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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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뭐길래

김홍묵

2007년 05월 09일 (수) 09:12:57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며칠만 입을 닫고 있으면 왠지 뉴스 파노라마가 엉성해 보이던 참에 노무현 대통령이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대선판을 기웃거리던 주자들을 단칼에 잠재운 필살검을 휘둘러 왔기에 대통령의 한마디에 귀가 쫑긋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 정치판은 기본도, 윈칙도, 대의도 없는 듯이 보인다"고 전제한 노 대통령은 "(정치 지도자는)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투신해야 한다" "저울과 계산기는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정치는 남으면 하고 안 남으면 안하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가 나쁘다’ ‘민생이 어렵다’고만 말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낮은 인기를 바탕으로 가만히 앉아서 덕을 본 사람들을 비난했습니다. 이어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것은 경선회피를 위한 수단" "당부터 깨고 보자는 것은 파괴의 정치"라고 적과 동지들을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맞는 말 입니다. 맞고요.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견해를 작성할 즈음 노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요즘은 어쩐지 (나에 대한) 공격이 좀 멈추어졌다" 면서 "그러나 나는 방심하지 않는다. 또 언젠가 어느 때인가 무슨 일이 있으면 공격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런 노 대통령을 두고 한때 측근에 있었던 고려대 최진 교수는 노대통령을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검투사 타입’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쉴 새 없이 주먹을 내뻗는 ‘인파이팅 복서’로 "판정승 보다는 KO로 승부를 판가름 내는, 그래서 화려한 승리 아니면 비참한 패배를 당하는 극단적 성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 전술을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부동산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등 국가적 논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으로 이어졌으며, 여론의 반대를 무릅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과 개헌 추진 강행 등의 부작용도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무튼 율사 출신이면서도 누항(陋巷) 패거리의 말투로 4년 넘게 쏟아 내온 대통령의 말 폭탄에 국민들은 적잖이 식상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해왔습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주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거나, 정치의 기본, 원칙, 대의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시키지 못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연 정치란 어떤 것일까요?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파네스는 "오늘날 정치를 하는 것은 이미 학식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은 아니다. 불학무식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정치"라고 경멸했습니다.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도 "정치는 배울 수가 있는 학문이 아니다. 정치는 기술이지, 각오가 없는 자는 멀찍이 있는 편이 낫다"고 했습니다.

만년의 클레망소가 한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신이 아는 가장 나쁜 정치가는 누구냐"는 물음에 그는 "그건 참 어려운 문제다. 이놈이야 말로 가장 나쁜 정치가라고 결정한 순간에 더 나쁜 놈이 꼭 나오게 마련이니까"라고 대답했답니다. 흐루시쵸프의 지적대로 "정치가란 시냇물이 없어도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허풍선이"라서 그럴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조롱국병(操弄國柄 : 권력을 잡은 자가 경솔하게 정사를 번롱함)하거나 작문정치(作文政治 : 시정 방침만 늘어놓고 시행하지 못하는 정치)에 그치지 않는 성공한 대통령, 숭앙 받는 대통령의 출현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피를 흘리는 정치라면, 정치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고 합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어차피 ‘전쟁’을 치러야 하겠지만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요체인 강구연월문동요(康衢烟月聞童謠 :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세월이 좋아서 길거리에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동요가 들림)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