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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돌팔매
방석순 2011년 03월 31일 (목) 02:09:07
신정아 씨가 또 한 번 우리 사회를 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이번엔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썼다는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녀가 바라던(?) 대로 여지없이 그녀의 책과 입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지켜줄 신뢰의 기반이 이렇게 허약한 것인가, 한심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신정아 씨는 간단히 말하자면 가짜학력을 내세워 입신출세를 꾀했고, 권력실세에 접근해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어 한바탕 우리 사회를 농락했던 사람입니다. 그 벌로 법정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수인번호 ‘4001’을 제목으로 내건 자서전을 엮어내고 기자들을 불러 모아 출간 간담회까지 열었습니다.

신씨는 책에서 정운찬 전 총리를 가리켜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국회의원이 된 C기자’에 대해서는 택시 안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성 추행을 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신씨가 지금 뒤늦게 유력 인사를 콕 집어서 그 인품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을 지목해 새삼스레 험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니, 마치 독립운동으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애국지사처럼 수인번호를 표제로 붙인 자서전을 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판사 대표는 “신씨가 새로운 인생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책을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허물을 포함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속죄하겠다는 것인지, 자신의 옥살이에 대한 분풀이를 하겠다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새 출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녀의 자서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책으로 펴낸 모니카 르윈스키에 비유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정치권의 중요한 영입 대상이자 견제 대상이 되고 있는 특정 인사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려는 음모로 의심합니다. 그래서 신씨는 2002년 대선 때의 김대업, 2007년 대선 때의 김경준 씨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중요한 시기에 국민을 속인 죄로 실형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귀중한 투표권을 헛되이 행사한 다음이었습니다.

신씨는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인물로 알려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똥아저씨’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녀가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나누고 싶다’던 상대였지요. 나라의 정책을 입안하고 미래를 설계했을 그의 지금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느껴집니다. 그가 모든 것을 내던져 사랑했던 여인이 과연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알기나 했을까요.

남녀관계는 사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얽히고설킨 다른 사람의 이성관계를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마당에 불륜이든 매춘이든 자신을 생각해서나 상대를 생각해서나 그 일을 그렇게 드러내놓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신뢰하기 어려운 신씨의 자서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입니다. 책을 낸 진짜 이유야 무엇이건 출판업자의 계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신씨의 자서전은 나오자마자 초쇄 5만권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2쇄를 서둘러야할 지경이랍니다. 뼈를 깎는 창작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팔기 쉽지 않다는데.

과연 우리 사회의 공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지금 우리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난감한 기분이 듭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그다지 미덥지도 않은 신씨의 입에, 자서전에 쏠려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마치 신 아무개라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의해 건강을 저울질당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신씨는 뒤늦게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읽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렇게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곳으로 나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서전처럼 역시 믿음이 가지 않는 말입니다.

신씨의 자서전 출간은 언론의 선정주의가 부추긴 감도 없지 않습니다.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갖가지 형태로 경쟁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 언론은 센세이셔널리즘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신씨의 학력위조, 정권실세와의 불륜은 더없이 혹할 만한 취재거리였을 것입니다. 또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신씨의 사건은 더욱 자극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죗값을 치르고 나온 신씨에게 먼저 관심을 나타내 엉뚱한 구상을 부추기고 대박의 예감을 확신시켜준 것 역시 일부 언론의 선정주의적 접근 탓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신씨 이야기는 곧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합니다. ‘드라마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드라마에 심취하고, 작은 돌팔매에도 쉽게 파문을 일으키는 우리 사회에 신씨가 던진 혼란의 파장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진폭으로 퍼질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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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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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121.XXX.XXX.155)
드라마 제작이라니? 제발 말리고 싶네요.책 불매와 드라마 보이콧 운동이라도 벌려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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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1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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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68)
좀 엉뚱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신씨의 '4001'이란 자서전이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최근의 우리 사회상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우리의 정의롭지 못한 사회상에 대한 심한 자괴감 때문에, 4001은 그 증거로 삼아 다시 한 번 돌아보고자 하는 반성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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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2 2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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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121.XXX.XXX.155)
세상 사람들이 너무 말초적인 흥미를 쫓고 부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격려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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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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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숙 (121.XXX.XXX.155)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런 책을 부추기는 언론의 수준도 자아반성을 해야하겠지요.해외에서 보는 시각으로 참 부끄럽습니다. 그런 여자가 얼굴 다시 쳐들고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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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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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식 (121.XXX.XXX.155)
선생님의 혜안과 적확한 분석,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에 경의를 표합니다.인간이 어디까지 선할 수 있고 또 얼마나 사악한지에 대하여, 그리고 그 선악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게 해주는 사건입니다만, 선생님의 글은 이런 질문에 훌륭한 답변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랫만에 부조리를 징벌한 글을 읽어 속이 후련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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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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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121.XXX.XXX.155)
참으로 올바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와 같은 하발치 여인에게 흔들리는 우리 사회가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우리의 수준이 그것 밖에는 안 되는데 개인당 수압이 2만 딸라가 넘으면 무얼합니까?
너무너무 부끄럽습니다. 그의 소위 자사전은 휴지만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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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1: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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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121.XXX.XXX.155)
-수인번호 ‘4001’을 제목으로 내건 자서전 -
-마치 독립운동으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온 애국지사처럼 수인번호를 표제로 붙인 자서전-
-권력실세에 접근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어 한바탕 우리 사회를 농락했던 사람 -
잘읽고 퍼갑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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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1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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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sun (211.XXX.XXX.146)
나는 그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자가 한 명도 없기를, 그 책의 출판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가 한 줄도 없기를, 그 책을 사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기를, 그 책을 출판한 기업이 빚더미에 빠지기를, 그 책의 2쇄를 찍는 일이 없기를 어리석게도 바랬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예상하면서도...이제 그 책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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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0: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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