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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1)-토가족의 사랑 이야기
방석순 2006년 12월 06일 (수) 00:00:00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중국 제1호 국가삼림(森林)공원이라는 장가계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현지 가이드들의 자랑입니다.

중국사람다운 허풍이겠지, 하다가 실제로 길이 2km가 넘는 케이블카에 매달려 운무를 헤치고 천자산(天子山) 꼭대기에 올라가 깊이 360여m로 새까맣게 내려다보이는 원가계(袁家界)의 대협곡을 돌아보고 수직 326m로 내려꽂히는 백룡(百龍)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그 엄청난 규모만으로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수억년 전 바다 밑 퇴적층이 융기되어 1천m 이상의 고원을 이루었다가 오랜 세월 동안 갈라지고 부서져 내린 후 지금껏 옹골차게 버티고 선 석영사암(石英砂岩)의 봉우리가 3천여개. 소나무를 이고 진 기암괴석들이 운해 속에 잠긴 채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기에 접어든 11월 하순에 찾은 장가계는 짙은 안개 속에 휩싸여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기묘한 봉우리와 깊은 숲, 맑은 계곡, 지하 동굴이 조화를 이룬 이 지역을 UNESCO는 2002년 세계자연유산, 2004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습니다.

삼림공원 서남부 높은 계곡을 인공댐으로 막아 만든 보봉호(寶峰湖)는 최대수심 100m가 넘는 깊은 물속에 초록빛 산봉우리들을 담아 그윽한 풍경을 그려냅니다. 배터리로 운행되는 유람선을 타고 나가면 호수 한 귀퉁이 배 위에서 토가족(土家族) 고유의상의 처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돌아오는 길목에선 토가족 총각의 노래가 울려 퍼집니다. 호수의 아름다운 경치와 선남선녀의 사랑 이야기가 멋지게 어우러집니다.

관광객 모두가 분위기에 취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데 조선족 가이드만은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저런 노래 실력으로는 시집장가 옳게 가긴 글렀다”면서. 가이드의 얘기로는 장가계 원주민인 토가족은 원래 키가 작고 얼굴이 동그란데 노래를 무척 즐겨서 혼담도 서양 오페라하듯 노래로만 주고받는답니다.

매년 3월 3일을 토가족들은 정인절(情人節)이라고 부른답니다. 혼기를 맞은 처녀총각들이 한 마을에 모여 남녀 각각 줄을 지어 마주섭니다. 마음에 드는 총각을 고른 처녀가 운율에 맞춰 먼저 수작을 건넵니다. “셋째 번 저 총각, 이름은 무엇이며 가족은 어찌 되는가?” 지목받은 총각은 만약 상대편 처녀가 마음에 들면 화답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이렇듯 노래로 화답하기를 세 차례,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절차가 끝나면 처녀가 총각의 신발 앞코를 살짝 밟아줍니다. 이에 호응하여 총각이 처녀의 신발 뒷굽을 살짝 차주면 마침내 한 쌍의 짝이 탄생되는 겁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총각이 그 처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호응하지 않으면 곤란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처녀는 그해로부터 3년동안 정인절 행사에 나올 수 없습니다. 동시에 그 총각 역시 3년동안 그 처녀의 집에 가서 수발을 들어야 합니다. 특히 매일 처녀의 발을 씻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상당수는 정이 들어 혼인하기도 한답니다.
어떻게든 남녀의 짝을 맺게 하려는 토가족들의 지혜가 아닐까요. 보봉호를 내려와서도 토가족 이야기와 사랑의 노래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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