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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아름다움
방석순 2006년 11월 22일 (수) 00:00:00
요 며칠사이 거리엔 햇살처럼 맑은 청소년들의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수능시험의 종료 벨소리와 함께 고생보따리를 던져놓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들입니다. 그들 덕에 거리도 환히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절기로는 흰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니 분명 겨울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봄날처럼 풀어진 어제오늘 날씨가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아슬아슬했습니다. 가슴 한복판 깊이 골을 타고 내려가는 블라우스의 네크라인, 한 팔만 들어도 가슴께까지 깡충 뛰어오르는 배꼽티, 미끄러질 듯 말 듯 히프에 걸쳐진 골반바지, 더 이상은 올라갈 수 없이 히프를 치받고 있는 미니스커트… 딱딱 요란한 굽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오는 우리네 젊은 여성들을 차마 눈 바로 뜨고 마주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본의 아니게 각양각색의 수많은 배꼽들을 감상하면서 즐거움보다는 겸연쩍고 수치스러움을 느껴야 했던 이 기막힌 억울함. 이건 시각적인 테러가 아닐까요?

아침저녁으로는 꽤 차가워진 초겨울 바람도 아직 젊음의 솟구치는 열기를 다 식히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젊은이들의 거리에선 여전히 초미니가 강세입니다. 지나다니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패션모델 그 이상의 멋을 내고 있습니다. 버스나 전철 간에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터인데 외양을 견주며 떠드는 모습은 흔해도 책을 펴든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능시험의 큰 짐을 내려놓은 청소년들은 이 시간 무슨 꿈들을 꾸고 있을까요. 물론 아직도 원하는 학교, 학과를 선택해야 하고, 또 선택받아야 하는 눈치전쟁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그들에겐 미래를 향한 설렘일 것입니다. 그들 중 더러는 영화관으로, 극장으로, 놀이공원으로 달려가기도 할 겁니다. 더러는 백화점을, 레스토랑을, 미용실을 기웃거리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성형수술 일정을 잡는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신체 어디엔가 결정적인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눈이나 코를 만져서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그들의 생김새가 ‘피택(被擇)’의 기준이 된다고 믿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취직이 안 되는 이유를 거기서 찾기도 합니다. 물론 일부의 얘기겠지만, 엄마 아빠가 물려준 얼굴로는 대접 못 받는다는 듯 틈만 나면, 돈만 생기면 성형수술 일정부터 잡는다는 겁니다. 어떤 조사에서 서울, 경기 일원 여중고생 1천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자신의 얼굴을 성형수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니 기가 찬 노릇입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단정한 용모, 예쁜 옷맵시야 탓할 까닭이 없겠지요. 문제는 내적인 성숙은 접어둔 채 외양이 제 운명을 결정한다는 듯 포장에 더 골몰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그들 내면에 깃든 기품과 아름다움을 바로 보아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조일 겁니다.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생각이 못나고 정신이 못난 어른들의 탓일 겁니다.

대학 입학 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제 막 인생의 꽃을 피우려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지금 그대로의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깨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다른 빛을 내는 수많은 별들이 있어 밤하늘이 더욱 아름답듯이, 저마다 다른 얼굴, 다른 음성, 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이 있어 이 세상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는 소중한 믿음을 갖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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