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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버린 자가 크게 얻는다
방석순 2007년 08월 24일 (금) 07:55:26
동국대 교수 신정아씨로 비롯된 허위 학력 파문이 끝을 모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김옥랑 윤석화 장미희 최수종 등 문화예술계의 스타들이 줄줄이 자신의 잘못된 이력을 (마지못해) 고백하고 사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백성사의 대열에 합류할지 모를 일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대중의 인기를 업고 살아온 이들의 허장성세는 그래도 이해할만 합니다. 어쩌다가 종교계에도 스타 열풍이 불었는지 수십만 신도들의 영적인 지도자로 추앙받아온 스님마저 그 대열에 끼어들어 우리를 당황케 합니다.

굽이굽이 굴곡진 우리네 역사에 피차 내세울 게 없을 듯한데 우리 사회는 유별나게 가문 따지고 학벌 따지기를 좋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좀 더 나아 보이려고, 좀 더 좋은 대접받으려고 허위 이력도 꾸미고, 없어도 있는 체 하려는 욕심들이 생겨나는가봅니다.

몇 번 집을 옮겨본 사람이면 책이나 LP 음반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이삿짐인지 다 압니다. 그때마다 전집이니 특집이니 하는 책 묶음들을 꽤 처분했지만 음반만은 여전히 그 무게 그대로 책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상 깊었던 여행의 기념품, 좋아하는 후배의 선물, 감명 깊게 들었던 음악회 연주자의 녹음… 이래저래 모인 음반은 나름대로 사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치워버릴 용기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하나, 이제는 참으로 특별하게 된 음반이 있습니다. 아마도 트로트로 분류됨직한 노래를 잔잔히 부르던 가수 자신이 서명까지 해서 건네준 선물입니다. 타이틀곡으로 불린 노래의 한 대목이 구성집니다.

“찬 서리 모진 바람 제 아무리 몰아쳐도/ 너와 나의 굳은 우정이 헤어진들 변할 소냐/ 의리로서 맺은 사나이 우정/ 돌뿌리의 우정이여”

1970년대 후반 다니던 신문사에 여러 가지 재주가 빼어난 견습기자 한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듣기 좋은 음색에 노래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심령술에 심취해서 걸핏하면 선배들을 붙잡고 전생을 풀어내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바람에 어떤 선배는 졸지에 티베트에서 도를 닦던 고승이, 또 어떤 선배는 사하라사막에서 전사한 전차병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래들끼리는 엉터리다 아니다,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의 재담을 심심풀이로 즐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불쑥 자신이 부른 노래의 음반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자필서명까지 해서. 음반을 받아들고도 감사해야할지 걱정해야할지 난감했습니다. 된 시집살이의 햇병아리 기자가 기사취재 제쳐두고 음반을 냈으니 칭찬은 고사하고 불호령받기가 십상이었지요.

“이 친구야, 신문사서 이런 거 함부로 들고 다니다 무슨 사단내려고…?” “형, 나 신문사 왜 들어왔는지 잘 알잖우.”

그는 대학 다니다 말고 미 팔군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했습니다. 노래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데 돈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뜰 재주가 없더랍니다. ‘자가피알’이 절실해서 신문사에 들어왔다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신문에 기사 몇 줄 나면 상당한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오래지 않아 당시 군사정부의 정화운동 서슬에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전해 듣기로는 야근 중에 불온한 노래를 부른 게 탈이 났다는 얘기였습니다. 결국에는 직장도 집도 처자도 모두 버리고 입산했다는 안타까운 소문도 들려왔습니다.

얼마간 세월이 흐른 후 젊고 유능한 스님 한 분이 서울 서초동에 선원을 열었습니다. 뛰어난 언변과 현대적인 감각의 명쾌한 법문이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불심이 가득한 강남의 수많은 신도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선원은 강남구 포이동에 초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옮겨갔습니다.

신도 25만명을 자랑한다는 능인선원의 오늘입니다. 지광은 정말 속세에서 가졌던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가수의 꿈, 기자의 꿈마저 버림으로써 불가에서 성공한(?) 스님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능인선원은 국내외 여러 곳에 지원을 두고 불교대학과 신문, 인터넷방송,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불교선양원, 사회복지재단, 신용협동조합에 한의원까지 거느리고 있습니다. 규모있는 조직과 시설, 그리고 구름처럼 모여드는 신도들을 보면 능인선원이 바로 현세에 세워진 불국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지광이 지난주 한 일간지에 그동안 학력을 속인 사실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참회한다”며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서울대 출신, 해직 언론인 스님’은 오늘날 그의 성공의 기초였을 터인데 말입니다.

신문사 선배가 만들어준 이력인지, 후배가 써준 이력인지, 허위 학력의 내력을 확실히 아는 이는 지광 자신밖에 없을 것입니다. 믿음에도 학력이 필요했을까요. 구도에도 학벌이 필요했을까요. 오직 몸과 마음을 던지는 ‘정진’만이 필요했을 법한데. 과연 불문에서는 어떻게 정진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지광에게는 다시 한 번 모든 걸 버리고 비우는 결단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게 연예 스타가 아닌, 종교 지도자가 다시 서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집착을 던져라.” “크게 버린 자가 크게 얻는다.”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에게 가르쳤듯이 스스로 크게 버림으로써 이 세상에 참 빛을 전해주는 큰 스님이 되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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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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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220.XXX.XXX.102)
무더위 피해 돌아다니다 뒤늦게 글을 접하고 인사 전합니다.
그동안 깊은 생각과 촌철살인의 예리함, 그리고 정제된 표현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는데 이번 글은 지난날의 진실 속, 지광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 깨우침까지 주고 있군요.
부디 좋은 글 더욱 가꾸고 정진하기를- 글벗 이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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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1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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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68.XXX.XXX.66)
과 구도에는 굳이 학력이 필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만,,,,"장사"에는 아마도 많이 필요 했을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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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3: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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