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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탐방] 세계 제1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을 가다
방석순 2007년 05월 15일 (화) 09:40:08

반대론자들의 격한 시위를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 덕분에 한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그 상승세는 꽤 오래 지속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우리의 경제상황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우리의 경제성장 동력이라던 수출이 주춤합니다. 1/4분기 대표기업들의 실적은 보잘것없습니다. IT, 자동차 등 주력상품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서민경제는 여전히 파탄이 날 지경이라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니 주가는 허공에서 맴도는 기분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주가는 거품이라고 주저 않고 단정할 정도입니다.

최근 세계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조선의 형편은 어떨까요. 어떤 이들은 우리 기술수준의 향상 때문이 아니라 선진국의 고임금에 떠밀려왔다가 곧 우리보다 임금이 싼 또 다른 나라로 흘러갈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수주 대상이 호화여객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레벨업돼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과연 우리 조선의 현재는 어떠한지, 또 내일은 어떠할지.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선두를 달린다는 울산 현대중공업의 현장을 찾아보았습니다.

1972년 박정희 정부의 독려를 받으며 고 정주영 회장이 황량한 울산 바닷가에 조선소를 세운지 35년, 현대중공업은 이미 국빈급 방한 인사들의 투어코스가 돼버렸습니다. 때마침 이라크의 알 말리키 총리가 방문해 회사 안팎이 수선스러웠지만 운동장만큼 커다란 선박의 조립이 이루어지는 도크의 일손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만들어낸 LNG선의 경우 한 척 값이 2억5천 달러에서 2억8천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전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며 우리 조직위원회가 FIFA의 수익금 가운데 받기로 한 지원금이 1억 달러였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살벌한 언쟁을 벌이며 목을 매달고 있는 마카오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묶인 돈이 겨우 2500만 달러입니다.

덩치가 가장 큰 유조선의 경우 30만 톤급 이상이면 초대형이라고 불립니다. 현대중공업 제1공장에서는 최대 40만 톤급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해군의 주력 함정인 구축함 ‘문무대왕호’와 신예 잠수함 ‘손원일호’도 이곳에서 진수됐습니다. 조선 산업의 비중, 세계 1위의 조선소 현대중공업의 실체를 가늠케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컨테이너선>
무려 900톤을 움직인다는 골리앗 기중기가 마치 하늘나라의 축구 골대처럼 웅장한 모습으로 육중한 선박 부품들을 운반하며 조선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중기 상단에 쓰인 ‘HYUNDAI’라는 영문자의 글자 한 획의 길이가 7m가 넘는다고 합니다. 500톤의 화물을 싣는다는 대형 트레일러의 바퀴 64개가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제2공장이라는 해양사업본부의 육상 작업장에서도 한창 건조 중인 선박이 본격적으로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도크의 부족으로 착안된 육상 건조장에서는 주로 바닥이 평평한 선박이 만들어지며 완성 후 레일 위를 이동해 바지선에 얹혀서 바다로 진수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최대 11만 톤급까지 건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30년째 기획업무를 맡아 회사 살림을 꿰뚫고 있는 심환기 경영기획실 상무와 그동안 외국의 굵직한 물주들을 찾아다니며 거액의 주문을 받아냈다는 영업 전문가 홍성일 조선영업담당 상무가 문화관과 작업 현장을 돌며 친절하고도 상세한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 한때는 유럽 국가들이, 그 이후로는 일본이 세계최강의 조선국이었습니다. 그들을 따라잡은 것은 언제 어떤 계기인가요? 한국 조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선업의 주력은 이미 오래전 유럽에서 극동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첫째는 임금 차이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세심한 손작업이 필요한 공정과 국민성의 조화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60년대 이후로 일본은 전 세계 물량의 30%를 차지하며 줄곧 최강의 조선국이었지요. 그러나 공급과잉을 우려해 그들이 주춤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꾸준히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지금은 가격 경쟁력에서나 기술에 의한 고품질 경쟁에서나 우리가 단연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육상건조현장>
- 국내에는 현대중공업 외에도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조선업체가 있습니다. 각 업체마다의 특성이나 비교되는 점들이 있는지요?

“수주나 건조 물량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건조 선종은 대동소이합니다. 유조선, 컨테이너(화물)선, LNG선, LPG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공정관리나 건조기법, 세부적인 기술의 차이는 물론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실적만 소개한다면 지난해 12조5천여 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8788억 원, 당기순이익 7128억 원으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 현대중공업의 시설 현황과 선박 건조의 공정을 간략히 소개해 주시지요.

“조선 시설로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대략적인 수치를 소개하자면 부지면적이 150만평, 공장 및 건물면적이 50만평이며 9개의 도크와 7기의 골리앗 크레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큰 선박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는 8~10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각 작업장에서 제각기 작은 부분부터 만들어 조립해나가기 때문에 1주일에 두 척의 배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현재 시설로는 3년치의 작업 물량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 현대중공업 측은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한라중공업의 후신)의 시설을 합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시설을 합친 것과 비슷한 시설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과의 관계는?

 <LNG 운반선(14만1천 입방미터)>
“현대중공업은 2002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되어 중공업 전문그룹으로 출범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들입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수리전문조선소로 운영되다가 1996년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만드는 신조 조선소로 발전했으며, 현대삼호중공업은 1997년 부도가 난 삼호중공업의 지분을 2002년에 매입, 인수했습니다. 3사는 선종을 특화하여 건조하면서 영업, 구매 등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지적한 이른바 ‘샌드위치론’이 우리 경제계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조선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봐야 할까요.

“샌드위치론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만, 일본은 엔화강세를 바탕으로 설비를 확장하고 수주를 늘려가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정책에 의한 생산시설 확대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로 우리를 긴장시켜 마냥 편안한 입장은 아닙니다.”

