에 대한 좋은의미의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1천여명 회원인 저의 카페 에세이란에 올려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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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8: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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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임자 (220.XXX.XXX.78)

평소 임 선생님 글을 잘 읽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임 선생님께서 무엇인가 잘못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말글은 그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이고 도구입니다. 공자나 맹자가 한 말이 좋은 말이라고 꼭 한문으로 알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쉬운 우리 말글로 알려주면 더 좋습니다.

한문 교육으로 인성교육이 된다고 성균관장이 교육부에서 십수억 원을 받아다가 제 배만 채우고 감옥에 끌려간 일이 있습니다. 새 성균관장은 여자대학생을 때려서 말썽이 되었고, 최근 중풍으로 쓰러져서 성균관장을 다시 뽑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한문을 많이 알고, 명함도 한문으로 써 가지고 다닙니다. 이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한문으로 쓴 글이, 공자와 맹자가 한 말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는 말을 많이 했기에 그 글을 읽으면 그런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지 한문이 인성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시험 점수 따기 교육, 한자와 영어 잘하면 출세하고 잘 산다는 어른들의 그런 잘못된 생각이 애들만 엇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성교육법 아주 잘못된 것이고 당장 버려야 할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들은 동무들과 즐겁게 뛰놀며 말도 배우고, 사회성도 키우며 어울려 사는 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법과 교육은 애들과 선생님들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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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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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근 (124.XXX.XXX.180)

옳으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굳이 어려운 남의 나라 글을 가져다가
우리 아이들 인성교육할 필요없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깊이 공감한 글이 생각 납니다.
"문제 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다"
어른 들이 똑바로 행동한다면
그것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그릇된 행동을 할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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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10: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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