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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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골프장

김영환

2009년 10월 02일 (금) 08:52:21

최근 인천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이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성공의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청라지구 계획도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청라지구에 입주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청라역 예정지 주변은 놀랍게도 골프장이었습니다. 2012년엔 약 9만 명이 살게 될 아파트 단지들은 골프장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죠. 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파트를 철도역에서 멀리 배치하고 골프장을 ‘우대’하는 “이런 도시계획을 입안할 적에 반대가 없었는가”라고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옛날 일본에 살 적에 자전거 뒤에 연습용 골프채를 달고 연습장으로 가는 동경 시민들은 가끔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집에서 가까운 연습장에 가도 골프 채 한 세트를 차에 싣고 가는 것이 흔한 일이죠.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이 무거운 골프 백을 들고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청라역 부근의 골프장에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림없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처럼 대중의 교통 편의를 외면하는 행정 권력이 인천공항철도를 형편없는 적자의 늪으로 몰아가면서 국민세금을 털어가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공항고속도로나 인천공항철도나 주변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결코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한 칸에 10~20명을 태우고 가는 한가한 인천공항철도가 언제 4조 원이 넘는 투자비를 회수할까요. 건설하기 전에는 하루 일백 수십 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 그 6~7%에 불과한 승객 수를 보면 도대체 이 나라 공무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인천공항철도는 수도권 교통요금 환승제도 적용하지 않는 데다가 역세권에 인구를 늘려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쓰지 않으니 손님이 없는 것은 당연하죠. 정부는 최근 해마다 1,000 억원이 넘는 결손을 보조해주다가 결국 손을 들고 공기업인 코레일에게 폭탄을 돌리듯이 인수시켜 덤터기를 씌웠습니다. 신공항고속도로 역시 인천공항 말고는 나갈 곳이 없으니 이용률이 낮아 그간 천문학적인 적자로 수천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공항고속도로야말로 시쳇말로 ‘출구 전략’이 필요한 곳입니다.

인천공항철도의 청라역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지만 인천지하철 1호선 종점의 환승역이기도 한 기존 계양역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역에서 남북으로 1킬로미터 이내에 대단지 아파트라고는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 이 역은 무슨 용도로 만들었나요? 김포공항 역에서 불과 5분, 공항철도가 서울역까지 연장되면 20여분 밖에 안 걸릴 이 역의 이용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지 않고 적자 타령하는 것은 모두 정책 입안자들의 책임입니다.

최근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 자락에 재벌그룹이 골프장을 건설한다고 합니다. 계양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죠. 교통이 편리한 이 곳엔 골프장을 지을 것이 아니라 미니 신도시라도 만들어 수도권의 전세 가격 폭등으로 신음하는 서민들의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짓는 것이 서민 보호와 신공항철도의 적자 축소를 위해 보다 타당한 토지이용계획이 아닐까요?

헌데 최근 보도를 보니 외국의 추세라면서 경제자유구역 골프장 내에 수십억 원짜리 주택을 지어 분양한다는군요. 정부는 입만 열면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역세권에 골프장을 짓는 이런 행동 하나만 봐도 입과 행동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 증명이 된다고 봅니다. 철도 역세권에 업무시설도, 집합주택도 아닌 골프장을 짓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뿐일 테니까요.

오 마리 (24.XXX.XXX.81)

답답한 정부입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야 이상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갈지 걱정입니다.
그정부가 그정부입니다. 미래의 국민을 위한,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하는 정책은
무엇인지요?? 골프가 그리 중요한 여가인지요? 좋은 산을 깍아서 골프장을 짓는 허가나 내어주는 나라가 한국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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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12: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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