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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사람들
방석순 2006년 12월 20일 (수) 00:00:00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나라의 이름을 빛낸 젊은이들 지난 주말 개선했습니다. 애초에 기초종목이 부실한데다 13억 인구의 중국(금 165)을 메달경쟁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라이벌 일본(금 50개)을 금메달 8개 차로 제치고 종합 2위의 자리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장한 일입니다.

더욱 뿌듯한 것은 17살의 수영 샛별 박태환의 눈부신 성장입니다. 아시아기록과 한국기록을 거푸 경신하며 금 3, 은 1, 동 3개로 모두 7개의 메달을 목에 걸고 우리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MVP의 영광까지 차지했습니다.

선수단은 승리의 기쁨과 함께 승마경기 도중 운명한 김형칠(47) 선수와의 이별의 슬픔도 함께 안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대표선수단이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처음 당한 재난이어서 충격도 컸습니다. 입국장에서 어린 박태환은 “대회 MVP의 영예를 김형칠 선수에게 바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나라에서는 체육훈장 맹호장을 추서했습니다.

20여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김형칠은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자상한 가장이기도 해서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애도 분위기 속에 대한승마협회는 매년 연말에 치르던 ‘승마인의 밤’ 잔치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종합 국제대회에서는 아니지만 자신의 꿈을 좇다 세상을 떠난 스포츠맨들은 하나 둘이 아닙니다. 1977년 9월 15일 세계의 정상 에베레스트를 정복해 한국산악인의 기개를 세계에 떨쳤던 고상돈은 이태 후 북아메리카의 매킨리봉에 올랐다가 하산 길 조난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갓 결혼했던 그 역시 유복자를 남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무릇 남아 있는 사람들은 먼저 떠난 사람들을 슬퍼합니다. 그러나 꿈을 좇아 떠난 사람들은 꿈도 없이 남아있는 사람들보다는 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고상돈 이후 그의 꿈을 따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연이어 세계 고봉들을 점령해 태극기를 꽂았습니다. 고상돈의 쾌거가 그 밑거름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대한산악연맹은 내년 3월 고상돈 등 ‘77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의 첫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등반을 기획한다고 합니다. 당시 원정대원 19명 중 이미 노병이 된 10명 정도가 이 등반에 참여할 계획이랍니다. 다시 산에 오르는 노병들의 감흥이 어떠할까요?

산악연맹은 에베레스트 등정의 다큐멘타리도 제작해서 기록물로 남기고 국내의 산악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기개를 펼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사회단체와 기성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승마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 2, 은 1, 동 1개로 슬픔 속에서도 종합 1위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대표팀의 맏형 김형칠의 희생을 더욱 값지게 하는 일은 그의 희생 위에 더욱 찬란한 한국 승마의 역사를 세우는 일일 것입니다. 언젠가는 김형칠배 승마대회에서 우승한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와서 그의 추모비 앞에 신고하는 감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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