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나 잘 사는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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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나 잘 사는 것 아니오!

오마리

2009년 12월 01일 (화) 00:57:14

해마다 구세군 사람들의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여기저기 울리기 시작하면 성탄절과 연말에 맞추어 봉사단체에서 편지들이 날아옵니다. 예를 들면 누구나 아는 구세군단체(Salvation Army)나 고아들 오갈 곳 없는 여자들이 기거하는 코버넌 하우스(Covenant House)등에서 오는 편지들입니다.

물론 평상시에도 의료장비가 부실하니 새로운 장비를 갖추는 데 도움을 달라고 병원으로부터 오는 편지, 또는 암협회, 심장협회, 유방암협회 등이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들도 옵니다. 이것들은 어떤 편지를 막론하고 기부자가 개인 수표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수신자 지불우표가 붙은 봉투까지 넣어 우편으로 배달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좀 색다른 편지가 왔습니다. 영 스트릿 미션(Yonge Street Mission)이란 자선단체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성탄절에 집 없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하여 따뜻한 저녁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 식사를 위하여 기부해 달라는 요청인데, 기부할 금액을 37달러 32센트(12명분), 55달러 98센트(18명분), 93달러 3센트(30명분)로 분류하여 온 것입니다. 재작년 코버넌 하우스에서는 아이들 침대가 없으니 500달러짜리 침대를 제공할 수 있도록 500달러의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기부자가 500달러를 기부하면 그 침대에 기증자의 이름을 적어놓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만, 맛있는 저녁을 먹이겠으니 기부해달라는 편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곳 캐나다의 기부방식은 편지를 통하여서 기부를 유도하지만 평상시에도 일반 약국이 있는 대형마트나 유명 커피 체인숍(스타박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모금을 합니다. 쉽게 자발적으로 몇 센트에서 몇 달러든 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저금통을 놓아두거나, 아름다운 잎이나 꽃모양의 종이에 색깔 별로 금액이 정해진 꽃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마트의 유리창 위에 붙여놓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곳의 기부행동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곳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많지 않은 금액, 즉 단 일불이라도 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역시 기부를 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그런 풍토 속에서 자라게 되며, 서로 돕고 산다는 인본주의 박애정신이 자연스레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으로, 오래 전 우리도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이웃사촌끼리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정서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어려움을 가슴 아파하고, 눈물도 같이 흘릴 수 있는 민족이었으며, 남의 일도 내 일처럼 배려하며 나누어 하던 아름다움이 있었으나, 현 시대의 한국 대도시에 사는 이들은 겨울 날씨만큼이나 마음 씀씀이가 차가워진 것 같습니다. 몇 안 되는 부자들의 사회 헌납이나 기부는 볼 수 있지만, 홈리스나 소년소녀 가장, 불우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나 헌금은 돈을 많이 가진 부자나 기업인이 하는 걸로 인식되어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지엽적 직접적으로 작은 금액일지언정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시와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 매체, 예를 들면 네이버에서 시행하는 해피빈 콩 모으기와 같은 기부가 이루어지고 있어 반가웠지만, 콩 하나에 100원씩이므로 몇 달 간 겨우 콩 몇 십 개를 모아야 몇 천 원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실제로 어려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숨어서 어려운 이들을 찾아다니며 주거의 불편을 해결해주거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작은 봉사단체들이 있지만, 봉사활동을 유지할 자금의 후원이 어렵고 힘이 든다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게 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기부 시스템에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생활화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루에 마시는 커피 서너 잔이나 소주 한 병 마실 돈이면 어떤 이에게는 몇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라면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군밤 몇 천 원어치 간식용 빵 서너 개 먹는 돈이면 그 또한 그들에게 따스한 몇 끼의 저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도와 가며 사는 세상,
이웃사촌으로 살았던 우리 정서를 다시 찾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콩을 나누어 먹는 시대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내가 잘 사는 것은 내가 잘나 잘 사는 것이 아니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렵고 힘든 일로 나를 대신해 살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의 나는 따뜻한 음식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자고 있는 것입니다.

jsk (119.XXX.XXX.186)

잠시 살다가 세상 더나야만 하는 우리 인생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답니다.
내가 아무리 수고하여 재물을 쌓아논들 나누어 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마리님의 글에 공감을 가진답니다.
가끔 전화충전이라도 해서 나눔을 해보니 받는기쁨보다 뿌듯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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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20: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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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11.XXX.XXX.225)

오마리님의 길을 따라서 이곳까지 왔네요. 그냥 무작정 바람따라 왔습니다.
이세상에서 제일 힘든것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이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사랑할 것은 이땅에 무엇일까?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이야기들에 행복하다 갑니다.
용기를 얻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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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3 0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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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121.XXX.XXX.16)

오마리님 따뜻한 마음이 담기신 글 잘 읽으면서 많이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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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3: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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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지식인은 무지한 사람을 위해,건강한 사람은 허약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데
내가 잘나서 그런줄 알고 더불어 사는데 넘 인색한 것 같네요~~~
우린 분명히 사회적 동물임을 일깨워 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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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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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118.XXX.XXX.158)

12월이 시작하는 날 훈훈한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정이 많은 우리민족인데 인정이 조금은 식어가는 느낌입니다.
십시일반, 우리가 해 오던 좋은 습관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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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1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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