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인질사건과 국민성
김수종 2007년 08월 01일 (수) 02:13:17
얼마 전 전직 외교관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마침 기독교 봉사단체 소속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인질로 잡힌 직후여서 화제가 한국인들의 해외활동에 모아졌습니다.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면서 세계 여러 인종과 국민을 눈여겨보았던 그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 사람의 극성스러움과 쏠림현상은 정말 유별난 것 같습니다. 좋은 점도 있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해외활동을 생각할 때, 이제 좀 찬찬해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아니고 분쟁중인 위험지역에 여행하지 말 것을 정부가 당부하면 좀 따라줘야 할 텐데 그렇질 못해요. 언론의 국민 교육적 책임이 큽니다.”

세계 여러 인종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비교할만한 경험이 나에겐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는 한국인들의 극성스런 해외활동을 감안할 때 내심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했습니다.

이번 한민족 복지재단 봉사단의 아프간 활동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하루가 지나서였던가,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에서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피납 현장 관할 가즈니 경찰국장의 말입니다. “한국인들은 탈레반의 노림수가 되도록 행동했다. 경찰이 증명서류를 갖고 귀찮게 굴까봐서 버스기사에게 그들의 이동을 경찰에 알리지 못하도록 당부했다. 이건 그들의 실수다.” 주지사도 한국인들의 조심스럽지 못함을 “한국인들은 마치 자기네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이 생각한 듯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종교적 신념에 의해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용기가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은 숭고한 일이고, 그래서 이번에 납치된 그 젊은이들의 박애정신은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프간 현지 관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이번 봉사단은 위험에 대비하지 않은 무모한 여행을 강행한 것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납치된 곳이 탈레반 활동지역이었다는 점,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이 파견되어 있는 점, 이미 정부가 여행제한 지역으로 규정한 점 등으로 미뤄 기독교 단체의 이름아래 나라꼴이 아닌 이 회교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상식이었을 것입니다.

세계에 기독교를 믿는 나라는 많지만 복음선교에 열정적인 나라 국민은 미국과 한국이라고 합니다. 미국 잡지의 기사에도 미국인 선교활동가들이 이라크 같은 위험지역에서 극성을 떠는 바람에 미군이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을 막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규모 인질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가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물질적 심리적 손실과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인질이 하나 둘 살해되는 절명의 상황에서 기독교단체와 교회가 이교단체인 아프간 탈레반을 상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장 반군집단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은 거의 전무합니다.
지루한 소모전에 인질가족 친지의 피 말리는 고통과 국민의 걱정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이런 극성스러운 활동을 종교적인 성향으로 보아야 할지, 우리나라 국민성과 결부해 보아야 할지는 기준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아프간 인질사건은 우리, 즉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12위의 큰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대륙과 해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간 10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합니다. 라오스 정글에서 비행기 사고가 나면 희생자의 태반이 한국인입니다. 동남아 바다에서 여객선 전복사고가 나면 한국인이 끼어 있습니다. “1달러 또는 1000원”이란 현지인의 한국말이 아시아 중요 관광지에서 들립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거미줄 같은 교통망으로 세계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21세기의 세계는 납치와 테러같은 비대칭적인 위험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는 세계를 얼마나 알고 세계로 뛰어들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도 한 장에 그려진 세계와 실제의 세계는 다른 것입니다. 이번 납치사건이 이를 얘기해줍니다.

이렇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정부의 책임은 그야말로 막중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개개인의 성숙함이 더 요구되는 시점에 있습니다. 해외활동에서 보이는 극성스러움과 쏠림 현상은 마찰과 오해와 경멸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이 대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집단기분에 휩싸여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는 성장통(成長痛)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4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haeddulnal (168.XXX.XXX.66)
점잔케 쓰셨네요.거 하고픈 말이 많앗을터인데,,,언론인 출신이시라서 그런가요?대~한민국,,,한번 쓰나미가 와야 정신 차려요.언제까지 이런 우물안 개구리가 되야 하는지,,,,,
이번의 인질 사태는 전적으로 그 교회 목사X 책임이지요.뭔 봉사를 하러 가는데 유서를 쓰고 갑니까?아니 내 자식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러 간다고 유서 쓰고 가는데 동의 하는 부모는 또 뭔가?그리고 돌아 올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답변달기
2007-08-06 16:56:43
2 2
박정미 (121.XXX.XXX.119)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나라 - 정치 사회 문화 언론...전반적인 국민의식 수준과 매너...한심합니다.
현재 세계인들에게 무시 당하고 왕따당하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니 더욱 답답합니다.
무모함은 의도하는 일들을 오히려 망칩니다. 무식한 장사꾼 같은 인간들이 정치 외교 사회 각 분야에서 텃세나 부리고... 정부는 뭐꼬? 외교란 그런 것이 아니데이! 능력 좀 길러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답변달기
2007-08-01 15:17:51
2 2
옵저버 (211.XXX.XXX.20)
언론의 자중을 촉구합니다. 이렇게 떠들어대니 무슨 협상이 가능하겠습니까? 정부는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것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종교의 이름으로 위험을 자초하는 사람들은 그냥 알아서 하도록 놔두면 어떨까요? 그들이 가진 게 용기이든 만용이든, 그것의 결과가 초래하는 비용과 고통이 너무 큽니다. 이대로 가다간 국민이 기독교인과 반기독교인으로 양분되게 될 것입니다.
답변달기
2007-08-01 13:03:42
2 2
스머프 (211.XXX.XXX.164)
신문들과 4개 방송 전부가 이 사태에 매달리는 언론의 쏠림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나겠구나 라는 암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호들갑이 협상의 진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정말 언론의 타락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답변달기
2007-08-01 11:10:30
2 1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