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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수선화과)
2011년 10월05일 (수) / 박대문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만남이 있는가 하면
어찌할 수 없는 이별이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은 항시 공존하며
벅찬 기쁨과 가슴 아리는 슬픔을 뒤따르게 하는
생명이 있는 존재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여정입니다.

온갖 식물이 한해의 마무리를 재촉하는 결실의 계절,
초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게 빛날 때
햇살 가린 그늘에서 설움을 토해내는 핏덩이처럼
붉게 붉게 피어나는 석산 꽃 무더기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저리도 진한 핏빛으로
온몸을 불사르듯 불꽃처럼 타오르고
얼마나 기다렸으면 꽃잎도 수술도 저리 길게 목 빼어
흔적 없는 바람결에도 애절한 몸짓으로 살랑대는가?
바라보면 괜스레 가슴 미어지는 눈물이 솟고
물동그라미처럼 번져오는 애틋함에 빠져들게 하는 꽃입니다.

석산은 꽃무릇이라고도 하며 일본 원산으로 절에서 흔히 심었습니다.
알칼로이드의 독성이 함유된 석산 비늘줄기 녹말로 풀을 만들어
불경을 제본하고, 탱화를 표구하며,
고승들의 진영(眞影)을 붙이는 데에 사용하면
방충, 방부효과가 있어 절에서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석산은 피워내는 꽃은 화려하지만,
상사화처럼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슬픈 사연을 가진 꽃입니다.
그러나 상사화와는 꽃 모양도, 자라는 특성도 다릅니다.
석산은 꽃이 진 후 10월경에 새싹이 올라와 추운 겨울을 나고
봄에 잎이 말라 없어집니다. 그러고 나서 초가을인 9월에 꽃대가 올라와
상사화보다 더 진하고 꽃잎은 가느다란 꽃이 핍니다.
반면에 상사화는 봄에 새싹이 올라와 잎이 지고 난 뒤에
7~8월에 꽃대가 올라와서 석산 꽃보다 훨씬 더 큰 연분홍색의 꽃이 핍니다.


(2011.10.2 아차산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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