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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판타지 코믹 쇼
김창식 2010년 02월 23일 (화) 01:18:15
우리 영화 '전우치'를 보는 내내 가슴에 돌덩이가 걸린 듯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바타'에 비할 수야 없지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코믹 터치 영화임이 분명한데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위 젊은 층 관객도 가뭄에 콩 나듯 쿡쿡거릴 뿐 별 호응이 없었습니다. 여주인공이 싫은 사람에게 줄 커피에 침을 뱉었는데 그만 자기가 마시게 되고, 어리숙한 추격자들이 오물을 뒤집어쓰는 슬랩스틱은 억지웃음을 강요할 뿐이지요.

영화의 흥행 성공은 한국형 판타지라는 장르에 힘입은 듯합니다. 그간 우리 판타지 영화는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설화 자체가 빈곤한 때문입니다. '전설의 고향', '장화홍련'은 괴담 수준이고, '일지매', '임꺽정', '홍길동' 등은 사실주의 계열 민담입니다. '단군설화'의 단군은 너무 익숙하고 상고사에 나오는 '치우천황'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인물이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합니다. '전우치'는 신선한 인물인 데다 족자에 봉인된 주인공이 시공을 넘나들며 무협활극을 펼치는 스토리 전개가 한국형 판타지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대 스타 강동원의 인기도 흥행 성공에 일정 몫을 하였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장난꾸러기로 나오지만 심성이 여리고 음울한 반 영웅-이를테면 알랭 들롱 같은-성향의 배우입니다. 앞으로 한국형 느와르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그보다 핵심 캐릭터이며 개(犬)의 현신인 초랭이 유해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일 즈음 그는 김혜수의 '진지한 연인'임이 전격적으로 알려져 관객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주로 영화에서 비열하고 비루한 역할을 맡아온 데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보통사람'인 그가 어떤 인물이길래 한국 최고의 글래머스타를 사로잡았을까?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영화의 CG 촬영 기법은 가상키는 하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한참 멀었습니다. 연기파 중견배우들을 대거 배치해 무게감을 주려 한 제작 의도도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주인공인 전우치와 초랭이는 물론 전우치의 스승, 감초 역할을 하는 세 명의 바보 도사, 두 명의 여주인공, 전우치의 라이벌인 서화담 등 등장인물 전원이 코믹한 캐릭터로 차별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종일관 수선스럽고 들뜬 분위기여서 개그맨이 총출연하는 버라이어티 코믹 쇼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영화를 관객이 외면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완성도 없기는 마찬가지인 어떤 영화는 뜨고 다른 대다수 영화는 묻히는 것인지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는데, 관객들이 그나마 덜 잘못된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얼핏 들었습니다. 차선의 선택이지요! 이에 생각이 미치자 영화를 보는 내내 짓누르던 불분명한 느낌의 정체를 알 만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국정현안인 세종시 문제를 겹쳐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원 참, 영화를 보면서 세종시를 생각하다니….

목하 명분과 실리가 엇갈리고 당위와 효율이 충돌하며 저마다 나라사랑을 내세우지만 밑바닥에 이해득실의 암류(暗流)가 흐르고 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가 결판이 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국민에게 평안과 만족을 주지 않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차선의 선택에 머무를 것 같아 울울(鬱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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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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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k (121.XXX.XXX.219)
우리 아들들이 그러는데 아바타 보러갔다가 매진되면
할수없이 다른 영화를 본답니다.
유명 음식점 갔다가 유명 음식점이 만원이면
할수없이 옆집에서 밥먹고 오는 거랑 비슷하답니다.
뭐든지 때와 줄서기를 잘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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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6:12:52
0 0
jsk (121.XXX.XXX.219)
맞아요. ㅂㄱㅎ가 똑똑한 것 같아도
엉 ~! 친정어머니가 충청도지...?
이런 부정적 생각을 햇답니다.
우리네 같이 가진 것 없는사람은 새천년 도시
어디다가 어떻게 짓든 별관심이 없거들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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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6:15:31
0 0
김윤옥 (210.XXX.XXX.39)
그간 쓰신 글 중에서 가장 난해합니다. 차선을 택해서 극장에 간 관객들 처럼 내내 찜찜한 마음 어쩔 수 없습니다.우리가 어쩔 수 없어서 택하는 차선은 정말 무엇일까요?
머지않아 아무런 주저없이 최선만을 택할 수 있는 그날들이 봄 소식 처럼 왔으면 합니다.
새해가 몇 억겁 온다해도 결코 늙지않을 김창식님의 내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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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1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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