-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의 도전이 만만찮다고들 합니다. 수주량에서도 엄청난 신장세라고 떠듭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중국은 지난해 선박 건조물량으로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올초 수주량에서는 한국을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벌크선(살물선 撒物船: 곡물 수송 선박 등) 같은 다소 기술 수준이 낮은 선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의 체제상으로나 국민성으로 보아 숙련공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LNG선 수주량도 늘리고 있지만 적어도 3~4년 가량은 우리와의 격차를 유지하리라고 봅니다.”

   
 

<울산과학 캠퍼스>

 
- 한국 조선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기술수준의 발전에 어느 정도의 기대를 걸 수 있는지요. 또 아무래도 날이 갈수록 임금압박을 심하게 받게 되지는 않을까요.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특수상황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LNG선의 개발, 해양개발 플랜트 수출 등 차세대의 해양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상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자제어 엔진>
우리 현대중공업도 사업다각화를 꾀해 조선 외에도 해양, 플랜트, 엔진과 산업용 로봇 등의 엔진기계, 굴삭기나 지게차와 같은 건설장비, 태양광발전과 같은 전기전자시스템 개발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선박 건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선업계의 공동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거두면 조선 강국의 면모를 앞으로도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게차>
노동력의 문제는 이미 고민스러운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현재 44세에 이르고 있습니다. 회사 역사가 35년이 되는 동안 업계에서는 최장기인 평균 근속연수 18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숙련된 일손의 나이가 너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임금도 상당히 높아져 있습니다. 그 정도가 심화되면 효용은 떨어지고 임금은 과다해져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더 젊고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업계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 일부에서는 크루즈, 여객선과 같은 고급선박을 만들어야 부가가치가 크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런 선박은 아직도 이탈리아나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이 강세입니다. 주변에 크루즈 문화도 크게 성하고 수요도 많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내나 주변에서는 그런 수요를 찾기 어려워 수익을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 조선은 대표적으로 노동력이 중시되는 산업이라고 생각됩니다. 노사협력이 그만큼 중요하겠지요.

"LNG선을 건조하는 데에는 보통 50만 man/hour의 노동이 소요됩니다. 로봇이나 기타 자동화기술이 발전됐다지만 아직도 조선은 숙련된 노동자의 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산업입니다.

현대중공업에는 약 2만5천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고된 작업 탓도 있지만 직원들 가운데 숙련공의 경우에는 아마 어느 기업보다도 많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겁니다. 초임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밖에 약 1만5천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조선소 내에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 걸친 이들 일손들의 일사분란한 작업이 없으면 배 한 척 제때에 건조될 수 없을 것입니다.”


-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한 때 전국적인 관심을 모을 정도로 심각한 노사분쟁을 겪었습니다. 붉은 머리띠를 매고 골리앗 기중기에 올라갔던 노조원들이 농성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할 정도입니다. 현재의 노사관계는 어떠한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 때 현대중공업 노조는 강성으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1987년부터 파업과 격한 시위로 작업현장에서, 현관에서 노사와 경찰력까지 동원돼 대치하기 하기 일쑤였고, 골리앗과 같은 위험한 장비를 점거한 극한투쟁도 비일비재했었지요.

그러나 회사 측이 원칙적인 대응 자세를 지키면서도 꾸준한 설득과 노동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배려로 점차 노조를 이해시키는 효과를 얻었고, 노조도 회사와의 상호이해와 협력이 없으면 회사고 노조고 공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지요.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12년 연속 무분규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올 3월에는 창사 35주년을 기념해 노사가 손을 맞잡고 ‘다음 세대에 희망을 주는 기업을 만들자’며 기업의 위상 강화, 노사관계의 발전, 기업문화의 앙양,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다짐하는 ‘노사 공동선언 선포식’도 가졌습니다. 최근에는 60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장기기증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노사문화와 인류공영의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사원아파트>
- 노사관계의 개선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보십니까. 또 앞으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노사 갈등의 홍역을 겪으며 회사 측은 먼저 직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직원과 그 가족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안락한 가정생활을 가능케 하는 집이라고 판단했지요. 사원 아파트를 지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을 때 효과는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우선 직원 가족들이 나서서 파업을 막았고 회사와의 공동발전을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회사는 지금 직원들을 위해 공장 내에 44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끼에 들어가는 쌀만 50가마 정도가 됩니다. 식당에 공급하기 위해 김치공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 운영, 각종 문화공연 등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울산대학교, 울산과학대(전문대)와 5개의 중고등학교, 2개의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예술관의 문화공연>
- 국내 여러 산업분야에 적지 않은 숫자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조선 경우는 어떠한지요. 혹시 내국인들과 외국인 노동자 간의 갈등이나 마찰은 없는지요.

“다른 분야처럼 조선에도 비교적 임금이 싼 외국 인력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닙니다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40~50명에 불과하며 아직까지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간의 갈등 요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는 배를 짓는 작업의 성격상 중공업의 문화는 서로간의 협력이 중요하고 서로 나누는 문화로 정착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서는 몽골인들이 힘도 좋고 성실해서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 오랜 시간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국 조선과 현대중공업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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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춘 (222.XXX.XXX.93)
현대 중공업이 12년이나 무분규의 시대를 이어 오고 있는데에는 사측의 사원주택 염가 공
급과 사원 자녀교육 및 필요한 인력획득의 효용성을 위한 각종학교 운영 등 복지공
급, 그리고 노측의 긍정적인 노사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군요.
이러한 노사문화의 정착은, 언론의 협력과 주변 시민들의 넓은 이해도 작용한 것일테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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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2 12: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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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168.XXX.XXX.168)
정말 한국인은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밝은 미래를 꿈꿔왔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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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5 15: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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