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이젠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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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이젠 올리세요

임철순

2012년 09월 13일 (목) 06:23:14

담배 끊기 정말 어렵지요? 세상엔 3대 독종이 있다고 합니다. 쿠데타하는 사람, 이혼하는 사람, 담배 끊는 사람이 3대 독종입니다. 지금처럼 이혼을 밥 먹듯 하고 쿠데타는 꿈도 못 꾸게 돼버린 세상에는 맞지 않는 말이지만, 담배 끊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농담일 것입니다.

그러나 담배 끊는 거, 그거 아주 아주 쉽습니다. 나의 흡연 역사는 무려 36년을 헤아리는데, 끊을 때는 단칼에 끊었습니다. 그 뒤 어떤가 보려고(!) 한 6개월 다시 피운 적도 있긴 하지만, 또 한 번 단칼에 끊은 지 벌써 6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담배 연기 맡기도 싫고, 길거리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면 욕하며 연기를 피해서 갈 정도가 됐습니다(그놈의 담배 연기는 왜 꼭 뒤로만 오는지?).

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고3 때인 1969년, 대입 예비고사(지금의 수능시험)를 치른 11월 18일 저녁입니다. 그날 하도 줄담배를 피워대 하숙집에 놀러 왔던 친구 녀석이 “그동안 어떻게 안 피우고 살았느냐?”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잘 마셔댄 술과 달리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은 그때까지 별로 없었습니다.

담배에 얽힌 에피소드는 누구나 많겠지만, 한 가지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담배를 갓 피우기 시작한 그 무렵의 겨울밤, 미아리 고개의 하숙집에서 친구들과 술판을 벌일 때 한 녀석이 담배꽁초를 잘못 버리는 바람에 내 솜이불이 꽤 탔습니다. 급한 김에 막걸리를 딥다 부어 불을 껐는데, 이불에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뻥 뚫렸습니다. 날이 추워진다고 한 달쯤 전에 어머니가 시골에서 부쳐 주어 서울역(우체국?) 가서 찾아온 이불이었는데(이제사 말하지만 오마니 죄송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10대는 담배를 한시라도 빨리 피우고 싶어 합니다. 최근 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고3 학생들의 흡연율은 남학생이 25%, 여학생은 8.1%랍니다. 성인 흡연율은 남성이 48.3%, 여성이 6.3%로 집계됐습니다. 고3 남학생의 4분의 1이 담배를 피운다는 뜻인데, 학부모나 교사들은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치를 분석하면 성인 여성 흡연율이 2배 이상 높게 나온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도 있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설문조사를 할 때 여성들이 흡연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성인 남성 흡연율 48.3%는 가장 높았던 1980년의 79.3%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아진 것이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는 그리스에 이어 2위입니다. 흡연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담뱃값 인상입니다. 2004년 12월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하자 흡연율이 2년 만에 11.9%포인트나 떨어졌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담뱃값은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저렴합니다. 가장 비싼 아일랜드가 우리나라의 6배에 육박하며 영국은 4배 이상, 프랑스는 4배에 가깝습니다. 담뱃값이 비싼 나라는 대부분 흡연율도 낮습니다.

담뱃값 인상은 1998년 국민의정부 출범 이후 보건당국의 숙원입니다. 그러나 수없이 운을 떼고도 번번이 인상안이 좌절된 이유는 서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반대론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계층은 소득수준 하위계층인데 값을 올리면 어려운 사람만 더 어려워지니 비가격정책을 통해 흡연율을 낮출 연구를 하라는 게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반론입니다.

우리나라는 WHO(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입국입니다. 이 협약은 202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흡연 사망자가 매년 1,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효과적으로 흡연을 통제하자는 취지입니다. 협약은 2003년 5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56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①협약 발효 후 5년 안에 가입국에서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ㆍ후원 전면 금지 ②담뱃갑의 최소 30% 면적에 암에 걸린 폐의 사진을 싣는 등 경고문구나 그림 삽입 ③담뱃갑 겉면에 ‘저타르’‘마일드’ ‘라이트’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 사용 금지 ④담배 자판기에 미성년자 접근 금지 ⑤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국제기금 조성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7월 협약에 서명하고 2005년 5월 비준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협약의 주요 사항은 하나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태국 브라질 등 전 세계 40여개 국이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법안을 도입한 것과 달리 우리는 약속 이행연도(2008년)에서 벌써 3년 이상 지났지만 진척이 없습니다.

