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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고깃국
김홍묵 2010년 03월 11일 (목) 00:34:06
남과 북이 비슷한 시기에 ‘밥 타령’을 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직 우리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고 2월 1일자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그보다 열흘 뒤인 11일 남한의 정운찬 국무총리도 “백성들에게는 밥이 하늘”(食爲民天)이라며 “세종시에 세계적 과학기술센터를 세워 대를 물려 먹고 살 ‘기적의 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북한이 절박한 식량사정을 국내외에 실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제 내가 할 일은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고 밀가루 빵이랑 칼제비국(칼국수)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수령님 앞에 다진 맹세를 지켜 우리 인민을 강냉이밥을 모르는 인민으로 세상에 내세우자”고 했습니다.

‘쌀밥에 고깃국’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대를 이은 과제였습니다. 타계한 북한의 김일성 수령은 1992년 신년사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과업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농업과 경공업이다. 흰 쌀밥에 고깃국 먹고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서 살려는 염원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신년사 직후부터 수백만 명의 인민들이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김정일의 탄식 섞인 호소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해 보입니다. 탈북자 모임인 NK지식인연대는 “최근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북한의 식량 수입이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 관계자는 “대도시의 공장 노동자마저 배급과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411만 톤으로 추산, 60만~130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연중 넉 달 치가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올 상반기 북한에 또 한 번 아사(餓死)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세계식량계획(WFP)도 “수백만 명이 위험하다”고 분석했습니다.

2000년 이후 북한은 거의 매년 30만 톤 이상의 쌀과 30만 톤 이상의 비료를 남한으로부터 지원 받았습니다. 연간 1조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남한의 지원이 끊기자 중국으로부터 매년 유·무상으로 곡물 20만 톤가량을 조달해온 북한이 중국에 기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북한 고위 당국자들도 식량 상황이 어렵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동연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 부부장은 지난해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비밀접촉에서 남측이 쌀 40만 톤 등을 지원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최근 불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북한은 사회통합위원회가 추진한 ‘북한 나무 심기’ 계획에 “나무를 심게 해줄 테니 대규모 식량을 달라”고 해 계획 자체가 무산됐고,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월드컵 축구대회 때 남북한 공동응원 조건으로 식량 5만 톤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북의 사정에 비해 정 총리가 말한 밥은 차원이 다릅니다. 자신이 놓은 세종시 덫에 걸린 정 총리는 설을 앞두고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의 8만 2천여 가구 주민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2020년 수정된 세종시 건설 계획이 마무리 되면 2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 충청도가 변한다”며 “세종시의 보람을 전 국민과 고루 나눌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는 애소입니다.

남아도는 쌀이 7만 여 톤, 교역량 대비 세계 12위, 부자나라들의 잔치 동계올림픽 5위, 그런 한국의 총리가 한 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는 밥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 말일 것입니다. 지난해 ‘사실상 백수’가 400만 명, 60세 이상의 비경제활동인구 500만 명이라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일자리가 밥줄인데도 대책이 없는 절박한 사정을 말해 줍니다.

따지고 보면 남한의 식량 사정이 더 절박한 상황입니다. 쌀을 제외하면 80% 가까운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노령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학령인구가 45년 만에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져 2047년에는 500만 명이 붕괴된다는 전망입니다. 15세 이상 국민 10명 중 1명이 실업상태라니 밥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들의 밥걱정은 흘려 넘길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만 진정성이 문제입니다. 지금도 식량 강도가 설치고 굶어 죽는 어린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3대째 세습을 추진하는 김정일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정 총리의 수정안대로 세종시가 건설되면 10년 뒤 과연 기적의 쌀을 만드는 활기찬 경제도시가 이루어질까요?

지구 건너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는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떠드는 잔소리에서는 쌀은 나지 않는다’고. ‘보릿고개’의 계절 오뉴월이면 곳곳에 이팝나무가 꽃을 피웁니다. 파란 나뭇잎 위에 덩어리진 하얀 꽃 무덤이 이팝(쌀밥)같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토록 애절한 쌀밥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잔소리꾼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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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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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121.XXX.XXX.250)
밥의 문제라는 점은 같지만 하나는 '이밥에 고기국'이라는 생존의 문제이고, 우리의 밥은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므로 동렬에 놓고 논할 사안은 아니라고 봐요. 북한 김정일이 눈물을 보이면서까지 말했다는 쌀밥과 고기국 얘기는 악어의 눈물같은 가식의 극치라고 할만하죠. 그가 일찍부터 백성의 배고픔을 생각해 주지육림을 절제했더라면 최소한 중풍들린 지금의 모습은 면할 수 있었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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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1 14: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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