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금불초 (국화과)
2012년 08월15일 (수) / 박대문
 
 
전국 곳곳의 산과 들, 특히 물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인 금불초입니다.
꽃이 노랗다고 하여 금불초라고 하는데,
가을에 피는 산국(山菊) 비슷한 노란 꽃이 여름철에 피어
조선 시대에는 하국(夏菊)이라 불렸다고도 합니다.

꽃은 다른 국화류와는 달리
꽃잎이 좁고 길게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전체에 털이 나며 줄기는 곧게 섭니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는 없으며,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습니다.

아침저녁 지나가는 아파트 입구 자동차길 옆
야트막한 언덕의 풀밭에 피어있는 금불초 모습입니다.
이 예쁜 꽃이 하루아침에 도로 주변 잡초 제거 작업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도로 옆 풀밭 언덕에 이른 봄 연둣빛 새싹이 오르고
나날이 자라서 무성한 풀밭이 되더니
민들레, 제비꽃, 메꽃, 개망초, 씀바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노란 꽃을 매단 꽃대가 훌쩍 올라와 있어
씀바귀류인가 싶었으나 조금 달라 보여
가까이 가서 봤더니 금불초였습니다.
이 금불초가 어떻게 도심의 자동차 도로 옆에까지 왔을까?
물론 근처 화단에 심은 것의 씨가 날려 왔겠지만
기특해서 매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갈수록 점점 많은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 풀숲에 여러 개체가 파묻혀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얀 개망초 꽃과 어울려 제법 멋있는
화단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산국처럼 고운 꽃이 풀밭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기특하고 예뻐서 위의 사진까지 찍어 놨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이들 꽃이 깡그리 사라졌습니다.
구청 도로관리요원인지 환경미화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취기로 도로 주변의 풀들을
깔끔하게 면도질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긴긴 겨울 땅속에 묻혀 지내다 봄 동안 열심히 자라
불볕더위 한여름에 있는 힘을 다해 꽃송이 피워 올렸건만
열매도 맺기 전에, 아니 꽃이 지기도 전에
깡그리 잘려나갔으니
그 안타까움과 허망함을 어이하나요.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한 기준에 의해
잡초, 곡식, 화훼류 등으로 구분하고 다루는 탓에
꽃을 미처 다 피워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야만 하는 야초의 한스러움을 누가 알까요?
잘려나간 꽃송이의 탄식이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도로 옆 화단에 자리 잡았으면 고이 자랐을 터인데
무성한 풀밭에 함께 어울린 것이 잘못이었던가?
있어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따라
그 존재 가치와 명운이 판이하게 갈린다는 것은
사람의 세계도 야초의 세계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2012.8.5. 서울에서)
전체칼럼의견(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체기사의견(0)
08월 15일
08월 08일
08월 01일
07월 25일
07월 18일
07월 04일
06월 27일
0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