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지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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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지 말 것을…”

임철순

2012년 04월 13일 (금) 01:45:43

4ㆍ11총선이 보여준 것은 무서운 민심입니다. 새누리당에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제 1당의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경고를 잊지 않았고,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는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와 함께 분발을 촉구했다고 해석할 만합니다. 항상 선거가 끝나면 표 분석을 통해 편안하게 하는 말이지만, “민심은 그야말로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다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12월의 대선까지 8개월 동안 여당과 야당의 쟁투가 더욱 볼 만해졌습니다. 부디 종전과 다른 정치, 자신들의 한계를 깊이 인식하는 정치를 해 주기 바랍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의석수 과반을 이루긴 했지만, 정당 득표율을 비교하면 이긴 게 아닙니다. 새누리당(42.80%)과 자유선진당(3.23%) 등 범보수 진영이 46.03%인 데 비해 민주통합당(36.45%)과 통합진보당(10.30%) 등 범진보 진영이 이보다 더 많은 46.75%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총선 막바지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구갑 후보의 당락이었습니다. 막판에 터진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하고 끝까지 간 그가 당선될 경우 정국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특히 ‘나꼼수’의 현실정치 간여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낙선했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그의 언동은 노원구갑만이 아니라 다른 선거구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거 후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조차 “이 문제로 중부권, 특히 충청권이 흔들리는 것을 내부에서도 분명히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선거 전에도 민주당 박선숙 선대본부장이 “충청과 강원지역에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역사 진전에 별 도움이 못된 터라 지지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깊이 근신하며 이 사회에 기여할 바를 찾겠다”고 낙선인사를 했습니다. 당연한 인사일 것입니다. 나꼼수는 물론 야권 지지자들에게 그는 큰 빚을 졌습니다. 한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출마했던 이유에 대해 “자리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되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나꼼수가 제기해온 여러 의혹을 좀 더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11일 밤 개표가 진행 중인 시간에 나꼼수의 팬들이 모인 카페에 갔을 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는 “막말이 내 기억 속에 있었더라면 정치하려고 할 때 사전에 논의했었을 텐데. 나도 몰랐다. 벌어진 일이고 엎어진 물이니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총선판을 발칵 뒤집는, 난리를 빚은 말들이 기억에 없다는 게 놀랍지만, 늘 보통으로 하던 말이었다면 그 많은 말을 다 기억하기는 사실 어려울 것입니다.

이 보도를 보면서, 2008년 2월 말 이명박 정부 초기에 김경한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부동산, 골프장 헬스클럽 회원권을 많이 보유한 데 대해 변명하면서 “공직을 맡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좀 다르게 살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너무 절묘해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는 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고위 관료로 고름직한 성향의 50~60대 인물치고 부동산 투기나 위장전입 등 각종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전혀 없을 만큼 흠결이 전무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문제는 공적인 삶과 개인적인 삶이 다를 수 있거나 달라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삶의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 대한 이중적 태도와 인식은 한국사회에서 오래 용인돼왔고, 그래서 몰염치와 부정 비리를 저지르는 원인이 돼왔습니다.

어떤 경위에서든 정치에 투신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공적 봉사의식이 남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합니다. 19대 국회에 들어가는 신인들의 도덕성이나 참신성에 기대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당선자들 중에는 과연 국회의원 자격이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 눈에 보입니다. 박사논문인지 복사논문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표절 의심을 받고 있는 문대성 당선자(새누리 부산 사하구갑), 제수 성추행 미수 의혹이 제기된 김형태 당선자(새누리 경북 포항남구ㆍ울릉), 이런 사람들은 의심이 사실로 확인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될 수 없습니다. 바로 물러나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대충 남들처럼 그렇고 그렇게 살다가 갑자기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훌륭한 인물이 되어 나타나 공공업무에 종사하는 봉사자로서 사람이 바뀐 것처럼 새로운 삶을 꾸려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어떤 내용이든 개인의 삶이 금세 드러납니다. 어디 숨기거나 감출 곳이 없습니다. 모든 게 기록으로 남는 세상입니다. 일반인용 삶과 국회의원이나 장관용 삶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삶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올바르고 보편타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렵고, 그런 삶이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인정을 받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그림 (1.XXX.XXX.117)

준비된사람& 공증된사람 그런 사람도 국회에 나가면 식상한다고 하지요
그런데 젊은 나이에 벌써 저렇게 망가진 사람을 뽑아주었다면
어찌되었을꼬 아찔하였답니다.
일반적이고 보편타당한 그런사람 바로 여기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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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8 11: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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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래 (211.XXX.XXX.129)

임철순씨, 서형래..부지런하셔서 감탄이 절로 나와요.우리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이중적 태도로 살고 있다고 '너그럽게' 생각하는데 서양인은 우리를 '정신이 분열된'사람들이라 도덕군자와 범법자-도둑놈의 일을 한 사람이 아무런 정신적 고통 없이, 아무 장애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잘 하며 살고 있다고 규정.최근 어는 자리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중 유신론자는 몇명이나 될까?'하는 물음을 들었는데 즉 예수를 믿는다며 일요일마다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사람중에서 유신론자 즉 하느님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질문.하느님이 위에 계셔 나의 행동과 생각을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짓을 한국기독교인은 서슴없이 저지르니...근본적인 물음까지 올라간것.한국인의 정신 spirit은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게 너무 많다고 평소 느껴 한 마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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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7 17: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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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누구나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비록 높은 지위에 오르지는 못하더라도 품위있게 떴떳하게 잘 살아서 부끄럽지않은 뒷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가 민주당 공멸을 자초한 언행이 "늘 보통으로 하던 말이었다면" 그 자신의 성숙되지 못한 인격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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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21: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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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표 (211.XXX.XXX.129)

공감합니다. 더욱 냉철한 펜으로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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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4: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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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호 (211.XXX.XXX.129)

淡硯 선생님, 너무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공 봉사인으로서의 삶의 기준을 매우 시원스럽게 제시하셔서 좋습니다. "시와 술과 유머를 사랑하고, 불의와 용렬을 미워하려 애쓰고 있음."이라는 자기설명 말씀이 우리를 미소짓게 해주어서 또 좋습니다. 항산 좋은 글 기대하겠읍니다.
서귀포에서 정 달 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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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3: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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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211.XXX.XXX.129)

문학도 삶이라던데 정치도 그렇군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아름다운 글을 쓸수 있다고 말예요....
저 투표했어요. 임주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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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3: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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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180.XXX.XXX.137)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 투표는 위대한 행위라 생각합니다.
개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항상 결과는 '기똥' 찼던 것 같아요

여기서 저기서 '변태'가 범람하는 요즘,
'올바르고 보편타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게
누구나 어디서나 '보통'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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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2: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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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211.XXX.XXX.129)

선거 상황에 관한 잔잔한 분석이군요.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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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1: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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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환 (211.XXX.XXX.129)

좋은글입니다시.술.그리고유머를사랑합니다ㅡ한번뵈요ㅡ김이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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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1: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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