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김수종 2분산책
     
금강산 소나무
김수종 2007년 04월 11일 (수) 10:46:11
얼마 전 나무심기 행사단의 일원으로 금강산을 다녀왔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듬해인 1999년 가을에 처음 가보고 8년만입니다.

   
초기 개방단계인 그 때의 분위기는 금강산의 매력과 북한 체제의 긴장감이 섞여서 묘했습니다. 하룻밤을 항해하여 장전항에 배가 닻을 내리면, 낮에는 구경하고 밤이면 다시 배로 돌아와 자야 했습니다. 관광코스 곳곳에 지켜서 있는 북한 안내원들은 말도 붙이기 어려울 만큼 뻣뻣했습니다. 점심도 관광회사가 준비한 도시락을 길바닥에 앉아 오들오들 떨며 먹었습니다.

지금 금강산 온정리는 무대만 북한일 뿐 남한의 상가를 연상케 합니다. 규모도 커졌고 커피점에서 수입상품코너까지 들어서 있어 서울의 할인점을 둘러보는 기분입니다. 북한 종업원들도 꽤 그 분위기에 익숙해 보였습니다.
삼일포 노점상의 북한 아주머니가 “옥수수요, 커피요”하면서 1000원 짜리 남한지폐를 스스럼없이 받아 쥐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금강산의 관광지역 안에서 만큼은 남북한 종업원들이나 관광객들이 서로를 건드리지 않고 장사하며 구경하는 어떤 불문율을 터득한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달라져서인지 처음 갔을 때 흘려보냈던 풍물이 더 눈에 잘 들어 왔습니다. 8년 전에 무심코 보았던 것 중에 이번에 필자의 눈을 확 끌어당기는 것이 소나무였습니다.

   
금강산에는 소나무가 일품입니다. 가루반죽을 여러 겹으로 포개놓은 듯이 생긴 기괴한 바위도 보기 좋지만 이런 바위와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금강산 소나무, 즉 금강송(金剛松)입니다.

필자는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이나 산림학적 가치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첫눈에 보아도 나무가 잘 생기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것이 금강송입니다. 춘양목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으로 태백산맥 줄기를 따라 울진에서 금강산까지 군락지를 이룬 금강송은 어느 지역에서 보든 기분이 상쾌합니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보는 그 적황색의 줄기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이 좋으니 나무도 멋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금강산 바위와 잘 어울려 마치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모습입니다. 금강산 소나무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내놓을 만합니다.
저녁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송림 계곡을 걸으니 싸늘한 송진 냄새가 코끝을 쏘는 듯했습니다. 오래 만에 소나무가 주는 원시적 정취를 느꼈습니다.

온정각에서 목란관까지 계곡 산비탈은 온통 소나무들이 열병을 하듯 빽빽하게 차 있습니다. 바위틈이나 물가를 비집고 들어서 있는 나무도 있습니다. 삼일포 주변의 금강송 송림도 참 아름답습니다.
일행 중에 산림전문가 한 사람이 시를 읽듯 말했습니다.
“소나무 없는 금강산을 생각하기가 싫구나.”

   
그런데 참 안타까운 풍경도 있었습니다. 곳곳에 금강송이 허옇게 죽어 형해만 남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신계사 절터 부근에는 소나무 숲 전체가 전부 말라 죽어 있었습니다. 솔잎혹파리의 공격을 받은 흔적입니다.

남한에서 소나무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은 금강산까지는 접근하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계속 북상하는 재선충이 군사분계선을 알아보고 멈춰줄까요? 남과 북이 금강산 소나무를 재선충으로부터 보호할 방도를 찾는다면 그것도 하나의 좋은 남북협력 사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독자들도 금강산에 갈 기회가 생기면 소나무 숲을 걸으면서 송진 냄새 한 번 맡아보시기 바랍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