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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 박, 34살의 의미있는 도전
방석순 2007년 02월 16일 (금) 14:22:20

메이저리그 진출 1호인 박찬호 선수가 최근 그야말로 ‘찬 호박’ 신세가 됐다고 팬들이 안타까워합니다. 그가 선택한 네 번째 팀 뉴욕 메츠가 약속한 2007년 연봉은 총 300만달러에 불과합니다.

백만달러만 가져도 백만장자로 불리는 판에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지난 한해에만 1500만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격차가 큽니다. 게다가 계약 내용에 의하면 기본 연봉은 겨우 60만달러고 199이닝을 던져야만 나머지 240만달러를 받게 된다는 겁니다.

박찬호가 199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은 1998년(220.2이닝, 15승 9패)과 2000년(226이닝, 18승 10패), 2001년(234이닝, 15승 11패) 등 세번 밖에 없었습니다. LA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입니다. 분명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 199이닝 이상을 던져 300만달러를 모두 챙긴다는 보장은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찬호가 헐값으로 뉴욕에 팔려갔다”는 팬들의 아쉬움이나 세간의 혹평도 이해할만 합니다.

벌써 13년. 국내 야구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받으며 323게임에 출장해 통산 113승(87패)이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돈도 많이 모았습니다. 눈칫밥 먹던 1만7000달러짜리 루키에서 1500만달러짜리 특급투수로 성장하며 연봉으로만 대략 7700만달러, 우리 돈으로 730억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광고수입까지 더하면 박찬호의 아메리칸 드림은 완벽하게 달성된 셈입니다. 장학재단을 설립해 그라운드에서 이룬 부를 후배들과 불우청소년들에게 나누는 선행으로 그는 마음도 부자입니다.

어차피 투수 인생으로는 내리막길. 아직 좀 젊은 나이이긴 하지만 그만하면 인생을 즐기며 살 수도 있을 법합니다. 아니면 적당한 팀을 구해 코치로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주변의 안쓰러운 눈길은 아랑곳 않고 박찬호는 싸움닭처럼 다시 일어서서 마운드 플레이트를 고르고 있습니다. 메츠에 요구한 조건 중 하나도 선발 등판. 어느 팀 누구와의 정면승부도 피하지 않겠다는 오기요 다짐입니다.

그러니 이번 계약에선 감출 것도 없습니다. 메츠는 ‘해낸 만큼 주겠다,’ 텍사스에서 ‘먹튀’라는 비판을 받았던 박찬호는 ‘실력으로 받겠다’고 프로답게 주고받았을 뿐입니다.

모든 인생은 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 두개의 큰 곡선을 그리게 돼 있습니다. 흔히들 그 정상에 있을 때 떠나는 것이 가장 멋지다고 말합니다. 그럴싸한 말입니다.

그러나 힘이 남아있고 열정이 살아 있는 한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 역시 멋진 일입니다. 어쩌면 제1 역할을, 아니 제2 역할까지도 후배에게 양보하고 제3, 제4의 빛이 덜 나는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 정상에서 어느날 돌연 물러나는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최근 언론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스포츠 슈퍼스타들의 추락을 좇고 있습니다. 5년전 레알 마드리드가 550억원의 천문학적 몸값으로 영입했던 세계 최우수 축구선수 호나우두(31세)가 지난달 91억원의 몸값으로 AC 밀란으로 팔려갔습니다. 통산 588개의 홈런을 날리며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로 군림하던 새미 소사(39세)는 2년전 약물과 부정배트 시비 속에 야구인생을 접었다가 최근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나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면 50만달러를 준다는 조건입니다.

이들은 박찬호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부와 영예를 이룬 스타들이지만 절정기를 넘겼다고 맥없이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들입니다. 아마도 이들이 재기에 성공한다면 영화 몇 편 나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박찬호의 도전이 더욱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1호의 기록은 어디까지일까. 올해 최소한 8승, 넉넉히 12승 정도? 내년까지는 선발로 던지고 내후년쯤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보여줬던 노련하고도 깔끔한 마무리 역할로 전업?

혹시 이같은 예상보다 비관적인 결과가 빚어진다 해서 박찬호의 야구 인생이 비참해질 이유는 없습니다.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 이상 힘이 닿지 않아 물러난다 해도 부끄러울 일은 아니니까요.

좋아하는 도시, 좋아하는 팬들 앞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박찬호의 야구 인생이 더 값진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어지러운 세상, 살아가기 힘겨운 이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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