그런 터에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에서는 제 5회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립니다. 회의 100일을 앞둔 사전행사도 이미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 손님들을 잔뜩 오게 하고 별로 내놓을 것 없는 잔칫상을 차려야 할 판입니다.

이제는 담뱃값 인상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물가가 다 올랐는데 담뱃값만 2004년 가격 그대로 두느냐의 차원이 아닙니다.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WHO의 정책 지향대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격정책을 충실히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2010년에 30% 이상 인상했는데, 우리는 얼마나 올리는 게 좋은가? 2009년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OECD 회원국의 소득과 담뱃값에 대한 비교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따른 적정 담뱃값은 6,119원이었다고 합니다. 2010년의 다른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흡연자들의 ‘금연 의향가격’은 8,000원이었습니다. 2020년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목표인 29% 흡연율을 달성하려면 최소 4,500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30년 전만 해도 담뱃값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담뱃값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10일 입법예고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는 가격 부분이 빠져 있는데, 복지부는 현행 2,500원인 담뱃값을 2013년부터 500원씩 올리는 단계적 인상안과 5,000원으로 2배 올리는 즉각적 인상안 두 가지를 검토 중인가 봅니다. 비흡연자들에게는 관심사가 아니겠지만, 국민건강과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히 감안한 가격 인상안을 제시해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여임 (211.XXX.XXX.129)

저희집에도 그런 모지라니가 한분 계시네요...옳소! 옳소! 만원도 좋고 이만원도 좋습니다. 그럼 끊진 못해도 줄이기라도 할테니까...참고로 니코틴이 함유된 사윗감은 보지도 않고 불합격원칙을 세웠답니다^^큰사위는 성공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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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0 10: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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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모 (121.XXX.XXX.16)

금연은 당연 건강보호차원에서 시작하는것일텐데, 그렇다면 서민들은 돈도없으니까 건강이라도 반드시 지켜줘야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서민금연은 꼭 실행해주는게 국가의 몫이고 서민을 위하는거죠. 담배값인상이 우선 서민에게 부담되어 주저한다?는건 옹색한 변명인것 같습니다. 임주필님께서는 고필이때부터 문제아? 이셨네요.ㅎㅎㅎ. 글 항상 유익하게 읽고있습니다.감사합니다. 박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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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6 06: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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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121.XXX.XXX.16)

가격을 배로 올려 흡연인사들의 斷煙으로 건강향상에 기여하도록 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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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0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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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복 (121.XXX.XXX.16)

흑, 그래서 살이 안빠지시는구낭ㅎㅎㅎ/좋은 담배,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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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00: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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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제 생각에도 담배값을 올리는 것이 금연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아들아이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담배보다 즐거운일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에 에너지를 팔겠느냐면서 단 한번도 시도해 보지않아 담배의 해로움이 사회적이슈가 된 지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사위가 끊지 못해 걱정인데, 사위는 아주 구두쇠여서 담배값이 많이 오르면 분명히 끊을 것입니다.
담배값 인상 뉴스만 나오면 이젤까? 저젤까? 기대하면서 경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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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18: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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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121.XXX.XXX.16)

어제 친구들이 만나는 당구장에 모처럼 갔는데 저는 담배 연기 때문에 당구를 못 배우겠더군요. 눈이 아리고 기침 나서 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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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4 09: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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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211.XXX.XXX.129)

담배끊는 독종에 비견할 만한 독종은 골프치며 헤드 업 안하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임샘은 실컷 피우고 난 뒤에 담배값 올리라고 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혹시 여전히 골초라면 모를까?
그건 마치 채식주의자가 쇠고기값 올리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잖아요....
아뇨 아뇨 저 담배 안 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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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10: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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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211.XXX.XXX.129)

담배값올린다고 끊는다고?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 답배값을 올리라고? 그런 슬데 없느 소리 하지마세요...서면경제 눈물흘리다 못해 담배도 못피워 자살율이 높아질겁니다. 다시는 담배값 올리란 소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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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 10: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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