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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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을 보면서

김영환

2010년 04월 27일 (화) 00:55:07

진달래 빛의 새봄처럼 즐겁게 들떠야 할 강화군의 산하는 요즘 말이 아닙니다. 구제역의 확산으로 진달래 축제가 취소되었고 관광객의 발길도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주 강화대교와 초지대교의 교통체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만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통행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주효했음인지 일요일인데도 차량통행이 몰라보게 줄어 있었습니다.

평일에 강화읍 버스 종점에서 차를 타고 나와 강화대교를 넘어서는 데 40여 분이 걸렸습니다. 강화대교를 건너기 전에는 강화군에서, 다리를 건넌 다음에는 김포시에서 각기 차량 소독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인 25일에는 네 번의 소독을 실시하더군요. 강화군 초지대교에서 한 번, 김포시에서 무려 세 번이었습니다. 차량의 양 옆과 지붕 그리고 밑바닥에까지 약물을 뿜어주는 전방위 소독이었습니다. 청송마을로 가는 양촌면의 샛길은 아예 교통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구제역은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소, 돼지, 양, 사슴에 발생하는 치사율이 높은 공포의 가축 전염병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공기로 전염되며 비산거리가 수십 킬로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마냥 평화로운 강화군의 소들. 이들은 구제역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필자가 아는 강화의 한 축산 농민은 돼지를 잘 길러 아들도 대학 동물학과에 보냈는데 구제역 발생 전부터 노심초사했습니다. 올해엔 3,000만원짜리 새 트랙터도 구입해 뿌듯했지요. 돼지를 기르는데 무슨 트랙터냐고 하시겠지만 돼지 분뇨를 발효시켜 퇴비로 만들고 이를 날라다 직접 농민들 밭에 뿌려주려면 트랙터가 그만이죠.

지나가는 길에 들렀더니 그는 “솔직히 손님이 찾아와도 반갑지가 않다”고 했습니다. 강화군에 구제역이 발생하기 훨씬 전인 지난 겨울 이야기입니다. 요즘 그는 구제역을 막기 위해 석회 가루를 돈사 부근 곳곳에 뿌려놓았습니다.

최근 강화군의 구제역 발병은 중국의 관광지라는 장가계에 다녀온 축산농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강화군은 6,000 여 마리의 소와 2만 여 마리의 돼지를 소위 ‘殺처분’했습니다. 구제역 발생은 일곱 곳으로 알려졌는데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이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되었죠. 수백 억원에 달할 농가 피해보상이 언제 이뤄질지 궁금합니다.

살처분된 소 중에는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경판을 제작한 곳으로 알려지고 있는 선원면 선원사지의 목탁소리 나는 속칭 ‘牛보살’ 세 마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들의 코가 마르고 입가에 거품이 생기는 등 감염 증세가 나타나 주지스님 성원이 면에 신고해 살처분 절차를 밟았다는 것입니다. ‘우보살’은 소가 되새김질 할 때에 목탁소리가 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고 필자도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들의 과오로 축생들이 졸지에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야 언젠가는 인간의 입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운명이니 그냥 죽느냐, 죽은 뒤에 인간의 입에 들어가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강화뿐 만이 아니라 충청북도에서도 가축 수만 마리가 죽어가는 가운데 애지중지하던 마흔 마리의 소를 잃은 강화 축산농가의 50대 여주인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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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은 20만 평의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에서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며 해마다 펼쳐지던 고려산 진달래 축제도 취소시켰습니다. 방문객이 연간 70만 명 선이었다고 하는데요. 펜션운영자들은 구제역과 관계없는 곳에서도 주말 예약 취소가 많아 타격이 크다고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식당들도 마찬가지죠. 구제역은 이제 소강상태라는데 지역경제가 걱정됩니다.

요즘 강화군 지역 신문들은 구제역 초기대응 실패와 방역의 허술함을 비판하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특히 지난 14일 구제역 방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강화도를 찾은 국무총리에게 군수가 공천과 관련하여 구제역 방제를 위해 경선을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군수후보 경선방식을 국민참여 경선이 아닌 여론조사 방식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이 와중에, 또 총리와 군수후보 경선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 지역신문 기사를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뇌리에 6월2일의 지방선거가 새겨진 관료들에게 기댈 것이 없어 구제역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농민들을 보면서 도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난리법석을 치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말없는 농어민들을 업신여기는 풍조가 지나치지 않나 싶죠. 쌀금이 한 가마니에 12만원으로 떨어지건 말건 체념 수준의 농민들입니다. 이런 터에 배추값 좀 오른다고 ‘금배추’니 ‘은갈치’니 호들갑 떠는 매체를 보면 한심합니다. 커피 한 잔 원가는 얼마이기에 다국적 체인점에서 6,000원 7,000원합니까? 배추 값 비싼 것만 보이는지요. 보고싶은 것만 보는 듯한 매체들의 고질병이죠. 농산물의 작황과 가격은 날씨의 함수입니다. 지난 겨울처럼 추위가 호되면 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죠. 모르긴 몰라도 올해엔 감자 값도 비쌀 것입니다. 충청도에서 2월에 심은 감자 눈이 혹한으로 얼어죽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구제역도 결국 농촌 문제를 등한히 하는 정부의 성의 없는 태도와 늑장 대응, 극소수 축산농의 안일한 의식 때문에 국가적으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예방교육과 방역에 치중했더라면 이런 피해는 없었겠지요. 어느 분야에서나 만연하는 우리나라의 고질인 ‘뒷북치기’ 비극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죠. 이런 정신상태가 지속하는 한 선진국은 어림없다고 봅니다.

moolsy (210.XXX.XXX.110)

살처분을 피해서 달아나는 젖소사진이 신문에 났더군요. 살처분을하면 막을수 있나요.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완벽한 예방대책인지는 모르겠어요. 건강한 소나 돼지는 구제역쯤은 거뜬히 견뎌낼 수도 있지않을른지요. 마구잡이로 살처분하는 것이 옳은 처방인지 생각해야하지 않나요. 조류독감 때도 닭과 오리들을 무참하게 살처분 했었지요. 사람도 돼지독감이나 홍콩독감에도 걸리잖아요. 사람의 경우처럼 백신을 맞히는게 낫지 멀쩡한 짐승들을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무더기로 생죽음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아닌가요. 청정육류에 대한 소비자의 강박관념과, 농축산물 교역과 관련한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빚어낸 동물학대가 아닐는지요. 축산업자들이 돈벌이에만 눈독을 들여 가축의 면역력을 떨어뜨린 결과라면 얘기는 좀더 길어져야 하겠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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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8 0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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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농업은 하늘,땅,사람이 어울려야 비로서 완성됩니다,아무리 사람이 밤잠을 자지 않고 노력해도 천재지변 앞에선 헛수고이고 땅이 병들어도 마찬가집니다. 올 봄처럼 날씨가 엉망이고 구제역까지 설치면 농업은 바닥입니다. 그래서 농업은 경쟁산업이 아니고 보호산업인데 우리 정부는 경쟁산업으로 시장에 내팽개치고 있으니 후진국임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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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11: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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