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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향한 카운트다운?
방석순 2007년 05월 18일 (금) 09:23:31
앞으로 남은 숫자는 10!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금으로선 누구도 이 불행을 향한 카운트다운을 막을 길이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명예롭고 축복받아야 할 일이 불행한 사태로, 시비와 갈등의 불씨로 다가온 이 현실을 미국 야구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아니 세계의 야구팬들의 반응은 또 어떨까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슬러거 배리 본즈는 지난 9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개인통산 745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최다기록인 행크 애런의 755개에 10개 차로 다가선 것입니다. 5월 들어 7게임에서 홈런 3개를 날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이르면 이달 중에, 늦어도 6월 중에는 대망의, 아니 문제의 새 기록이 작성될 전망입니다.

메이저리그 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의 달성을 앞두고 미국 야구계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그의 최고기록을 인정하고 최고 홈런타자의 영예를 부여하느냐, 기록을 수정하고 야구계에서 추방하느냐, 진퇴양난입니다.

메이저리그 홈런왕 본즈가 법적으로 금지된 근육강화제를 복용했다는 혐의가 이 소란의 주된 원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이 거칠고 거만하고 비타협적인 언행이 그에 대한 혐의와 비난을 확대 재생산해내고 있습니다.

본즈 스스로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근육강화제를 복용했을 수도 있다고 털어놓은 이후 논란은 약물복용 시비에서 그의 인간성에 대한 비판, 흑백의 인종갈등으로까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야구계 종사자들 가운데는 본즈의 홈런 신기록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약물에 힘입은 부정한 기록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그의 오만과 비인간적인 태도가 더 밉보인 탓입니다. 특히 많은 수의 백인들이 그의 홈런에 야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흑인들은 본즈를 성원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타자 데이비드 오티스는 “그의 약물 복용설을 믿지 않는다. 약물이 본즈가 보여주는 것처럼 완벽한 스윙폼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옹호합니다. 그에 대한 비난은 흑백 인종차별 의식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긴 흑인선수 행크 애런이 백인의 우상이던 베이브 루스의 통산 714홈런 기록을 돌파했던 1974년에는 아예 살해 위협까지 받았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까지도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진정한 야구 영웅은 베이브 루스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본즈는 ‘본즈패밀리재단’과 장학재단을 세워 이웃 청소년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지원하고,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에 참여하고, 댈리시에 아버지의 이름을 붙인 ‘보비 본즈 주니어 자이언츠 필드’를 헌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그의 선행은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편입니다.

과연 본즈가 755호, 756호 홈런을 날리는 순간 그라운드엔 축하의 환호성이 더 높을까요, 야유의 함성이 더 높을까요.

이런 가운데 경매업체 헤리티지 옥션 갤러리는 본즈가 행크 애런의 기록을 깨뜨리는 756호 홈런을 칠 경우 홈런 볼을 100만 달러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해 팬들의 논쟁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애런의 755호 홈런 볼은 지난해 22만 100달러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야구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흔히들 'National Pastime(국민적인 여흥)'이라고 부릅니다.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많은 국민적인 영웅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타이 콥, 베이브 루스, 행크 애런, 윌리 메이스, 테드 윌리엄스, 사이 영, 샌디 쿠팩스, 스탠 뮤지얼, 마릴린 몬로의 남편이며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조 디마지오 등.

 
기록만 보면 현역 최고의 홈런 타자 배리 본즈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본즈는 1964년 샌프란시스코의 걸출한 타자로, 타격코치로 활약했던 보비 본즈(14시즌 통산 332홈런 461도루)를 아버지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위대한 흑인 스타 윌리 메이스(21시즌 통산 660홈런)를 대부(代父)로 태어났습니다. 윌리 메이스와 미키 맨틀, 카림 압둘자바가 그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습니다.

187cm의 키에 100kg이 넘는 탄탄한 몸을 가진 이 왼손잡이는 198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금년 5월까지 22시즌째 2,894게임에서 2,868안타(타율 .299) 745홈런(13시즌 연속 30홈런 이상) 510도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다인 7차례의 내셔널리그 MVP, 13차례의 올스타, 8차례의 골든글러브도 그의 자랑스러운 기록입니다.

그러나 본즈 자신의 언행으로 불거진 시비와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면 저 불행한 최고의 타자 피트 로즈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로즈는 생애통산 4,256개의 최다안타 대기록을 남기고도 도박 유죄평결로 야구계에서 사라져갔습니다.

본즈의 홈런 행진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백악관, 법무성 관리들과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의 4대 메이저 스포츠 리그, 올림픽위원회, 학생스포츠연맹의 최고위 간부들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스포츠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스테로이드, 성장촉진제 등 금지약물 보급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가 본즈의 대기록이 임박한 시기에 열린 의미를 곱씹어보게 됩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조지 셀리그의 지명을 받아 메이저리그의 약물조사단을 지휘하고 있는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은 이미 플리바기닝(유죄답변 흥정)으로 전 뉴욕 메츠의 직원과 딜러로부터 10여 명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약물을 공급했다는 답변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본즈는 지금 위증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있습니다. 조사에서 고의적인 스테로이드 복용 혐의가 확인될 경우 그의 선수 생명은 끝장나게 될 것입니다. 기록마저 인정받지 못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본즈가 약물 복용 혐의에서 벗어날 경우 그는 악의적인 일부 여론의 희생양이었음이 판명되고, 실추된 명예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엔 결국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근거없는 모함으로 흑인 영웅을 혹독한 시험대에 올렸었다는 비판이 일고, 인종적인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본즈 논란’은 이래저래 미국 야구계와 미국 사회의 딜레마로 보입니다. 혹시 이번 경우도 ‘조승희 사건’처럼 오히려 미국 사회의 화합과 이해의 계기로 승화될 수 있을까요. 배리 본즈의 대기록 달성 순간, 그리고 약물조사의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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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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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머리 (211.XXX.XXX.129)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진까지 곁들이니 훨씬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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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8 1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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