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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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허영섭

2012년 03월 05일 (월) 00:33:39

선거철이면 으레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머슴이니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국회의원들 얘깁니다. 투표할 때만 자기를 뽑아 달라고 짐짓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척하는 것뿐입니다. 가슴에 금배지를 달고 나자마자 그들의 처신이 돌변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도 있겠지만, 거의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이번에는 기어코 지역구를 하나 더 늘려 300석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일반 여론은 오히려 의석수를 줄이자고 하는 판에 거꾸로 간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이 서로 선거구를 이리저리 쪼개고 붙이는 교묘한 작업 끝에 만들어낸 타협안이라고 합니다. 국민들로서는 연간 30억원도 넘게 들어가는 상전 한 분을 추가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몸싸움을 규제하는 국회선진화 법안과 슈퍼마켓에서 약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진작부터 논의되어 왔던 법안인데도 말입니다. 자기들 밥그릇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법인과 단체로부터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상임위를 전격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오지랖 넓게도 소급입법을 해가면서까지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나섰던 것은 또 무슨 심산이겠습니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초·중·고교의 무상급식을 비롯해 유치원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무책임한 공약이 남발되는 것도 탐탁지 않습니다. 선심을 쓰듯이 행세하고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재원이 결국은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은 물론 자신들의 정치적 행동을 규제하는 법안의 제정권조차 스스로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삼권분립의 정신에 비추어 타당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놓은 꼴이라고나 할까요.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차선을 어겨가며 마구 내지르더라도 말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세비 문제만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들은 전셋값과 취업난, 가계대출 이자부담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도 그들은 꼬박꼬박 세비를 올리고 있습니다.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씩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시행중에 있습니다. 그들에게 눈곱만큼의 염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금배지를 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 대부분은 99%의 일반 국민에 비해 1%의 특권층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신드롬’의 여파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직후 여야 의원들의 표정에 나타났던 긴장감과 위기감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존 정치권이 국민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스스로 특권을 벗어버리겠다는 얘기도 그때 나온 것이었습니다. 세비를 삭감하거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그로부터 너덧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가시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어 자기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듯한 움직임만 엿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의원 세비를 삭감하자는 논의가 공식 제기되었는데도 우리는 그냥 시늉에 그칠 뿐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도 국민복지를 위해서보다는 선거전략의 일환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거전의 행태도 문제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으로 선거인단을 매수하는 작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어느 구석에선가는 돈봉투가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야 정당별로 공천자 명단이 확정되면서 이런 불법 사례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 뻔합니다. 나라를 올바로 세우자는 것인지 망치자는 것인지 구분조차 모호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는 국회가 도매금으로 국민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누구라도 뽑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투표장에 나가는 것이지만, 유권자들이 낙천·낙선운동을 뛰어넘어 이심전심으로 투표를 거부하는 경우가 닥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무관심의 차원을 넘어 갈수록 혐오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만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국회의원들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다. 불미스런 사태가 닥치기 전에 제 손으로 목에 방울을 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그 딸랑거리는 방울소리를 듣고 의원들이 각각 제 위치에 있음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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