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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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이름으로

방석순

2006년 09월 08일 (금) 00:00:00

질병과 내전으로 얼룩진 고난의 땅 아프리카 킨샤샤에는 유명인사의 어머니 이름을 딴 병원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전 대통령 모부투의 어머니 이름을 붙인 ‘마마 예모’, 또 하나는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무톰보의 어머니 이름을 붙인 ‘비암바 마리 무톰보’입니다. 사람들은 두 병원을 콩고민주공화국의 암울했던 과거와 희망찬 내일의 상징으로 대비하곤 합니다.

1965년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는 2000병상의 큰 병원을 세웠습니다. 한 때는 중앙아프리카의 자랑이었습니다. 욕심만 많고 능력 없는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고통만 남기고 떠난 지금 병원 이름은 ‘킨샤샤 종합병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사이 시설도 서비스도 엉망이 됐습니다. 환자들은 병원 밖에서 약을 구해다 먹어야 하고, 돈이 없어 퇴원 못한 환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등나무 줄기로 엮은 침대에서 구호식품으로 연명해야 합니다. 의사들 역시 쥐꼬리만한 급료를 받으며 탈출 기회를 노리기는 환자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타고난 스포츠재능으로 자본주의 나라 미국에 진출해 돈을 모은 디켐베 무톰보(휴스턴 로키츠의 센터)는 1997년 모부투가 반군에게 축출되는 난리 통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킨샤샤가 온통 소요상태에 빠져 어머니가 병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숨진 것입니다.

무톰보는 9남매를 낳아 참다운 인간이 되도록 가르친 어머니를 기리며 고향 킨샤샤에 300병상의 최신식 병원을 세우는데 앞장섰습니다. 건설비 290억원 가운데 150억원을 대기로 했습니다. 오는 10월 진료가 시작될 병원의 개원을 앞두고 무톰보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고향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며 기뻐하고 있습니다.

7차례나 NBA 올스타로 뽑힌 스타 무톰보는 아내 로즈 사이에 아들 딸 하나씩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둘, 딸 둘을 또 입양해 모두 6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사회봉사에 참여해 1999년에는 자원봉사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봉사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키 218cm에 몸무게 120kg이 넘는 거구입니다. 공룡센터 샤킬과 함께 NBA에서 가장 큰 신발을 신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고향 킨샤샤를 품을 만큼 가슴이 더 큰 남자입니다.

국내 농구코트에도 미약하나마 ‘사랑의 3점슛’이라는 선행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3점슛이 성공될 때마다 연탄 100장씩을 적립해 불우이웃을 돕기도 하고, 병상의 어린이나 장애인들을 돕는 행사들이 벌어져 훈훈한 정을 전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의 양극화를 우려합니다. 무한경쟁을 전제로 하는 시장경제, 세계시장의 개방이 지구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습니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국가의 복지정책도 국민들의 주머니 한계를 넘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인 부의 세습을 비난합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의 기득권은 고수하겠다고 일자리의 상속을 주장하는 이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게 인간입니다.

숨이 막힐 듯 각박해져가는 세상에 세계 두 번째 부자라는 미국의 자산가 워런 버핏이 전 재산의 85%(약 37조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노라고 선언해 화제가 됐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갑부라는 홍콩의 리카싱도 재산 3분의 1(약 6조원)을 의료보건과 교육사업을 위한 재단에 내놓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렇듯 조건 없이 베푸는 나눔 정신이야말로 대안 없이 비판받는 자본주의 실험의 성공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희망으로 여겨집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들딸의 이름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선행들이 메마른 사회에 온정의 꽃을 피우고 자본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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